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이것'만 끝나면 이혼한다는 부모님 예고 때문에 너무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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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이혼 선언에 잠 못 드는 여고생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목전에 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다가오는 입시에 대한 압박감보다 시험 직후 예고된 부모의 이혼 선언으로 인해 극심한 정서적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양나래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법률 자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입시라는 중압감보다 부모의 이혼 문제로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는 수험생 A 양의 절박한 사연을 상세히 조명했다.
사연을 보낸 A 양에 따르면 그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수능을 앞두고 학업에 온전히 매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험이 끝난 뒤 부모가 뿔뿔이 흩어질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걱정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생활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A 양이 전한 가정의 분위기는 오래전부터 위태로웠다.
부모는 평소에도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서로를 향한 존중이나 대화보다는 날 선 비난과 모욕적인 폭언이 오가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무렵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동안 딸이 집에 있을 때만큼은 큰 소리로 다투는 일을 애써 자제해 왔던 부모가 그날따라 A 양이 방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눌렀던 감정을 터뜨리며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방 안에서 부모의 싸움을 숨죽여 듣고 있던 A 양은 행여나 자신이 끼어들었다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까 두려워 안절부절못했다.
그때 한쪽이 "나도 살고 싶어서 사는 거 아니야. 애 때문에 사는 거 똑같아. 수능 끝나자마자 이혼이야"라고 소리치자, 다른 한쪽 역시 지지 않고 "나도 원해. 애 때문에 발목 잡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 정도 살았으면 충분히 살았다. 대학 가면 다 끝이야"라고 맞받아치는 대화가 오갔다.
그날의 끔찍한 기억 이후 A 양에게 수능은 단순히 대학 진학을 결정짓는 통과 의례가 아니게 됐다. 시험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부모가 정말로 남남이 되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은 당장 누구와 살아야 하는지, 성인이 된 직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실적인 공포가 A 양을 덮쳤다.
부모의 화에 못 이긴 홧김의 발언이라 치부하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싸워서 뭐 하냐. 어차피 우리 끝날 거 예정돼 있는데"라며 서로를 포기한 듯한 부모의 덤덤한 대화를 엿듣고 절망에 빠졌다.
특히 부모의 유일한 재산이 대출 낀 집 한 채가 전부이고 어머니가 평생 전업주부로 살았기에 이혼 후 자신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누가 지원해 줄 수 있을지 경제적인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사연을 검토한 양 변호사는 "부모가 성년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냉정한 법리를 설명했다.
다만 양 변호사는 "성년 자녀라도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부모에게 경제적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민법상 부양 의무가 문제 될 수 있다"라며 "전업주부라고 해서 이혼 시 재산분할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한 "혼인 기간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거나 가사를 담당한 일 역시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라며 두려워하지 말고 부모에게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을 것을 조언했다.
한편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성년 독립을 기점으로 혼인 관계를 청산하려는 이른바 '수능 이혼' 분위기가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8만 8000여건으로 전년 대비 약 3.3% 감소했다.
그러나 혼인지속기간별로 살펴보면 중장년층의 이혼 비중이 여전히 높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혼 부부 중 혼인지속기간 '30년 이상' 부부가 17.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는 시기와 맞물리는 장기 플랜형 이혼 형태가 통계의 상당 부분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6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건수는 2만 5638건으로 전년 대비 4.5% 줄어 전반적인 소송 건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법률 및 가족 심리 전문가들은 입시와 양육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진 뒤 부부간의 해묵은 갈등이 표면화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만 19세 성년에 도달해 법적인 양육비 청구 의무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심각한 정서적 충격과 대학 등록금 등 경제적 공백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