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해명 뒤 북미회담 카드 꺼낸 북한 김여정…“마주앉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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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적대적 신호에 다른 방식의 회신 어려워”
북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8조 400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 해킹 사건을 둘러싼 미국의 배후 지목에 반발한 데 이어, 미국을 '비신뢰적이고 적대적인 상대'로 규정하며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도 대화 가능성 자체는 완전히 차단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 없다"…북미대화에 선 그은 북한
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을 향해 적대적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발신해오는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적 신호는, 우리로 하여금 미국이라는 실체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재고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최근 불거진 가상자산 해킹 사건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연결 지었다. 그는 "이른바, 조선에 의한 암호화폐 해킹사건이라는 것은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의 본질을 현시해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비핵화 문제를 거듭 제기하는 한편 합동군사연습과 대북 제재, 인신매매보고서 발표 등을 통해 북한을 겨냥한 적대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김 부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모든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대화를 논하지만 대결정책을 포기않고, 평화를 논하지만 전쟁연습과 군사동맹강화를 선호하고, 관계개선을 설교하지만 상대 주권과 권이 존중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신뢰적이고 적대적인 사람들과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명백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 불발 시사하면서도…대화 가능성은 남겨
김 부장의 이번 담화는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도 대화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이 대규모 가상자산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후 김 부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김 부장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이 연속적으로 발신하는 적대적 신호에 다른 식으로 회신하는 방법을 우린 알지 못한다. 우리의 반사적 대응에도 새로운 기록이 창조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평화수호를 위한 선택지엔 분명 대화가 포함돼 있지만, 이는 우리에게 있어 국가이익과 반드시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를 추진할 필요는 없지만, 북한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면 대화에 나설 여지는 남겨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대외관계를 사실상 총괄하는 김 부장이 직접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도 향후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8조 4000억 원 바이낸스 해킹 사건…북한 부인에 미국도 즉각 반박
이번 북미 간 갈등의 배경에는 지난달 29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8조 4000억 원 규모의 해킹 사건이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인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부장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며 관련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김 부장은 당시 "미국이 세계의 사이버 해킹 사건이 우리의 소행인 듯 오도하는 건 정치적 도발"이라며 "황당무계한 낭설"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의 해킹 연루 의혹에 김 부장이 직접 대응한 것은 처음으로, 가상자산 지갑 동결을 비롯한 추가 제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 이슈는 전 지구적 문제"라며 "대량살상무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암호화폐 탈취와 자금 세탁에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사이버 범죄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기존에도 반복돼 온 수법이라는 입장이다.
바이낸스의 초기 조사에서는 해킹 조직이 가짜 채용 면접 등을 활용해 지난 5개월 동안 정교한 다단계 공격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바이낸스는 올해에만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이버 위협 사례 57건을 탐지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해킹 사건을 둘러싼 북미 간 공방이 대화 재개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양측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