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멋진 이 남자, 미치겠는데 어떡하나요” 대기업 여성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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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가치만 너무 높게 본 게 아닌가 싶어 반성 중”

평소 경제력을 중시하던 20대 여성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도 동생들을 책임지며 살아온 남성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며 조언을 구하는 글이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온 남성에게 호감을 느낀 여성이 연애를 고민하는 상황을 재구성한 AI 생성 이미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온 남성에게 호감을 느낀 여성이 연애를 고민하는 상황을 재구성한 AI 생성 이미지.

'가난한데 멋진 남자 어떡하나요 미치겠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쓴 A씨는 자신을 대기업에 다니는 20대 중후반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집안은 중산층 정도라고 했다. A씨는 "평소 입버릇처럼 수준을 맞춰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며 "남자의 직업과 경제력을 많이 보고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털어놨다.

A씨가 마음을 뺏긴 상대는 최근 기업 간 거래(B2B)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알게 된 다른 회사 직원 B씨다. 두 사람은 함께 야근하고 업무를 조율하며 식사도 같이 하는 사이가 됐다. A씨는 "첫 만남부터 셔츠 위로도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게 보였다"며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눈썹이 진하고 피부가 좋다. 키도 180cm는 넉넉히 넘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A씨는 B씨의 생활 방식에 더 끌렸다고 했다. B씨는 취미가 운동뿐이며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A씨는 “‘2% 부족할 때'나 제로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모습도 왜 이렇게 귀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B씨의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했다. 고등학생 때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B씨에게는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 2명이 있다. 한 명은 군 복무 중이며 다른 한 명은 곧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여고생이다.

야구 선수였던 B씨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야구로 대학에 진학한 뒤 곧바로 휴학했다. 이후 야구 강습과 공사 현장 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남동생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퇴근하며 복무하는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전역 뒤에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다 영업 쪽으로 진로를 바꿔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

A씨는 "제가 평소에 그렇게 싫어하던 돈 없고 집안이 가난한 남자"라면서도 "그런데 그냥 멋있다"고 했다. 그는 "낡은 보급형 갤럭시를 쓰면서 동생들 용돈과 학원비를 지금까지 대준 것도 멋지다"며 "동생들이 이분을 많이 따르는 모습도 멋져 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지갑 속에 아버지 사진을 넣고 다니는 감성도 멋지다"고 했다.

업무 태도도 A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A씨는 "프로젝트 때문에 없던 야근이 생겨도 묵묵히 일한다"며 "제가 실수하거나 일이 엎어져도 '그럴 수 있죠. 빨리 수습하면 됩니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는 곳이 빌라인 것도 알고 모은 돈도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할 텐데 그냥 좋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과 연애해도 괜찮을까. 그 미래에 뭐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누리꾼 다수는 A씨를 응원했다. 한 누리꾼은 "남자는 지금보다 나중의 가치를 보고 판단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며 "척박한 환경에서 곧게 자란 소나무는 인생의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더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동생들 지원은 동생들이 성인이 돼 독립하면 끝이 있는 지원이라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매력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큰 이점"이라고 했다. "남자가 봐도 멋있다", "저런 사람이 진국" 같은 반응도 이어졌다. 딸을 둔 아버지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제 딸이 그런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데려오면 대환영"이라고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그분이 만나준다고 했나. 혼자 진도를 어디까지 나가는 거냐"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본인 여유가 안 돼서 거절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A씨가 상대의 집안 사정을 먼저 따진 점을 비판하는 댓글도 있었다.

현실적인 경고도 나왔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에서 자란 남성과 결혼을 준비했다는 한 누리꾼은 "연애 때는 전혀 문제가 안 됐는데 결혼을 준비하니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가치관 차이가 무섭다"며 "지금은 감정에 눌려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고 했다.

A씨는 이후 본문에 추가 글을 올렸다. 그는 "댓글을 다 읽어봤다"며 "제 속이 편협하고 물질적 가치만 너무 높게 본 게 아닌가 싶어 반성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칫국이라고 하신 분들 말이 다 맞다"며 "괜히 지기 싫어서 꼬실 수 있다고 했다. 제 마음을 인정하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B씨를 '고아'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는 사과했다. A씨는 "대학을 외국에서 다녀 서투른 표현을 썼다"며 "낮춰 보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A씨는 B씨에게 주말 일정을 물었다고 전했다. B씨는 운동을 다녀온 뒤 수능을 앞둔 여동생에게 보양식을 먹일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이번 주말엔 못 보지만 다음 주에 보기로 했다"며 "어디서 보기 힘든 사람인 만큼 열심히 노력해 보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