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중단 나흘 만에…남대문 스카프 아저씨, 방금 SNS에 올린 세 글자

작성일

인파 몰려 영업 중단했던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 안전 위해 영업시간 비공개로 전환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 문제로 가게 문을 닫았던 이른바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가 출근 소식을 직접 알렸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와 손수건 등을 파는 상인 A씨는 4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 '남대문 다다구리'에 짧은 영상 한 편을 올렸다. 영상과 함께 남긴 글은 "출근중" 단 세 글자였다. 지난달 31일 휴무를 공지한 지 나흘 만에 전해진 근황이다.

영상 속 A씨는 남대문을 배경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찍었다. 영상 내내 별다른 말은 없었다. 대신 걷는 도중 어색한 듯 카메라 렌즈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웃음을 자아냈다. 손님 앞에서 쉴 새 없이 농담을 쏟아내던 평소 모습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 / 남대문 다다구리 인스타그램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 / 남대문 다다구리 인스타그램

■ "소통 좀 하라 해서 올렸는데 적성에 안 맞어"

A씨는 댓글을 통해 영상을 올린 이유도 털어놨다. 그는 "주변에서 하도 소통 좀 하라 해서 올려 보는데 적성에 안 맞어ㅎ"라고 적었다. 특유의 투박한 말투가 그대로 묻어난 이 댓글에는 2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말 한마디 없는 영상이었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뭔 말이라도 해야 될 거 아녀", "말 안 하는데 말하는 것 같은 건 뭐여" 등 그의 말투를 흉내 낸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A씨의 눈빛을 대사로 옮기듯 "여기 남대문이여! 나 지금 출근혀! 오늘도 나대지 말고 얌전히 버무리다가 가!"라는 댓글을 남겨 400개 넘는 공감을 받았다. 이 댓글에는 "음성 지원되는 것 같다"는 답글이 이어졌다. 또 다른 누리꾼은 "카메라는 봐야겠고, 이거 나랑 안 맞고, 이놈의 인기 이게 뭔 일인가 싶고"라며 영상 속 A씨의 속마음을 상상한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 역시 600개 넘는 공감을 얻으며 큰 호응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유명해진 상황이 낯설기만 한 A씨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가게로 출근 중인 영상을 올린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 / 남대문 다다구리 인스타그램
4일 오전 가게로 출근 중인 영상을 올린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 / 남대문 다다구리 인스타그램

소통을 더 해 달라는 요청도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1일 1소통 해 달라. 이런 소통도 대환영", "지방 사는 사람에게는 이런 소통이 좋다", "세종 사는 사람은 언제쯤 방문하면 되나. 지역별로 방문일을 정해 달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어로 "일본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A씨의 유행어를 활용한 사연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가게 천막만 만지고 왔다. 기운만 받고 우리 딸 수능 대박 나라고"라는 댓글을 남겼다. 스카프를 사려는 손님에게 "돈 쓰지 말고 기운만 받고 가라"고 하던 A씨의 말을 빗댄 것이다. 이 밖에도 "쇼츠에서 매일 봤더니 아는 사람 같다", "지인 인스타그램도 안 들어가 보는데 사장님 소식은 기다리게 된다", "오늘도 지치지 말고 건강하게 보내시라" 등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 "돈 벌고 싶지만 이건 아냐"…결국 영업중단 선언까지

A씨가 가게 문을 닫은 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인파 때문이었다. 그의 입담을 담은 영상이 SNS에서 퍼지면서 가게 앞에는 한 달여 전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장 관광안내원에게 가게 영업시간을 묻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결국 A씨는 지난달 28일 인스타그램에 '손님 여러분께 드리는 양해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손님이 찾아와 제대로 인사를 나누기 어렵고, 주변 상인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며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급하게 일부러 찾아오기보다는 시장 구경을 올 때 편한 마음으로 들러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안전을 위해 재정비도 하고 몸 추스르고 오겠다"는 글과 함께 '영업종료', '일요일까지 휴무'라고 적힌 안내문 사진을 올렸다. 당초 일요일인 1일까지만 쉴 예정이었지만, 2일에도 가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휴무를 앞두고 A씨가 가게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도 온라인에 퍼졌다. 영상에서 그는 "저도 돈 벌고 싶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물건은 많지만 안 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는 감당이 안 된다. 통제가 안 된다"며 "사람을 구해서 다시 열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상인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는 걱정도 덧붙였다.

