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날벼락…인천서 30대가 몰던 SUV, 8차로 가로질러 돌진 ‘1명 사망·1명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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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월동에서 차량 돌진 사고 발생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건물 주차장을 빠져나오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갑자기 돌진해 길을 지나던 70대 여성 2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 차량은 보행자를 친 뒤에도 멈추지 않고 왕복 8차로 도로를 그대로 가로질러 건너편 아파트 벽을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인천 구월동 차량 돌진 사고 현장 사진 / 연합뉴스
인천 구월동 차량 돌진 사고 현장 사진 / 연합뉴스

5일 인천 남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45분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시장 인근의 한 건물 주차장 입구에서 출차하던 SUV 차량이 갑자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차량은 주차장 출입구 부근에 있던 보행자 2명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7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함께 있던 또 다른 70대 여성 1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보행자를 친 SUV는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왕복 8차로 도로를 가로질러 맞은편 아파트 담벼락에 충돌한 뒤 멈췄다. 점심시간대 차량 통행이 잦은 대로를 그대로 횡단한 만큼 자칫 다른 차량과의 연쇄 충돌로 이어져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가 난 구월동 일대는 모래내시장과 상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인천의 대표적인 생활권이다. 평소에도 장을 보러 나온 주민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대낮에 벌어진 참변에 인근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SUV를 운전한 사람은 30대 여성 A씨다. 경찰 확인 결과 A씨는 사고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고, 무면허 상태도 아니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출차 과정에서 차량이 갑자기 돌진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확보해 운전자 조작 여부와 차량 결함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잇따르는 차량 돌진 사고...'급발진 주장' 대부분은 페달 오조작

차량이 갑자기 인도나 건물로 돌진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급발진이냐, 운전자 실수냐'를 두고 논란이 반복되지만, 국가기관 감정 결과는 대체로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쪽을 가리켜 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과수가 감정한 급발진 주장 차량 사고는 모두 448건이었다. 차량이 심하게 부서져 감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사례 등을 빼면, 85.7%가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 났다. 급발진 주장에 대한 감정 의뢰는 2024년 한 해에만 133건에 이를 정도로 많았지만, 결과가 대부분 오조작으로 나오면서 최근에는 감정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국과수는 운전자가 실제로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 가리기 위해 주로 세 가지 방법을 쓴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보급이 늘고 있는 페달 블랙박스 영상, 그리고 가속 페달과 운전자 신발 바닥에 남은 문양을 대조하는 전통적인 감정 기법이다.

지난 2024년 7월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역시 운전자가 끝까지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국과수는 이를 운전자 과실로 판단했다.

부천 제일시장 참사...페달 블랙박스에 찍힌 '가속 페달' 오조작

지난해 11월에는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대형 돌진 사고가 났다. 60대 운전자 B씨가 몰던 1톤 트럭이 시장 안으로 132m를 내달리며 행인과 매대를 잇달아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당시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된 건 B씨가 직접 트럭에 달아둔 페달 블랙박스였다. 영상에는 B씨가 사고 순간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조사 결과 B씨는 변속기를 후진에 둔 채 차에서 내렸다가 차가 움직이자 다시 올라타 가속 페달을 밟고 변속기를 주행으로 잘못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6월 1심에서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29년부터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

반복되는 페달 오조작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도 마련되고 있다. 올해 7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설치가 의무화돼 승용차는 2029년, 3.5t 이하 승합·화물·특수차는 2030년부터 적용된다. 이 장치는 차량 앞뒤 1~1.5m 안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더라도 속도를 제한해 돌진을 막는 방식이다.

다만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에는 적용 근거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 평균 사용 기간이 10년이 넘는 만큼 기존 차량까지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일본은 2019년 도쿄 차량 돌진 사고 이후 오조작 방지장치 보급을 늘리기 위해 보조금 등 유인책을 도입한 바 있다.

사고 이후 원인 규명을 돕는 페달 블랙박스 보급도 확대되는 추세다. 설치 차량에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다만 페달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을 밝히는 증거일 뿐 사고 자체를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예방 장치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