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한 땅에 집 두 채…나란히 집 짓고 사는 자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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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한 땅에 서로 다른 집 지은 두 자매…스페인식 양옥과 현대식 한옥
80년대 양옥집 함께 고쳐 사는 두 여성…축의금 돌려받으려 연 특별한 파티
한집에 대문이 두 개 있다. 대문마다 집주인도 다르다. 서로 닮은 구석 하나 없는 두 여성이 한 지붕 아래 살면서 각자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 대신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한 이들은 어느 날 특별한 파티까지 열었다. 그동안 지인들의 결혼식에서 냈던 축의금을 돌려받자는 취지의 이른바 '수금 파티'였다.

3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남 편 말고 내 편이랑 사는 집’ 편을 선보인다. 경남 밀양에서 한 땅에 서로 다른 집을 지은 두 자매와 전북 군산에서 오래된 양옥집을 함께 고쳐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이웃이 된 자매와 친구에서 동거인이 된 두 사람의 집을 찾아간다.
한 땅에 집 두 채…스페인식 양옥과 현대식 한옥에 사는 자매

경남 밀양에는 한 땅에 서로 다른 형태의 집 두 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한쪽에는 스페인식 기와를 얹은 양옥집이 있고, 다른 쪽에는 전통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목조주택이 있다. 집의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두 집주인은 친자매다. 언니 이영희 씨와 동생 이순옥 씨가 각자의 취향을 담아 지은 집이다.
두 자매의 시골 생활은 동생 순옥 씨가 15년 전 땅을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순옥 씨는 언젠가 시골에 자신만의 집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땅을 마련했다. 하지만 먼저 집을 지은 사람은 언니 영희 씨였다. 7년 전 건강이 나빠진 영희 씨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기 위해 동생의 땅 일부를 구입했다. 아무리 가까운 자매라도 금전 관계만큼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땅값도 제값을 치렀다.

영희 씨는 형틀 목수로 일하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식 기와를 얹은 양옥집을 완성했다. 침실 벽은 편백나무로 마감하고 바닥에는 황토 대리석을 깔았다. 건강 회복을 위해 자연환경과 실내 자재까지 신경 쓴 것이다. 전망이 좋은 자리를 내어준 동생 덕분에 자연을 바라보며 생활한 지 7년, 영희 씨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 집 옆에 목재 구조물이 하나둘 올라가기 시작했다. 동생 순옥 씨가 오랫동안 꿈꿔온 현대식 한옥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순옥 씨는 공사 과정에서 비가 새지 않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세세한 부분에 관여하지 않았다. 집이 완성돼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동생은 해금, 언니는 드럼…집에 담긴 서로 다른 취향

순옥 씨가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 가장 정성을 들인 공간은 마루다. 어릴 적 시골집 마루에서 아버지가 귀를 파주던 따뜻한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침실에서 바로 나갈 수 있는 쪽마루와 황토방 앞 툇마루, 거실과 이어지는 누마루까지 여러 형태의 마루를 만들었다. 특히 누마루는 주변 자연을 감상하기 좋은 공간이다. 순옥 씨는 이곳에서 차를 마시거나 취미로 배우는 해금을 연주하며 시간을 보낸다.
겨울철 추위로 누마루를 사용하기 어려울 때를 대비해 실내에는 별도의 평상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언니 영희 씨는 동생의 평상을 보며 공간만 차지한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순옥 씨도 언니 집을 보면서 자신의 집에서 포기한 시설이 있다. 바로 아궁이다. 영희 씨는 유럽풍 양옥을 지으면서도 전통 아궁이를 포기할 수 없어 집 밖에 솥을 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백숙을 끓이는 등 자주 사용했지만 관리가 번거로워지면서 결국 솥에 녹이 슬고 말았다.
두 자매의 취향 차이는 취미생활에서도 나타난다. 동생 순옥 씨가 해금을 연주한다면 언니 영희 씨는 드럼을 친다. 영희 씨의 황토방에는 커다란 드럼이 자리하고 있다. 시골에 내려온 뒤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취미다. 성격과 집의 구조, 좋아하는 악기까지 다른 두 사람은 식사 시간이면 서로를 챙기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남편들이 도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두 자매는 가까운 이웃이자 든든한 가족으로 생활하고 있다.
집은 한 채인데 대문이 두 개…80년대 양옥집의 정체
두 번째 집은 전북 군산에 있다. 오래된 양옥집 한 채에 대문이 두 개 달려 있고, 서로 다른 집주인이 각자의 대문에서 손님을 맞는다. 주인공은 이슬기 씨와 백서희 씨다. 두 사람은 혈연관계가 없는 친구 사이로, 함께 집을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역 창업 지원 사업에서 시작됐다. 대학 졸업 후 창업을 위해 지방으로 내려온 서희 씨가 당시 창업 지원 제도 관리자로 일하던 슬기 씨를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각자 원룸에서 생활했지만, 지방에서도 서울처럼 작은 원룸에만 머물 필요가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함께 집을 알아보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조건에 맞는 오래된 양옥집을 발견했다.

1980년대에 지어진 이 집은 원래 세 가구가 살던 건물이다. 오래된 목창호와 천장의 장식 등 당시의 건축 양식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기존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면서 집을 고치기로 했다. 마당에 있던 불법 건축물과 본채 주변의 유리온실 구조물을 철거하자 가려져 있던 아치형 벽돌 구조가 드러났다. 하지만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철거한 구조물이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옛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단열 공사까지 포기하면서 두 사람은 겨울철 추위와 여름철 더위를 감수하며 생활하고 있다.
집 안 공간은 두 사람의 성격에 맞춰 나뉘어 있다.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서희 씨는 1층을 주로 사용한다. 침실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잘 수 있도록 널찍한 평상을 놓았다. 반면 내향적인 성격의 슬기 씨는 2층에 자신만의 공간을 꾸몄다. 풍경이 보이는 침실과 중고 가구로 채운 서재가 슬기 씨의 생활공간이다. 집에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날이면 슬기 씨가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는 일도 있다.
직접 만든 담장은 무너지고…결혼 대신 ‘수금 파티’까지

두 사람의 집에서는 셀프 인테리어의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작은 부엌은 타일 덧방 시공을 세 차례나 거친 공간이다. 여러 겹으로 두꺼워진 타일 벽 때문에 슬기 씨가 직접 공구를 구입해 벽을 잘라내기도 했다. 옆집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 담장도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담장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현재는 옆집이 훤히 보이는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이 집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특별했던 것은 서희 씨가 준비한 '수금 파티'다. 결혼 계획이 없는 서희 씨는 지금까지 지인들의 결혼식에서 냈던 축의금을 돌려받자는 생각으로 파티를 기획했다. 평소 좋아하는 사람 수십 명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손님이 많이 찾아오면 2층으로 피하던 슬기 씨도 이날만큼은 파티에 함께했다. 두 사람은 이 행사를 계기로 지금처럼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다시 확인했다.

밀양의 두 자매는 각자의 집을 지으면서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됐다. 군산의 두 여성은 성격과 생활 방식이 다르지만 한집에서 공간을 나눠 사용하며 지내고 있다. 서로 다른 관계에서 출발한 네 사람은 집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EBS1 ‘건축탐구 집’ ‘남 편 말고 내 편이랑 사는 집’ 편은 11월 3일 화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