휴업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A씨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다. 누리꾼들은 "보통은 돈을 더 벌려고 할 텐데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분 같다", "안전과 건강이 최고다. 현명한 판단", "황금 같은 주말에 사장님이라고 문 닫고 싶으셨겠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BTS에게도 이 정도로 카메라를 들이대진 않겠다", "이 정도면 경호원을 대동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과열된 분위기를 꼬집는 반응도 있었다.

인파가 몰리면서 영업중단을 선언했던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 / 남대문 다다구리 인스타그램
인파가 몰리면서 영업중단을 선언했던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 / 남대문 다다구리 인스타그램

■ 영업시간은 '비공개'…"모두의 안전 위한 결정"

지난 3일에는 유튜브 채널 '남대문 다다구리'에 앞으로의 운영 방침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남대문 시장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며 손님들을 더 안전하고 편하게 맞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있지만, 시장 골목 특성상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안전사고를 막고 이웃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당분간 가게 문을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을 따로 알리지 않고, 현장 상황에 맞춰 장사하겠다고 밝혔다. 멀리서 왔다가 헛걸음하는 손님이 생길까 죄송하다면서도 모두의 안전과 생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SNS 운영에 대한 고충도 솔직하게 밝혔다. A씨는 유튜브 이용이 서툴고 장사에 집중해야 하다 보니 손님들의 문의를 일일이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4일 올린 영상에서 '소통이 적성에 안 맞는다'고 털어놓은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악의적인 편집에 대한 당부도 남겼다. A씨는 영상을 퍼가 응원해 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덧붙이거나 이미지를 해치는 편집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늘 해왔듯 남대문에서 오랫동안 손님들과 웃으며 건강하게 장사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번 "출근중" 영상은 이런 공지가 나온 바로 다음 날 올라왔다. 휴무 안내문을 내건 지 나흘 만에 다시 시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직접 공개하면서, 그의 복귀를 기다려 온 누리꾼들은 일제히 반가움을 드러냈다. 다만 A씨가 정확한 영업시간을 따로 밝히지는 않은 만큼, 방문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헛걸음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A씨는 무작정 찾아오기보다는 시장 구경을 겸해 여유 있게 들러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 "사지 마, 기운만 받고 가"…구매 말리는 상인의 인기 비결

A씨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독특한 손님 응대 방식에 있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할 상인이 오히려 손님의 지갑을 단속한다. 스카프를 고르는 손님에게 "과소비다", "돈 쓰지 마", "어차피 안 어울린다"며 구매를 말리는 식이다. 스카프를 집어 들고 직접 핀잔을 주는 모습도 영상에 자주 등장한다.

뒤적거리는 손님을 향한 농담도 단골 장면이다. "밑까지 뒤져야 예쁜 게 나오는데 게을러서 자꾸 위에서만 고른다"며 손님을 놀리는가 하면, "사지 말고 그냥 문지르다만 가라", "기운만 받고 가라"는 말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투박한 사투리와 무심한 듯 다정한 태도가 더해지면서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었다. 훈훈한 외모와 다정다감한 말투 덕분에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남대문 꽃미남'으로 불리기도 한다.

손님들도 이런 핀잔을 즐긴다. 구매를 말리는 말을 들으면서도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맞받아치는 장면이 영상마다 담긴다. 상인과 손님이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하나의 볼거리가 된 셈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스카프를 사는 것보다 영상 속 장면을 직접 겪어 보는 것 자체가 방문 이유가 되고 있다. 짧은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반복 노출되면서 "매일 보다 보니 아는 사람 같다"는 친근감도 커졌다.

시장 상인이 SNS를 통해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경기 광명시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한 청년 사장은 배우 차은우를 닮은 외모로 화제가 되면서 손님이 몰리자 영업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유명세가 인파와 안전 문제로 이어지는 일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A씨의 출근 소식에 누리꾼들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무리하지 말고 건강부터 챙기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