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불암 마지막 길 배웅하다 '오열'...김경란이 직접 밝힌 '뜻밖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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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보 접해
고(故) 최불암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눈물을 쏟았던 KBS 아나운서 출신 배우 김경란이 고인과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아내 김민자를 부축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던 김경란. 그에게 최불암은 단순히 존경하는 선배 연기자가 아니라 배우의 길을 열어준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김경란은 3일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불암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연극 무대에 함께 올랐던 기억, 마지막으로 고인을 떠나보낸 심경까지 털어놨다. 특히 자신을 막내딸처럼 아껴줬던 고인의 따뜻한 격려를 떠올리며 깊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9시 뉴스 할 때도 응원해주셨다"…2003년 시작된 특별한 인연
김경란과 최불암의 첫 만남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BS에 입사한 김경란이 청주 순환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프로그램 '좋은나라 운동본부'에 투입됐을 당시였다. 김경란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불암을 처음 만났고, 이후 오랜 시간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김경란은 "KBS에 입사하고 청주 순환근무를 다녀오자마자 2003년 투입됐던 '좋은나라 운동본부'에서 최불암 선생님을 만난 게 첫 인연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를 정말 많이 응원해주신 어른이셨다. 제가 9시 뉴스를 할 때도 너무 축하해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도 계속됐다. 최불암은 1981년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은 뒤 1985년부터 전국후원회장을 맡아 국내외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 활동을 펼쳐왔다. 김경란 역시 2010년부터 재단과 인연을 맺고 각종 행사의 진행을 맡으며 고인과 다시 만났다.
김경란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선생님을 또 뵀다. '참 인연이 깊구나. 선생님도 여기 계시고 나도 여기 함께 몸담게 됐구나' 했다"고 떠올렸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만남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지며 두 사람의 관계도 더욱 깊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최불암은 김경란이 아나운서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평소 연극을 사랑했던 최불암은 김경란과 연극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고, 김경란 역시 무대 위 배우들의 에너지에 경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김경란은 연극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라고 털어놨고, 최불암은 그에게 직접 연극 출연을 제안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극 '시유어게인'에서 예술감독과 배우로 함께하게 됐다.
"연기를 뭘 배워, 그냥 하면 되지"…배우의 길 열어준 스승
김경란은 처음 연극에 도전하던 당시 최불암과 나눴던 대화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선생님, 저도 연기를 배워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했더니 '연기를 뭘 배워. 그냥 하면 되지'라고 하셨다"며 "나는 진짜 그냥 하면 되는 줄 알고 막무가내로 부딪혔다"고 웃음 섞인 추억을 전했다.
하지만 실제 무대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김경란은 무대에 선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시간이 지나도 편안해지지 않는 상황에 고민이 깊어졌다고 털어놨다. 이후 연극 '사랑해 엄마'에도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배우로서 자신을 향한 질문은 계속됐다.
최불암과 다시 작품으로 만날 기회도 있었다. 2020년 준비했던 연극 '세월이 가면'이었다. 해당 작품은 최불암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주점 '은성'에 모인 문인들과 당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박인환 시인의 작품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을 녹여낸 연극이었다.
최불암은 극 중 복덕방 주인을, 김경란은 박인환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 세 아이를 키우는 아내를 연기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극장이 폐쇄되면서 공연이 취소됐고, 결국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관객과 만나야 했다. 김경란은 "그때 최불암 선생님과 원 없이 작업했다. 무대에 못 올라간 게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최불암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김경란은 연극을 시작한 뒤에도 자신의 연기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고민했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자신도 모르게 긴 시간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한 발 한 발 선생님을 따라 걸어왔는데 뒤를 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은, 7년이라는 시간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이후 연기 워크숍과 수업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책을 읽으며 공부에 매진했다. 2024년부터는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불암이 보내준 문자메시지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김경란은 "문자를 시인처럼 보내주셨다"며 2022년 고인에게 받았던 격려를 떠올렸다.
당시 최불암은 "참 잘했어. 아름다운 것은 둘째고 연극인으로서 성공한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경란은 단순히 수고했다거나 잘했다는 말이 아니라 시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줬기에 더욱 큰 감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막내딸처럼 아꼈던 최불암…마지막 길에서 끝내 터진 눈물
최불암은 김경란을 자신의 막내딸처럼 아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란은 고인의 딸과 동갑으로, 최불암뿐 아니라 그의 아내 김민자와도 오랜 시간 가까이 지냈다. 세 사람은 '최불암의 숲 이야기 어울림'이라는 프로그램에도 함께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김경란은 "최불암 선생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두 분과 계속 인연을 두고 지냈다"며 김민자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자신을 응원하고 이끌어준 고인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이별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김경란은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보를 접했다. 그는 "케냐를 다녀와서 최근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화요일에 한국에 왔는데 목요일에 돌아가셨다. 너무 믿어지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눈물은 나는데 인정은 안 되는 상태가 3일 내내 반복됐다"며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심정을 털어놨다. 장지까지 다녀온 뒤에야 비로소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앞서 최불암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30분께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고인의 발인식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으며, 이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이날 김경란은 유족과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배우 김혜수 곁에서 눈물을 쏟으면서도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를 부축하며 자리를 지켰다. 오랜 세월 가족처럼 지내온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김경란은 배우로서 조금씩 성장해 이제야 최불암과 같은 무대에서 버틸 만한 힘을 갖게 된 것 같은데 고인이 떠나 아쉽다고 했다.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자신에게 연극의 길을 열어주고, 끊임없이 응원과 격려를 보내줬던 스승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한편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최불암은 드라마 '수사반장', '전원일기' 등을 비롯해 드라마 130여 편, 영화 90여 편, 연극 55편에서 활약했다. 오랜 세월 한국 방송과 공연계를 지키며 '국민 아버지'로 사랑받았던 고인은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의 애도 속에 마지막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