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파일이 뭐가 문제길래”…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서 강하게 질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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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맞춰 한글문서 형식 전환, 왜 필요한가?
HWP에서 HWPX로, 정부 문서 대전환의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에서 사용하는 한글 문서 파일이 인공지능(AI) 활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개선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AI 활용 확대 방안을 논의하던 중 한글 문서의 저장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사용하는 일부 문서가 AI가 내용을 읽고 처리하기에 불편한 형식으로 저장돼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같은 첨단 IT 국가에서 말이 되나 싶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하 부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초대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지낸 인물로, 지난 4월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이후 8월 30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 위촉됐으며, 이날 약 6개월 만에 이 대통령과 공식석상에서 다시 만났다. 하 부위원장은 정부가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공무원들이 작성하는 문서의 저장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우리가 흔히 쓰는 한글 파일, AI에는 왜 문제가 될까

이번 논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글 문서의 파일 형식을 알아야 한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한 뒤 저장하면 파일 이름 끝에 '.hwp'나 '.hwpx' 같은 글자가 붙는다. 이를 파일 확장자라고 하는데, 해당 문서가 어떤 방식으로 저장됐는지 알려주는 표시다. 사진 파일의 JPG, 문서 파일의 PDF와 비슷한 개념이다.

국내에서 널리 사용하는 한글 문서에는 크게 HWP와 HWPX라는 두 가지 저장 형식이 있다. HWP는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기존 한글 문서 형식이고, HWPX는 다른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도 문서 내용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개방형 형식이다. 두 파일 모두 한글 프로그램에서 열어 내용을 읽거나 수정할 수 있다. 일반 사용자가 문서를 작성하고 출력할 때는 두 형식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람이 아닌 AI가 문서를 읽고 분석할 때 발생한다. 기존 HWP 파일은 문서 내부의 글자와 표, 그림 등의 정보가 특정한 구조로 저장돼 있어 다른 프로그램이 내용을 처리하려면 별도의 해석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HWPX는 문서 정보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구분해 저장하므로 컴퓨터가 필요한 내용을 찾아내고 활용하기에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쉽게 말해 두 파일 모두 사람이 읽을 수 있지만, AI가 대량의 문서를 처리할 때는 HWPX가 더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작성한 보고서 수천 개를 AI로 분석한다고 가정해 보자. AI가 각 보고서에서 예산이나 사업명, 추진 일정 등을 찾아내려면 먼저 문서 내용을 읽어야 한다. 이때 파일 형식이 제각각이거나 정보를 추출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추가적인 변환 작업이 필요하다. 반대로 문서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저장돼 있다면 AI가 내용을 추출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기존 HWP 파일을 AI가 아예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내용을 추출하거나 다른 파일 형식으로 바꾸면 AI도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이러한 작업을 수많은 공공문서에 반복해야 하는 비효율이다. 처음부터 AI가 활용하기 편리한 형식으로 문서를 저장하면 불필요한 작업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 뉴스1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 뉴스1

"공무원들이 문서 저장할 때부터 바꿔야 한다"

하 부위원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AI 전환 방안이 보고되던 중 발언권을 요청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AI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AI를 도입하더라도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 문서를 작성하고 공유하는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부위원장은 정부가 11월 국민 AI서비스혁신추진단을 공식 가동하고 12월에는 '모두의 AI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행정 업무에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 앞서 기존 문서의 저장 방식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각 부처가 문서를 공유할 때 기존 HWP 대신 HWPX 형식으로 저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정부의 AI 전환 사업도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행정은 공무원이 챗GPT와 같은 프로그램에 질문하는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자료를 AI가 찾아내고,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담당 공무원이 수백 개의 문서를 일일이 열어 확인하는 대신 AI가 관련 내용을 검색하고 정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AI가 공공기관의 문서에 담긴 정보를 안정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 메일은 이미 바뀌었는데…여전히 HWP 쓰는 곳 많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공공기관에서 한글 문서의 저장 형식 때문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공직자 통합 메일에서 개방형 문서 형식 사용을 의무화했다. 공무원이 통합 메일로 한글 문서를 보낼 때 기존 HWP 형식으로는 첨부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HWPX처럼 개방형 형식으로 저장된 문서를 사용하도록 시스템 자체를 변경했다.

그런데 모든 공공기관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부처의 내부 메일이나 기관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기존 HWP 파일을 사용하고 있다. 공직자 통합 메일에서는 HWPX를 사용해야 하지만 다른 업무에서는 기존 HWP 파일을 계속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 장관은 각 부처가 내부 메일과 홈페이지에서도 HWPX 형식을 사용하도록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반 국민도 이러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각종 신청서와 안내문을 내려받으면 파일 이름 끝에 HWP 또는 HWPX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두 파일 모두 한글 문서지만 내부에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 다르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이 생산하는 문서를 개방형 형식으로 통일해 AI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용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다.

자료 살펴보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자료 살펴보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프로그램 살 때부터 바꾸면 되잖나"…이 대통령의 반응

하 부위원장과 윤 장관의 설명을 들은 이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들에게 HWPX를 사용하라고 계속 안내하기보다 문서 작성 프로그램의 기본 설정부터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는 HWPX 형태가 기본이 되게 해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사용하는 프로그램 자체를 바꿔 공무원들이 자연스럽게 HWPX로 문서를 저장하도록 하라는 주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문서 프로그램을 구매할 때부터 HWP 형식을 사용하지 않도록 조건을 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살 때 아예 수주 조건에 HWP 문서 파일은 삭제해버리고 달라고 그러면 되지 않느냐. 뭐 어렵게 그렇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단계에서 저장 형식을 정하면 개별 공무원에게 매번 변경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행정기관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발언이었다.

이에 하 부위원장은 새로운 문서를 작성할 때는 이미 HWPX가 기본 저장 형식으로 설정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에 HWP로 작성한 문서를 다시 열어 작업하는 경우에는 기존 형식으로 계속 저장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새로 만드는 문서는 HWPX로 저장하더라도 이전부터 사용하던 문서는 HWP로 남아 있는 것이다. 결국 오래된 문서까지 새로운 형식으로 바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 역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HWP 파일을 열어 수정한 뒤 다시 저장할 때 자동으로 HWPX로 바뀌도록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직접 파일 형식을 선택하거나 별도의 변환 작업을 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라는 주문이다. 그는 "요즘 같은 기술 수준으로 과거의 파일을 불러서 변환작업 할 때는 자동으로 HWPX가 되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대통령,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 뉴스1

"첨단 IT 국가에서 말이 되나"…총리에게 직접 해결 지시

이 대통령은 정부의 AI 전환 사업이 성공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 관리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행정 전반에 AI를 도입하려면 컴퓨터가 문서 내용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여전히 AI가 처리하기 불편한 문서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세계적인 정보기술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에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국가행정 전부 다 인공지능화 하려면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되는데, 아직도 기계가 읽을 수 없는 문서를 생산하고 있다는 게 대한민국과 같은 첨단 IT국가에서 말이 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논의들이 대한민국 국무회의에서 하고 있는 거 자체가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AI를 국가 행정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추진하면서 정작 기본적인 문서 저장 방식조차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업무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아직도 해결 못하고 있을까"라며 문제 해결을 재차 주문했다. 이어 기업인 출신인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앞으로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 달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지침을 분명히 마련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