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세브란스에서 흉기에 다친 의사, 응급수술까지 받은 '현재 상태'
작성일
예약 없이 온 여성, 왜 진료실에 침입했나
'임세원법' 시행 후에도 반복되는 의료진 폭력 사건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50대 여성이 정신건강의학과 여성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여성은 해당 병원에서 진료받은 이력이 있지만 피해 교수의 환자는 아니었으며, 사건 당일 진료 예약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이 발생했던 4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5분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 50대 여성 A 씨가 여성 교수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A 씨는 사전에 진료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B 교수의 진료실에 갑자기 들어가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사용한 흉기는 부엌칼이었다. B 교수는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고 흉기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손과 머리 등을 다쳤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같은 날 오후 4시 42분쯤 A 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환자와 의료진이 진료를 위해 이용하는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이다. A 씨가 어떤 경로로 진료실에 들어갔는지, 흉기를 언제부터 소지하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경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사건 발생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다.

손 인대·뼈 손상에 머리까지 다쳐…응급수술 받아
피해자인 B 교수는 흉기를 막는 과정에서 손의 인대와 뼈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다. 머리 뒤쪽인 후두부에도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이 발생했다. 열상은 외부 충격 등에 의해 피부 조직이 찢어지면서 생기는 상처를 뜻한다.
B 교수는 길이 약 5㎝의 자상을 비롯해 여러 부위를 다쳐 응급수술을 받았다. 자상은 칼처럼 날카로운 물체에 찔려 발생한 상처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B 교수는 2012년부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근무해 온 의료진이다. 정신신체장애와 신경성 신체증상,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진료해 왔다. 정신신체장애는 심리적 요인과 신체 증상이 밀접하게 관련되는 질환을 가리킨다.
피해 교수는 병원에서 오랜 기간 환자들을 진료해 왔지만,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A 씨를 직접 담당했던 의사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가 피해 교수에게 진료받던 중 범행했다는 상황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가해 여성, 피해 교수 환자 아니었다…다른 교수에게 진료받은 이력
A 씨는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받아 온 환자였지만 B 교수의 환자는 아니었다. 사건 당일에도 B 교수에게 진료를 예약한 사실이 없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A 씨가 B 교수의 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최근 정년퇴임한 다른 교수에게 진료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A 씨가 과거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기존 담당 의료진과의 관계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 씨가 B 교수의 진료실을 찾아간 이유 역시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경찰이 현재 적용한 혐의는 특수상해다. 특수상해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적용되는 범죄다. 형법 제258조의2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죄를 범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추가 혐의 적용 여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018년 임세원 교수 사건 재조명…의료계 "진료실 폭력 근절해야"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2018년 12월 31일 발생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피살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임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던 중 흉기에 찔려 숨졌다.
임 교수는 가해자를 피해 대피하는 과정에서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알린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후 자신을 뒤쫓아온 가해자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가해자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임 교수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2019년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임세원법'에는 의료인 폭행으로 사망이나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과 의료기관의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의료계는 이번 세브란스병원 사건과 관련해서도 진료 현장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의사가 진료실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정상적인 사회인지 되물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황 회장은 5일 서울특별시의사회 차원의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임세원 교수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법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인과 환자 등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대학병원 진료실에 흉기를 소지한 외부인이 들어와 의료진에게 상해를 입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