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오는 게 예의”라며 초등생 팔뚝에 사인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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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도 꼭 전해달라” 당부
한 동화작가가 학교 강연에서 만난 아이들이 공책을 찢어 사인을 요청하자 거절하고 팔뚝에 사인을 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책을 사서 사인을 받는 것이 예의라면서 자신이 한 말을 부모에게 꼭 전하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이렇게 스레드에 최근 올린 글이 캡처돼 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작가는 글에서 "좀 야박하다고 할지는 몰라도 공책 쭉 찢어 사인해 달라는 아이들에게는 절대 안 해 준다. 팔뚝이라면 모를까"라고 적었다. 작가는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면 최소한 책을 사서 사인을 받으려는 마음이 예의라고 했다. 그 말을 부모님께 꼭 전해 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글에는 사진 한 장도 함께 올라왔다. 학교 체육관으로 보이는 곳에서 아이 두 명이 팔을 나란히 내밀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아이들의 팔뚝 안쪽에는 펜으로 쓴 작가의 사인이 길게 적혀 있다.
여러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독서 교육의 하나로 작가를 학교로 초청해 아이들과 만나게 하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연다. 아이들은 강연을 들은 뒤 작가에게 질문을 하거나 사인을 받는다. 글을 올린 작가도 학교 초청 강연을 자주 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강연이 끝난 뒤 공책을 찢어 와 사인을 해 달라는 아이들에게 종이 대신 팔에 사인을 해 줬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후 해당 글을 삭제했다.
글 내용이 알려지자 비판이 잇따랐다. 스레드에서 한 이용자는 "동화작가라고? 세상에, 내 감성이 다 부서지는 것 같다"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본인이 쓴 책 구매하길 원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성인도 아니고 아직 아이한테 저런 식으로까지 상처 줘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다른 동화작가들과 비교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어떤 동화작가는 본인 책 들고 와서 사인본 선물하던데"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작가를 직접 언급하며 "아이들이 어디에 사인 받아야 할지 잘 몰라서 급한 마음에 그 순간의 찰나를 놓치기 싫어서 노트라도 찢어서 작가 사인 받고 싶어 한 간절한 마음은 뒷전이고, 일단 세일즈부터 해야 하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이 이용자는 "세상에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이상한 에고가 강한 것 같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녀와 함께 북페어나 북토크를 자주 다녔다는 한 이용자는 긴 글을 남겼다. 이 이용자는 "나는 정말 많은 동화작가들에게 사인을 받아 봤다"라면서 "그 누구도 '왜 책을 사 오지 않았냐'라며 뭐라고 하는 작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라고 적었다. 이어 "오히려 사인회 시간에 책을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따로 엽서를 준비해 온 작가도 있었다"라고 했다. 이 이용자는 "누군가에겐 작가가 꿈이고 하늘이기도 하다"라며 "팔에 사인이라니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고 말했다.
아들 셋을 키운다는 한 이용자는 "동화책 작가란 사람이"라며 "이 작가 책은 절대 안 산다"고 적었다. 이 이용자는 작가가 글을 지운 데 대해서도 "글을 지우긴 왜 지워? 소신 있게 가지"라고 비판했다.
X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한 X 이용자는 이 글을 공유하며 "아동을 위한 서적 쓰는 작가가 사인해 달라고 공책 가져온 아이들한테 팔뚝에 사인했대"라고 적었다. 이 이용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댓글에는 "아이들은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페이스북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김모씨는 페이스북에서 ‘아이들이 공책이라도 찢어 와서 사인해 달라는 그 마음이 고맙고 갸륵한데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김씨는 "부모님께 전해 달라고 말했다"는 대목은 너무 나갔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비판 댓글이 줄을 잇더니 작가의 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썼다. 김씨는 "과도한 자만심과 욕심이 화를 불렀다고나 할까"라며 "작가나 유명인에게 SNS는 양날의 칼"이라고 적었다.
김씨의 글에도 "찢은 종이 위에 작가의 사인이 만나면 단순히 공책 쪼가리가 아닌 의미 있는 선물이나 나침반이 됐을 텐데"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아이를 키운 경험을 소개한 누리꾼도 있었다. 이 누리꾼은 아이가 어릴 때 이런 식으로 받은 사인을 잘 접어 넣어 뒀다가 나중에 서점이나 방송에서 관련된 것을 보면 신기해하며 사 달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 누리꾼은 "아이가 그 인연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더라"라고 말했다.
작가를 두둔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한 누리꾼은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라는 말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말 아니냐"며 "사인이 필요하면 공책이든 책이든 그대로 갖고 갔어야지"라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저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