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맥주 "다음달까지만 팔고 한국서 철수" 떨이 판매 돌입... 대박 할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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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캔에 1만3000원→8000원... 할인율 38%

한국 시장 철수를 앞둔 체코 맥주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이 편의점에서 '떨이' 판매에 들어갔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4캔에 1만3000원 하던 두 맥주가 4캔 8000원에 팔리고 있다.

6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GS25 편의점에서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을 4캔에 8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올해까지만 팔고 철수해서 재고 정리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의 한국 철수를 앞두고 남은 재고를 싼값에 털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 수입 맥주 코너. / 뉴스1
대형마트 수입 맥주 코너. / 뉴스1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 500㎖ 캔은 그동안 편의점에서 4캔 묶음에 1만3000원에 팔렸다. 한 캔에 3250원꼴. 이번 할인 가격으로는 한 캔에 2000원꼴이다. 같은 4캔을 5000원 싸게 살 수 있다. 할인율이 약 38%에 이른다. 낱개로 살 때 한 캔 가격이 49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이다.

유명 수입맥주 4캔 가격이 1만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소비자들에게 오랜만이다. 편의점 수입맥주 할인 가격은 2010년대 중반 ‘4캔 1만원'으로 굳어졌다. 이후 하이네켄코리아가 2021년 12월 4캔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올렸다. OB맥주는 2023년 4월 편의점에서 파는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등 수입맥주 500㎖ 캔 가격을 한 캔에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4캔 할인 가격도 1만2000원이 됐다. OB맥주는 2024년 12월에도 수입맥주 6종의 가격을 평균 8% 가량 올렸다.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도 가격 인상을 피하지 못했다. 에이이브랜드코리아는 지난해 1월부터 일부 편의점을 시작으로 코젤 500㎖ 캔 3종과 필스너 우르켈 500㎖ 캔, 페로니 500㎖ 캔 등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렸다. 한 캔 가격은 4500원에서 4900원으로 약 9% 올랐다. 4캔 묶음 가격도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4캔 8000원은 수입맥주 가격이 4캔 1만원을 넘기기 전보다도 싼 가격이다.

두 맥주의 '떨이' 판매는 한국 시장 철수 때문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아사히그룹 계열 수입주류 판매업체 에이이브랜드코리아는 다음달 31일을 끝으로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 등 주요 수입맥주 브랜드의 국내 판매를 종료할 예정이다. 업계는 국내 판매 실적이 사업을 이어갈 만큼 뒷받침되지 못한 점이 판매 종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젤 캔맥주
코젤 캔맥주

두 맥주는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 직격탄을 맞았다. 두 브랜드가 2017년 일본 아사히그룹에 인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편의점 할인 행사에서 빠지기도 했다. 에이이브랜드코리아의 2020년 매출은 187억원으로 전년보다 57% 줄었다.

에이이브랜드코리아는 이후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이브랜드코리아는 매출액 264억3870만원, 영업손실 51억6289만원을 기록했다. 전년에도 55억5012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마트에서 두 맥주가 포함된 4캔 묶음을 8000원에 팔고 있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철수 소식이 전해진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젤 다크 좋았는데"라며 아쉬워하는 반응도 나왔다.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마지막으로 두 맥주를 싸게 쟁여둘 기회다. 필스너 우르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황금빛 라거, 이른바 '필스너' 스타일의 원조다. 1842년 체코 서부 도시 플젠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바이에른 출신 양조가 요제프 그롤이 짙은 색 맥주가 대부분이던 시절 처음으로 맑고 투명한 황금색 맥주를 빚었다. 이름에 붙은 '우르켈'은 독일어로 '원천', '원조'라는 뜻이다. 체코어 이름도 '플젠의 원천'이라는 뜻의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다.

필스너 우르켈 4캔 번들
필스너 우르켈 4캔 번들

필스너 우르켈은 체코 자테츠 지역의 사츠 홉과 체코산 보리, 플젠의 부드러운 물로 만든다. 맥아즙 일부를 덜어내 끓였다가 다시 섞는 과정을 세 차례 되풀이하는 '트리플 디콕션' 방식으로 빚는다. 쌉싸름한 홉 향과 묵직한 몰트 맛 덕분에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두터웠다.

코젤은 1874년 체코 프라하 남동쪽 마을 벨케포포비체에서 탄생했다. 정식 이름은 마을 이름을 딴 '벨코포포비츠키 코젤'이다. '코젤'은 체코어로 숫염소라는 뜻이다. 라벨에는 맥주잔을 든 염소가 그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흑맥주 '코젤 다크'가 특히 사랑받았다. 코젤 다크는 쓴맛이 강한 일반 흑맥주와 달리 캐러멜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잔 테두리에 시나몬 가루와 설탕을 묻혀 마시는 방식이 알려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두 맥주는 2010년대 중반 ‘4캔 1만원' 열풍과 함께 편의점 냉장고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며 수입맥주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와인과 위스키, 수제맥주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수입맥주 할인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가격 경쟁력도 약해졌다.

아사히그룹은 2017년 옛 SAB밀러의 중·동유럽 맥주 사업을 인수하면서 두 브랜드를 계열 브랜드로 편입했다. 일본 아사히그룹 소유의 체코 맥주가 같은 그룹의 일본 맥주에 밀려 한국 시장을 떠나는 셈이다.

실제로 수입맥주 시장에서는 일본 맥주가 몸집을 키우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7522만3000달러로 전체 맥주 수입액의 42.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체코산 맥주 수입액은 916만7000달러에 그쳤다.

국내 시장을 떠난 유럽 맥주는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만이 아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18년 아일랜드 맥주 하프와 킬케니의 수입·판매를 중단했다. 2023년에는 홉하우스13과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의 국내 판매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