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조 원 쏟아부었는데…결국 문 닫는 세계적인 골프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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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부펀드 7조 원 넘게 투입한 LIV 골프, 출범 5년 만에 사업 종료
PGA 투어 스타 선수 영입하며 골프계 흔들었지만…투자 중단·선수 이탈에 청산 절차
사우디아라비아의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도전했던 LIV 골프가 출범 5시즌 만에 사업을 종료한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자금 지원을 중단한 데 이어 새로운 투자자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2027년 재출범 계획까지 무산됐다.

LIV 골프에 따르면 리그는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자산 정리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LIV 골프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연방파산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도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남은 자산을 매각하고 채권자들에게 변제하는 청산 절차는 오는 9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LIV 골프는 당초 영국계 사모투자회사 BC파트너스로부터 최대 3억 달러, 약 4300억 원을 투자받아 새로운 리그를 출범시키려 했다. 하지만 투자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BC파트너스가 이번 주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사업을 이어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LIV 골프는 성명을 통해 구조조정 지원 계약에 따른 일부 조건에 최종적으로 합의하지 못했다며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스콧 오닐 최고경영자(CEO)는 "새롭고 젊으며 다양한 팬들을 골프로 끌어들이기 위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며 리그 운영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PGA 투어와 맞섰던 LIV 골프…한국에서도 두 차례 대회 개최
LIV 골프는 202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남자 프로골프 리그다. 기존 세계 골프 시장을 주도하던 미국 PGA 투어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출범 당시부터 정상급 선수들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PGA 투어는 미국을 중심으로 정규 대회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남자 프로골프 투어다. 유럽을 중심으로 대회를 개최하는 DP 월드투어와 함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활동하는 주요 무대로 꼽힌다. LIV 골프는 이들과 별도로 운영된 경쟁 리그로, 기존 투어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골프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다만 LIV 골프는 마스터스, US 오픈, 디 오픈, PGA 챔피언십으로 구성된 남자 골프 4대 메이저대회와는 구분된다. 메이저대회는 골프 선수들이 우승을 목표로 삼는 가장 권위 있는 대회들로, LIV 골프와 PGA 투어 소속 선수들이 각각 출전 자격을 충족하면 참가할 수 있다.
LIV 골프는 출범과 함께 필 미컬슨,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등 메이저 우승 경력을 지닌 스타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후 스페인의 욘 람까지 합류하면서 PGA 투어와의 선수 영입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선수들에게 보장된 계약금은 수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알려졌다.
대회 방식도 기존 프로골프와 차별화했다. 일반적인 PGA 투어 대회가 4라운드 72홀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LIV 골프는 처음에는 3라운드 54홀 경기를 채택했다. 선수들이 여러 홀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샷건 스타트'를 도입했고 개인전과 단체전을 함께 운영했다.

경기장에서는 음악을 틀거나 공연을 개최하는 등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행사도 선보였다. 출범 초기에는 대회당 개인전과 단체전을 합쳐 2500만 달러, 약 340억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우승자에게 거액의 상금을 지급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올해는 기존 54홀 경기를 72홀로 확대하고 선수 57명이 13개 팀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당초 시즌 전체에 걸쳐 14개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홍콩,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경기를 치렀다.
한국에서도 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처음 LIV 골프 한국 대회가 개최됐고, 올해 5월에는 부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에서 두 번째 대회를 치렀다.
올해 부산 대회에서는 칠레의 호아킨 니만이 미국의 테일러 구치를 연장전 끝에 꺾고 우승했다. 니만은 우승 상금으로 400만 달러를 받았으며, 디섐보가 이끄는 크러셔스 골프클럽은 단체전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코리안 골프클럽도 안병훈을 중심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LIV 골프는 올해 세계골프랭킹위원회(OWGR)로부터 일부 세계랭킹 포인트를 인정받기도 했다. 다만 일반적인 투어 대회와 달리 개인전 상위 10위 이내 선수에게만 포인트가 지급됐다. 적은 출전 선수 수와 컷 탈락이 없는 경기 방식 등이 기존 세계랭킹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사우디 자금 50억 달러 넘게 투입…투자 중단에 선수들까지 이탈

LIV 골프는 출범 이후 세계 각국에서 총 62개 대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막대한 계약금과 대회 상금을 지급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출범 첫해에는 주요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리그가 자체적으로 중계 제작비를 부담하기도 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LIV 골프에 투입한 자금은 50억 달러, 약 7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PIF는 올해 4월 투자 전략을 변경하고 2026시즌을 끝으로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LIV 골프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9월 8일 미국 연방파산법 챕터11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LIV 골프는 'LIV 2.0'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재출범을 추진했다. 대회 수와 상금 규모를 줄이고 선수들에게 리그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비 부담을 낮추려는 계획이었다. BC파트너스도 최대 3억 달러의 투자를 검토하면서 사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주요 선수들이 새로운 계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람과 세르히오 가르시아, 티럴 해턴, 루이 우스트히즌 등이 새 리그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고, 디섐보 역시 참여 여부를 확답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그 흥행을 책임질 간판선수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기존 프로골프 투어의 대응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 DP 월드투어는 LIV 골프의 새 리그에 계약한 선수들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유럽 선수들에게 중요한 라이더컵 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선수들의 선택이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BC파트너스는 선수들의 참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LIV 골프는 사업 구조를 바꿔 리그를 유지하려던 계획을 접고 남은 자산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파산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LIV 골프의 부채는 5억~10억 달러, 약 6800억~1조 3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채권자는 선수들을 포함해 최소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자산 매각과 채권자 변제 과정에서 미지급 계약금과 각종 채무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논의될 예정이다.
리그 소속 선수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메이저대회 통산 5승을 기록한 브룩스 켑카는 이미 LIV 골프를 떠나 PGA 투어로 복귀했다. 패트릭 리드도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PGA 투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욘 람 역시 PGA 투어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출전 자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PGA 투어는 LIV 골프 출전 이력이 있는 선수들의 복귀에 별도 조건을 적용하고 있어 선수마다 복귀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LIV 골프는 사업 종료 방침을 밝히면서도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3자의 제안이 있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남겼다. 다만 현재 추진하던 2027년 재출범 계획은 무산됐으며 리그는 오는 9일부터 본격적인 청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