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년 다녔는데 월급이 똑같다?…대기업의 파격 선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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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학력 프리미엄 사라진다
고졸도 대졸도 같은 초봉…역량 중심 채용 시대

인공지능(AI)이 신입사원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일본 대기업의 채용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대학 졸업 여부에 따라 초봉을 차등 지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졸과 대졸 신입사원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AI 시대에는 학력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직장인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직장인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기계부품·공구 제조 및 공급 업체 미스미그룹은 이달부터 고졸과 대졸 인재를 동일한 기준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신입사원의 초봉은 학력과 관계없이 월 30만 3000엔(약 258만 원)으로 책정했다. 수당과 복리후생 등 나머지 처우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일본 기업에서 고졸과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같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26만 2300엔(약 223만 원)이었다. 고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인 20만 7300엔(약 176만 원)보다 약 26% 높았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과 임금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른바 '학력 프리미엄'이 뚜렷했던 셈이다.

미스미그룹은 시가총액 약 1조 엔(약 8조 5000억 원), 직원 수 1만명 이상인 일본 대기업이다.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히 신입사원의 초봉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일본 기업의 전형적인 채용 방식인 정기 공채도 폐지하고 고교생부터 대학생, 사회 경력 3년 안팎의 청년까지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채용 트랙을 마련했다.

새로운 채용 제도는 청년 잠재력 채용과 전문성을 갖춘 경력직 채용, 임원급 채용 등으로 구분된다. 청년 잠재력 채용은 연중 수시로 지원할 수 있으며, 합격자는 내년 4월 이후 연간 네 차례 마련된 입사 시기 가운데 원하는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 초봉뿐 아니라 수당과 복리후생에서도 학력에 따른 차이를 두지 않는다.

미스미그룹이 학력보다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AI의 업무 대체가 있다. 과거 신입사원들이 담당하던 자료 작성과 정보 수집, 기초적인 분석 업무 상당 부분을 AI가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역할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보다 새로운 과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직장인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직장인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가토 쓰카사 미스미그룹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젊은 사원이 담당하던 자료 작성과 정보 수집의 대부분을 AI가 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에게 요구하는 업무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는 자세와 과제를 발견해내는 힘은 학력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도 평가 기준을 바꿨다. 지원자의 출신 학교나 지식 수준만 따지기보다 과거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 협업 역량 등을 살핀다. 지원자가 이전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냈는지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활용한다.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뿐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 형성한 역량과 성장 가능성까지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미스미그룹은 입사 이후 보상 체계도 손질한다. 기존에는 입사 후 2년 동안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동일한 대우를 했지만, 앞으로는 입사 1년 뒤 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출신 학교에 따른 임금 격차는 없애되 실제 업무 성과와 역량에 따라 보상하는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일본 사회 전반에서 대졸자의 임금 우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후생노동성 통계에서 확인된 것처럼 대졸 신입사원과 고졸 신입사원의 월평균 임금 차이는 여전히 5만 5000엔에 달한다.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는 고졸과 대졸의 평생 임금 격차를 남성 4720만엔(약 4억 원), 여성 5200만엔(약 4억 4000만 원)으로 추산했다. 대학 진학이 취업과 임금 측면에서 중요한 선택지로 여겨지는 이유다.

지난해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58.6%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정보업체 커리타스 조사에서는 올해 봄 졸업한 대학생의 58.5%가 취업을 고려해 대학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대학 졸업장이 안정적인 취업과 높은 임금을 얻기 위한 주요 조건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학 밖에서도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확대되면서 학력만으로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취업사이트 도다 캠퍼스의 가와시마 유미코 편집장은 "대학 이외에도 지식과 기술을 익힐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며 "AI 보급에 따라 학력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능력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기업의 업무 구조뿐 아니라 신입사원 채용과 평가 방식까지 바꾸고 있는 가운데 미스미그룹은 학력에 따른 초봉 차이를 없애고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