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전과자 돼요?" 비상 걸린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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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바일 신분증 내민 10대, 이젠 처벌 피하기 어렵다
새벽 1시. 술집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 두 명이 자리를 잡았다. 점원이 신분증을 요청하자 이들은 망설임 없이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 속에는 모바일 신분증이 떠 있었다. 사진도, 이름도, 생년월일도 성인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바일 신분증은 진짜가 아니었다. SNS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가짜였다. 이들의 정체는 다른 사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두 사람 모두 미성년자였다.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한 술집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같은 수법으로 술을 마신 미성년자 4명이 적발됐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법이다. 5월 적발 당시에는 이들을 직접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았다. 몇 달 사이 상황이 바뀌면서 이제는 가짜 모바일 신분증을 내민 10대가 전과자가 될 수도 있게 됐다.
그동안 미성년자의 음주 적발은 대개 업주의 문제로 끝났다. 청소년보호법상 술을 살 수 있는 나이는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다. 이 법은 청소년에게 술을 판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술을 마신 청소년 본인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기준에 못 미치는 손님에게 술을 내준 순간 책임은 업주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업주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영업정지 같은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신분증을 속인 쪽은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적지 않았다.
실물 신분증을 위조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주민등록증 같은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위조된 공문서를 사용하면 형법상 공문서 위조·행사죄로 처벌받는다.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으로 무겁다. 문제는 모바일 신분증이었다. 휴대전화 화면에 띄운 이미지 파일을 조작한 행위에 기존 공문서 위조 처벌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5월 적발된 미성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모바일 신분증은 빠르게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에 이어 모바일 주민등록증까지 도입되면서 지갑 대신 휴대전화를 꺼내는 사람이 늘었다. 이용자는 지난해 2월 이미 400만명을 넘어섰다. 가짜 모바일 신분증으로 술집을 드나드는 미성년자도 하나둘 적발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화면만 보고 진위를 가려내야 하는 업주들의 부담도 커졌다.
법의 빈틈을 메우려는 움직임은 지난해 본격화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모바일 신분증의 발급과 법적 효력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전자정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한규·안도걸·박정현 의원 등 11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개정안에는 모바일 신분증을 위조·변조하거나 부정하게 사용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 담겼다. 모바일 신분증에 실물 신분증과 같은 법적 효력을 명문화한 전자정부법 개정안은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전자정부법은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모바일 신분증이 실물 신분증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면서 위조와 부정 사용에 대한 책임도 무거워졌다. 이제 모바일 신분증을 변조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변조된 모바일 신분증을 행사한 사람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술집에서 가짜 화면을 내민 행위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신분증을 직접 만들지 않았더라도 변조된 신분증을 보여주며 나이를 속였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SNS에서 장난삼아 받은 가짜 신분증 이미지 한 장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술 한잔 마시려다 전과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개정법의 처벌 대상은 가짜 신분증을 쓴 미성년자에 그치지 않는다. 모바일 신분증을 변조한 사람도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SNS에서 가짜 신분증 이미지를 만들어 건네는 쪽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가 갖춰졌다.
업주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다. 미성년자가 위조 신분증으로 업주를 속여도 불이익은 고스란히 업주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오랫동안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주가 신분증을 꼼꼼히 확인했는데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는 그동안 업주 보호 장치를 하나씩 늘려왔다. 정부는 2024년 2월 청소년이 내민 위조 신분증에 속아 술이나 담배를 판 사업주의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식품위생법에 면책 조항이 이미 있었지만 실제 면제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3월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으로 행정조사 단계에서 업주가 신분증 확인 의무를 이행한 사실이 CCTV나 진술 등으로 확인되면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불송치나 불기소, 선고유예 같은 결정이 나와야 면제가 가능했다.
9월에는 공중위생관리법 등 5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사업자의 나이 확인 요청에 구매자가 협조하도록 하는 의무를 명문화했다. 신분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는 손님의 출입이나 물건 구매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식품위생법 등 일부 법률에만 있던 면책 규정은 숙박업 등 나이 확인이 필요한 영업 전반으로 넓혀졌다. 법제처는 당시 선량한 사업자 보호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장치는 업주가 처분을 피할 수 있게 하는 데 그쳤다. 업주를 속인 쪽에 책임을 묻는 장치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특히 모바일 신분증은 화면 속 이미지만 바꿔도 그럴듯한 가짜를 만들 수 있는데도 처벌 근거는 흐릿했다. 이번 전자정부법 개정으로 그 공백이 메워졌다.
미성년자는 사건에 따라 형사재판 대신 소년부로 넘겨져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경찰 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