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거래소, 수익률 화면은 늘어도 출금은 막힌다…경찰청 ‘사업자·주소·출금’ 3중 검증법

작성일

경찰청, 가짜 거래소 구별법으로 사업자·주소·출금 3중 검증 안내
출금 전 추가금 요구하면 중단, 해외 미신고 플랫폼 송금은 환급 제한

돋보기로 금빛 동전을 살펴보며 스마트폰과 동전 더미를 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돋보기로 금빛 동전을 살펴보며 스마트폰과 동전 더미를 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가짜 거래소 사기는 피해자가 실제로 투자했다고 믿게 만드는 화면 조작과 출금 방해가 결합된 형태다. 경찰청은 이를 가려내는 방법으로 ‘사업자·주소·출금’ 3중 검증을 안내했다. 사업자명이 신고 명칭과 일치하는지, 주소와 연락처가 독립된 공식 채널에서 확인되는지, 출금 전에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지를 차례로 살피라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영역의 범죄 대응 장치를 잇달아 손보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은 8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경찰청은 ‘신고된 사업자’라는 표현만으로 모든 거래와 자산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링크 한 줄에서 출금 거절까지, 가짜 거래소의 3단계 수법

경찰청 안내에 따르면 1단계는 접근이다. 문자와 SNS 광고, 유튜브 댓글, 오픈채팅을 통해 ‘회원 전용 거래소’, ‘상장 전 물량’, ‘기관 추천 플랫폼’ 같은 표현으로 링크를 보낸다. 투자·연애·지인 사칭이 결합된 사기가 퍼지고 있다는 점은 경찰청의 신종 스캠 주의보에서도 경고한 대목이다.

2단계에서는 사이트에 표시되는 보유자산과 수익률을 조작한다. 고객센터를 흉내 낸 상담원이 나타나 추가 입금이나 특정 지갑 전송을 요구한다. 화면 속 숫자가 계속 불어나기 때문에 피해자는 실제 수익이 쌓이고 있다고 믿기 쉽다.

3단계는 출금을 신청하는 순간 시작된다. 사기 조직은 세금, 보증금, 유동성 부족, 자금세탁방지 심사비를 내야 한다고 안내하며 계속 돈을 받는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사이트를 폐쇄한다. 수익률 화면은 출금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무 탁자에서 스마트폰과 서류를 함께 확인하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나무 탁자에서 스마트폰과 서류를 함께 확인하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사업자·주소·출금, 3중 검증은 이렇게 한다

첫 번째 관문은 사업자 확인이다. 이용자는 사업자명이 금융위원회·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된 명칭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웹주소 철자가 하나라도 다르거나 모바일 앱 설치파일을 메신저로 직접 보내면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주소 검증이다. 사업자 주소·대표자·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독립된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고, 광고나 상담원이 알려준 링크만 믿어서는 안 된다. 사기 사이트는 자기 화면 안에 그럴듯한 사업자 정보를 적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 경로를 사기범이 건넨 링크 밖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세 번째는 출금 단계의 점검이다. 정상적인 거래소가 고객의 출금 권리를 풀어준다며 개인 지갑이나 제3자 계좌로 수수료를 보내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요구가 나오면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앞의 두 검증을 통과한 것처럼 보여도 이 단계에서 추가 입금을 요구한다면 사기를 의심하는 것이 맞다.

이미 송금했다면: 증거 확보와 동시 요청

이미 돈을 보냈다면 가장 먼저 사이트 화면을 저장한다. 브라우저 방문기록, 문자, 대화방, 송금내역, 지갑주소, 트랜잭션 해시(블록체인 거래 고유 식별값)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수사와 환급 절차에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거래소 이름을 사칭한 앱을 설치했다면 스마트폰에서 임의로 삭제하기 전에 악성앱 여부를 점검하고 KISA 118에 상담하라는 것이 경찰청 안내다. 은행과 거래소에는 지급정지·계정 잠금·출금 중지를 동시에 요청하고 경찰에 사기 신고를 한다.

한계도 분명하다. 금융당국이 안내한 피해구제 제도는 공식 금융회사등과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한 자금흐름을 전제로 한다. 해외 미신고 플랫폼이나 개인 지갑으로 보낸 자산은 환급이 제한될 수 있다. 송금 경로가 어디였는지가 구제 가능성을 가르는 셈이다.

제도는 어디까지 왔나: 출금지연·환급법·특금법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계좌를 통한 보이스피싱 대응에 ‘출금 지연 제도’를 활용해 왔다. 5월 시행된 이 제도는 신규 이용자 등의 출금을 일정 시간 제한하는 방식인데, 거래소마다 예외 기준이 달라 허점이 드러났다. 6~9월 거래소에서 발생한 사기이용계좌 2,526건 중 1,490건(59%)이 출금 지연 예외 대상 계좌에서 나왔다. 금액으로는 2,257억 원 중 1,705억 원(75.5%)이다.

이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거래소는 통일된 표준내규를 마련했다. 거래횟수·거래기간·입출금금액을 필수로 고려하고 예외불가 요건을 명시하는 내용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연말 기준 예외 대상 고객이 기존 대비 1% 이내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외 적용 고객에게는 자금 원천 확인 등 강화된 고객확인 절차를 연 1회 이상 실시한다.

3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은 가상자산거래소에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보이스피싱 방지·피해구제 의무를 부과한다. 구제 대상 자산도 ‘금전’에서 ‘가상자산’까지 넓어졌고, 피해자가 원하면 거래소가 환급 가상자산을 매도해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생긴다. 금융위원회는 시행 시기를 법률 공포 6개월 후인 10월로 안내했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신고 불수리 요건을 구체화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부채비율 200% 이하여야 하고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신용질서를 해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사업자 간 이전 시 정보제공 의무(트래블룰) 기준금액 100만 원도 폐지돼 전체 거래로 확대된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는 8월 20일부터 시행되고, 나머지 부분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적용된다. 기존 사업자의 부채비율·조직·인력·전산설비·내부통제 요건은 1년간 유예된다.

이용자 입장에서 이런 제도는 신고된 사업자와 제도권 자금 흐름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해외 사업자나 개인 지갑과의 이전에는 위험도에 따라 거래허용범위를 나누고, 1천만 원 이상 거래에는 자체 의심거래 관리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쪼개기 송금 사례로 제시된 건은 약 3개월간 약 2억 원을 입금해 USDT를 산 뒤 100만 원 미만 단위로 216회 출고한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