'아내가 남자 둘과 바람피우는 증거' 1년 반 동안 모아온 남편이 물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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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해보니 외도 상대가 둘이더라”
“결혼 전에도 그래서 용서했는데...”

"외도는 습관이다. 고칠 수 없다."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뒤 1년 반 동안 홀로 증거를 모아 소송 준비를 마친 한 남성이 남긴 말이다. 그는 이 문장을 "만고의 진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다. 이혼과 결혼 생활 유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30~40대 직장인 남성의 글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남성이 집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깊은 고민에 잠겨 있다. 1년 반 동안 외도 증거를 모아 소송을 준비했지만 이혼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을 재구성한 AI 생성 이미지.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남성이 집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깊은 고민에 잠겨 있다. 1년 반 동안 외도 증거를 모아 소송을 준비했지만 이혼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을 재구성한 AI 생성 이미지.

글쓴이 A씨는 아내가 다른 남성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1년 반 전 처음 알았다. 단서는 아내의 복지포인트 사용 내역이었다. 내역에 숙박 예약 앱 결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아내는 평소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A씨와 함께 떠난 적은 거의 없었다. 아이와 다녀온 여행도 아니었다. A씨는 예전에 쓰던 휴대폰에 남아 있던 통화 녹음과 결제 날짜를 맞춰 봤다. 아내가 아는 언니를 만나러 간다던 날이었다.

A씨는 "결제일과 시간, 결제처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손이 떨렸고 화면 속 숫자들이 이상하게 선명하게 보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날 밤 한마디도 못 했다. 부엌에서 물을 2리터 마시면서 내 인생의 바닥이 갑자기 보이는 기분이었다"고 적었다.

추적해 보니 외도 상대는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아내가 결혼 전 사귀던 전 남자친구였다. 다른 한 명은 아내의 직장 동료였다. 아내는 결혼 뒤 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났다. 한때는 두 남성을 동시에 만나기도 했다. 지금은 전 남자친구와 정리하고 직장 동료와 관계를 이어 가고 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아내의 외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결혼 전에도 한 차례 다른 남성과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당시 아내는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라고 했다. A씨는 아내가 먼저 털어놓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여기고 용서했다. A씨는 "그때의 용서가 지금 나를 더 깊게 무너뜨린다"며 "결혼 전에 용서해 준 게 가장 뼈아프고 후회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외도를 확신한 뒤 몇 달 동안 A씨는 제대로 생활하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슴이 조여 왔다. 밥을 먹어도 넘어가지 않았다. 체중이 빠졌다. 회사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화장실에 혼자 오래 앉아 있곤 했다. A씨는 "밤에는 잠이 안 와서 천장을 보면서 '왜 나였을까'를 수십 번 물었다"며 "내가 부족해서였을까, 내가 잘못해서였을까 하는 자책이 제일 잔인했다"고 털어놨다.

변호사를 찾았지만 돌아온 답은 냉정했다. 첫 상담에서 변호사는 "지금 증거로는 상간자 청구가 어렵다"라고 했다. 결제 내역과 통화 기록은 모두 '추정'에 그칠 뿐 '입증'에는 한참 모자랐다. 상담을 이어 가려면 추가 비용을 내거나 정식으로 선임해야 했다. A씨는 "돈 문제 앞에서 내 아픔은 갑자기 '사건'이 됐고, 사건은 '비용'이 됐다"고 했다.

아내의 외도를 확인한 남성이 고뇌하는 상황을 연출한 AI 생성 이미지.
아내의 외도를 확인한 남성이 고뇌하는 상황을 연출한 AI 생성 이미지.

A씨는 그때부터 1년 반 동안 조용히 증거를 쌓았다. 친구들에게도 부모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혼자 캡처하고 기록했다. 날짜를 정리하고 다시 확인했다. 처음 석 달은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고 싶어 변호사를 귀찮게 했다. 그럴 때마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를 붙잡은 건 변호사의 한마디였다. "대충 준비해서 소송에서 질래요?"

시간이 흐르자 감정도 무뎌졌다. A씨는 "이제 증거를 봐도 그렇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롤플레잉 게임에서 퀘스트 트로피를 모으듯 '이것도 확보했다', '이것도 정리했다'는 식으로 대하게 됐다"고 했다.

견디기 힘든 상상이 밤마다 찾아왔다. 밥을 먹다 그릇을 던지는 상상, 장모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 상상, 아내 회사와 거래처에 사실을 알리는 메일을 보내는 상상, 유튜버에게 제보해 망신을 주는 상상이었다. A씨는 "그 상상 끝엔 항상 '그거 해서 내가 뭘 얻지?'라는 질문이 있었다"며 "그래서 그 상상들을 일기장에 쓰고 문을 닫았다"고 했다.

겉으로 보이는 일상은 평범했다. 아이 앞에서 두 사람은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았다. A씨는 오히려 정상인 척하려고 아내에게 장난을 먼저 걸었다. A씨는 “'그럭저럭'이라는 말이 때로 제일 잔인한 말”이라며 "아무 일 없는 척 사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이혼하고 싶은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렸다. 아이 얼굴을 보거나 아내가 차려 놓은 밥상을 마주하면 마음이 흔들렸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어린 자녀다. A씨는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학교에 가고 우리 부부를 당연하게 믿고 있다"며 "아이가 모르게, 조용히, 최소한의 충격으로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

A씨는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냥 참고 살까도 고민 중이라서"라며 "불륜을 알고도 참고 사는 사람이 있느냐.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렸고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댓글 대부분은 이혼을 권했다.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했다는 한 누리꾼은 "외도를 발견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이혼했다. 후회는 전혀 없다"며 "아이도 이혼하고 더 밝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본인의 이혼 결정으로 가정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라며 "앞뒤 생각 않고 아이도 남편도 다 무너뜨린 건 아내다. 당신을 홀대하지 마라"고 했다. 이 댓글에 A씨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이는 잘 키워서 고민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답했다.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는 누리꾼도 의견을 보탰다. 그는 "부부 관계가 무너진 부모 밑에서 자라느니 한 명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자라는 게 훨씬 행복하다"며 "애들은 다 안다. 집 안에 흐르는 미묘한 불편함을 커 갈수록 더 느낀다"고 했다.

서두르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이혼은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날 확신이 드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의 가벼운 말에 흔들리지 마라"고 했다. 남편의 거듭된 외도에도 결혼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는 누리꾼은 "남편이라는 생각보다는 가족을 함께 이끌어 가는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꾸준히 받으라는 권유도 이어졌다.

A씨는 소송만큼은 반드시 제기하겠다고 했다. 아내에게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소송은 무조건 제기할 것"이라며 "그 이후는 아내의 반응을 보면서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이혼하더라도 아이의 앞날을 생각해 주변에 외도 사실을 알리진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