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상 12건 중 8건이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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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주도 '조작기소 특검'으로 논란 불가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조작기소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특검은 재판이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 대부분을 수사하게 된다. 수사 대상 12건 가운데 8건이 이 대통령이 피고인이거나 핵심 당사자인 사건이다. 민주당은 여론 반발을 의식해 이미 제기된 공소를 취소하는 권한을 법안에서 뺐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형사사건을 집권 여당이 주도한 특검이 '조작 여부'를 따지는 구조여서 정치적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조작기소 특검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조작기소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5일 본회의에 올리기 위해 국민의힘, 국회의장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하고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르면 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법안은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난 4월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수사 대상 가운데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은 쌍방울 대북송금, 대장동 개발비리,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백현동 개발 특혜, 대장동·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성남FC 불법 후원, 김진성씨 위증교사, 경기도지사 법인카드 유용 등 8건이다.
8건은 모두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뽑힌 뒤 재판이 멈춘 사건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외환의 죄가 아니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재판 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미뤘다. 이미 기소된 사건까지 재판을 멈춰야 하는지를 두고 법조계 해석은 엇갈렸다. 결국 각 재판부가 기일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이 사실상 중단됐다. 특검이 출범하면 재판은 멈춘 상태에서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찰을 거꾸로 수사하게 된다.
특검 추진의 직접적 계기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다. 이 사건은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신 내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수원지법에서 공판준비 단계였던 1심이 대선 당선 이후 중단됐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이 확정됐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수사 검사의 회유와 진술 조작을 주장해왔다. 변호인단은 지난달 확정판결에 대해 수원고법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청사 '연어 술파티' 의혹과 관련한 위증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추가로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 원문에서 이 사건을 두고 "수사 검사가 변호인을 회유, 압박한 사실이 폭로됐다"고 적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국가정보원 등이 유기적으로 관여해 검찰에 증거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도록 조치하는 등 사건 조작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반면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항소심과 대법원은 검찰 수사 과정에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조작이 있었다고 결론 내리면 이미 확정된 법원 판단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셈이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도 수원지법에서 1심이 멈췄다. 이 대통령이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법인카드 등 도 예산으로 과일과 샌드위치, 음식 대금 등을 내 모두 1억653만원을 사적으로 썼다는 혐의다. 이 사건은 이 대통령이 2024년 11월 기소된 것으로, 8건 가운데 검찰 수사가 가장 늦게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병합 심리되던 4건은 사건 규모가 가장 크다. 대장동 개발비리와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성남FC 불법 후원은 별개 사건이다. 검찰은 수사 끝에 2023년 3월 세 사건을 한꺼번에 기소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 대통령을 추가 기소했다. 법원은 4건을 병합해 1심을 진행하다 지난해 6월 기일을 추후 지정했다. 일부 혐의는 심리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였다.
대장동 개발비리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다. 함께 기소된 민간업자들은 지난해 10월 31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각각 징역 8년을, 정민용 변호사가 징역 6년을 받았다.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을 유죄로 판단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일부 뇌물 혐의는 무죄로 봤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판결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윗선 압박 의혹이 불거졌다. 피고인만 항소한 탓에 서울고법 항소심은 1심이 무죄로 본 부분을 다시 다투지 못한다.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도 없다.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사실과 겹치는 핵심 쟁점 가운데 일부가 공범 재판에서 이미 무죄로 굳어지는 구조다.
위례신도시 개발비리는 이 대통령이 2013년 11월 측근을 통해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흘려 211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게 했다는 혐의다. 성남FC 사건은 이 대통령이 구단주로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두산건설 등 4개 기업에서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와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두 사건은 대장동 사건과 함께 기소되면서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를 받아 왔다.
백현동 개발 특혜는 이 대통령이 2014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특혜를 몰아줬다는 혐의다. 검찰은 정 회장이 1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했고 사업에서 배제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에게서 인허가 알선 대가로 77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는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은 8건 가운데 유일하게 대법원 판단까지 나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유죄,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5월 1일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은 대선 이후 심리가 멈췄다.
김진성씨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이 대통령이 무죄를 받은 사건이다. 이 대통령은 2019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11월 김진성씨의 위증은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위증을 요구한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재판이 중단됐다.
나머지 수사 대상 4건 가운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수수 사건은 이 대통령과 직접 관련은 없다. 다만 이 대통령 최측근의 비리 사건이라는 점에서 8건과 성격이 가깝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대선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3건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서해 공무원 피격,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허위 보도 사건이다.
민주당은 법안 발의 당시 이미 제기된 공소를 취소할 권한까지 특검에 주는 조항을 넣었다.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진보 성향 법학자들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발언에 맞춰 공소 취소 권한을 삭제했다. 특검이 공소유지를 맡도록 한 조항도 함께 뺐다.
그럼에도 특검 수사 결과가 공소 취소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특검이 수사 과정의 조작을 공식 결론으로 내놓으면 공소청이 이를 근거로 공소를 취소하거나 재판 재개 이후 공소유지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 법안에서 권한을 직접 주지 않았을 뿐 공소 취소의 법적·논리적 근거를 특검이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총력 저지에 나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그 측근의 재판을 암장하겠다는 시도"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특검법을 올리면 당일 상정되는 법안 전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포함한 모든 카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특검은 국민 혈세로 차려 주는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사설 탐정소이고 개인 로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수사 대상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2건을 한 특검이 모두 들여다보기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이유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대장동이나 대북송금 등 검찰의 핵심 표적수사 사건 위주로 대상을 압축하면" 수사 실효성이 커진다고 했다. 예산 국회를 앞두고 민생 기조와 어긋난다며 중도층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의총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