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배찬승 vs 38세 김현수’ 12회말 신경전, 중계 카메라에 다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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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2차전 연장 12회말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 올린 배찬승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따낸 투수가 내놓은 첫마디는 자랑이 아니었다. 반성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과 KT 위즈 김현수. / 뉴스1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과 KT 위즈 김현수. / 뉴스1

삼성 라이온즈 좌완 배찬승(20)은 지난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3대2로 앞선 연장 12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 동안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기록했다. 삼성은 전날 1차전 7대8 패배를 되갚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었다.

첫 타자 삼진, 그리고 '심장이 멎을 뻔한' 파울

출발은 완벽했다. KT는 선두 장진혁 대신 대타 배정대를 냈다. 배찬승은 초구 시속 153㎞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다음 타자 안현민과의 승부는 아찔했다. 2구째 큰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갔지만 파울 판정이 나왔다. 홈런이었다면 동점이었다. 배찬승은 흔들리지 않았다. 볼 2개를 내준 뒤 5구째 체인지업으로 다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2사가 됐다.

힐리어드 볼넷…“도망갔다” 자책

세 번째 타자는 이날 이미 안타 2개를 친 샘 힐리어드였다. 삼성 배터리는 무리하지 않았다. 바깥쪽 유인구 위주로 승부하다 볼넷을 내줬다. 이어 폭투까지 나와 주자가 2루까지 갔다.

배찬승은 경기 뒤 이 장면을 먼저 돌아봤다. 그는 "힐리어드를 잡았어야 했는데 맞기 싫어서 도망간 것 같다"며 "그러면 안 됐다. 붙어야 했다"고 말했다. 승리 투수 인터뷰에서 자기 공을 먼저 짚었다.

김현수 항의, 박진만 감독도 나왔다

마지막 타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김현수였다. 이때 신경전으로 볼 수 있는 장면 하나가 나왔다. 배찬승의 초구 직구가 몸쪽 스트라이크로 꽂히자 김현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곧바로 주심에게 항의했다. 타격 준비가 끝나기 전에 공을 던졌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주심은 배찬승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전달했다. 그러자 박진만 삼성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주심과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스무 살 투수의 리듬을 깰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는 점에서 시선이 쏠린 대목이다.

유튜브, 올스

시속 152㎞ 정면 승부로 끝냈다

배찬승은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 볼과 파울을 주고받은 뒤 5구째 시속 152㎞ 직구를 한가운데로 던졌다. 김현수의 타구는 2루수 앞 땅볼이 됐고 4시간 21분짜리 혈투가 끝났다.

배찬승은 "아까처럼 던지면 안 되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결정적 순간을 돌아봤다. 볼넷 하나를 내준 뒤 곧바로 승부 방식을 바꾼 것이다.

마운드 위 어퍼컷 세리머니

마지막 아웃을 잡은 배찬승은 마운드에서 힘찬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나온 것 같다"며 "멋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선배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배찬승은 "선배들이 정말 잘했다고 해줬다. 앞에서 선배들이 잘 막아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찬승은 전날 1차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이틀 연속 실점 없이 뒷문을 지켰다.

박진만 “올해 정말 많이 성장했다”

박진만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올해 배찬승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며 "불펜에서 몇몇 선수에게만 기댈 수는 없는데 찬승이가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배찬승이 단순한 추격조가 아니라 필승조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배찬승은 대구 3연전을 앞두고 "대구에서 3연승으로 우승하겠다"는 각오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시리즈 3차전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3~5차전이 모두 삼성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아기 사자'의 왼팔이 또 한 번 승부처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배찬승과 박진만 감독. / 뉴스1
배찬승과 박진만 감독. / 뉴스1

3차전에 돌입하는 두 팀

수원에서 한 판씩 나눠 가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로 장소를 옮겨 한국시리즈의 흐름을 결정지을 3차전에 돌입한다.

두 팀은 6일 저녁 6시 30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 맞대결을 갖는다.

앞서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1차전에서는 kt가 8-7 승리를 따냈다. 하루 뒤 2차전은 삼성이 연장 12회 접전을 3-2로 끝내며 시리즈를 1승 1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호각세로 이어진 이번 시리즈에서 3차전은 우승의 향방을 좌우할 가장 큰 승부처로 꼽힌다.

1·2차전을 1승 1패로 나눈 역대 한국시리즈 18번 중 3차전을 이긴 팀이 끝내 정상에 오른 사례는 16번으로, 확률로 따지면 88.9%에 달한다.

정규시즌 1위 kt로서는 1차전에서 선점한 주도권을 2차전 연장 패배로 넘겨준 터라, 3차전 승리로 다시 앞서 나가야 하는 처지다.

KIA 타이거즈와 PO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올라온 삼성은 체력 면에서 불리한 만큼, 홈에서 치르는 첫 경기 3차전을 잡아 88.9%의 확률을 먼저 손에 넣어야 승산이 높아진다.

3차전부터 5차전까지 치르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구장 특성도 시리즈 판도를 뒤흔들 주요 변수다.

외야 구조가 팔각형인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공이 담장 밖으로 넘어가기 쉬운, 이른바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의 대표 격이다.

올 정규시즌 홈런 수는 수원 111개, 대구 171개로 대구가 수원보다 54.1% 더 많았다.

다만 두 팀 투수진 모두 상당한 피로를 떠안은 채 대구에 도착했다는 게 문제다.

삼성은 PO 5경기에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더해 가을야구에서만 벌써 7경기를 치렀고, 이번이 8번째 경기다.

1차전 선발 최원태가 2이닝 5실점으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떠나면서 불펜 투수 6명이 줄줄이 올라왔고, 2차전은 연장 12회까지 끌고 갔다.

이강철 감독과 KT 위즈 선수들. / 뉴스1
이강철 감독과 KT 위즈 선수들. / 뉴스1

kt도 수원 2연전에서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컸다.

1차전에는 필승조를 비롯해 6명의 투수를 썼고, 2차전에는 8명이 등판해 모두 176구를 던졌다.

투수가 지치면 직구의 위력이 떨어지고 변화구 제구도 흔들리기 쉽다.

타자 친화적인 대구에서 지친 투수의 실투 한 개는 곧바로 결정적인 홈런으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

수원에서 나온 홈런은 1차전 4개(kt 안현민·한승택·김현수, 삼성 구자욱)가 전부였다. 연장 12회까지 간 2차전에서는 양 팀 모두 담장을 넘기지 못했다.

반면 대구에서는 장타가 쏟아지는 난타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은 2차전에서 6타수 4안타(2루타 1개·3루타 1개) 2타점을 올린 르윈 디아즈, 1·2차전 연속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기록한 구자욱이 홈구장에서 장타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kt의 기대주는 1차전 3안타 2타점, 2차전 2안타 2볼넷을 남긴 거포 샘 힐리어드다.

힐리어드는 삼성 3차전 선발 아리엘 후라도에게 정규시즌 9타수 4안타 3홈런 5타점으로 강세를 보였고, 10월 11일 대구 경기에서도 2타석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1차전에서 2점 홈런을 날린 안현민 역시 언제든 큰 것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다.

결국 3차전 선발 kt 소형준과 삼성 후라도가 장타를 얼마나 막아내며 긴 이닝을 소화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소진된 불펜의 짐을 덜어줄 선발투수의 투구와 중심 타자들의 한 방에 88.9% 우승 확률의 주인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