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1주에 양수 터진 산모…받아줄 병원 없어 구급차서 출산, 아기 끝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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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1주 극조산 고위험 산모, 병원 못 찾아 구급차에서 출산

임신 21주 차에 양수가 터진 고위험 임신부가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119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아기는 태어난 직후 세종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송 도중 심정지에 빠졌고 끝내 숨졌다.

환자를 이송 중인 구급차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환자를 이송 중인 구급차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 "출산 임박" 신고부터 2시간…결국 구급차에서 출산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7시 15분쯤 대전 유성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119에 신고가 들어왔다. 양수가 터져 출산이 임박한 고위험 임신부가 있는데, 이 병원에서는 분만이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환자는 임신 21주 차인 30대 A씨였다. A씨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만삭까지 넉 달 가까이 남은 시점이어서, 일반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 2대와 구급대원 6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동시에 대전과 인근 지역 의료기관에 차례로 연락해 A씨를 받아줄 곳을 찾았다. 그러나 임신 주수가 워낙 이른 탓에 바로 입원과 분만이 가능하다고 답한 병원은 없었다.

병원을 기다리는 동안 A씨의 진통은 점점 심해졌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구급대원들은 의료진의 의료 지도를 받으며 구급차 안에서 분만을 진행했다. 아기가 태어난 시각은 오후 9시쯤으로,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40여 분이 지난 뒤였다.

■ 태어난 지 16분 만에 세종행…이송 도중 심정지

출산 직후 세종의 한 병원에서 입원이 가능하다는 회신이 왔다. 소방 당국은 오후 9시 16분쯤 A씨와 신생아를 태우고 곧바로 세종으로 출발했다. 최초 신고 후 2시간여, 아기가 세상에 나온 지 16분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송 도중 아기는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병원에 도착한 아기는 중환자실 인큐베이터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조산인 데다 응급 상황이어서 전원할 병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대원들이 구급차에서 아기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대전 관내에서는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세종에서 수용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이송했다고 밝혔다.

임신 21주는 37주 미만 출산을 뜻하는 조산 가운데서도 극히 이른 '초극소 조산'에 해당한다. 의학계에서는 통상 임신 22~24주 전후를 출생 후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경계로 본다. 이 정도로 이른 시기의 출산은 산모 치료와 함께 신생아 집중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상급 의료기관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춘 병원은 지역마다 손에 꼽을 만큼 적다.

119항공대원과 해운대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의료진이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이송 항공대원·의료진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119항공대원과 해운대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의료진이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이송 항공대원·의료진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 산부인과 10곳 중 8곳 이상은 '아이 못 받는다'

이번 사고 뒤에는 빠르게 줄어드는 분만 인프라 문제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7월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분만 진료를 한 의료기관은 조산원을 포함해 436곳이었다. 10년 전인 2015년 620곳과 비교하면 29.7% 줄었다.

동네 출산을 맡아온 병·의원급 산부인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국 병·의원급 산부인과 1571곳 가운데 실제로 분만을 한 곳은 260곳으로 16.5%에 그쳤다. 산부인과 간판을 단 병원 10곳 중 2곳도 아이를 받지 않는 셈이다. 이 비율은 2021년 19.9%에서 해마다 떨어졌고, 같은 기간 분만 병·의원 수도 313곳에서 260곳으로 줄었다.

■ 240㎞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되풀이되는 '산모 뺑뺑이'

고위험 산모가 병원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올해 들어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경기 평택에서 양수가 터진 고위험 산모가 근처에서 병원을 구하지 못해 약 240㎞ 떨어진 경남 창원까지 소방헬기로 옮겨졌다. 임신 35주 미만이던 이 산모는 임신성 당뇨를 앓고 있었고, 태아는 거꾸로 자리 잡은 역아 상태였다. 미숙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어 신생아 집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필요했지만, 충남을 포함한 주변 지역 병원 18곳가량이 모두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결국 경상국립대학교 창원병원이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구급차로는 4시간가량 걸리는 거리였다. 충남소방본부 항공대는 소방헬기를 띄워 1시간 남짓 만에 산모를 병원에 이송했다. 산모는 무사히 출산했고,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선 9월 6일에는 경기 수원에서 임신 25주 차 쌍둥이 산모가 양수가 터져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를 함께 볼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1시간 넘게 구급차 안에서 대기해야 했다. 그 사이 첫째 아이가 구급차 안에서 태어났고, 이후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진 산모는 병원에서 둘째를 낳았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지역별 협력 체계를 전국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이르면 내년부터 의료 취약지를 중심으로 산모등록제를 도입해, 담당 병원과 모자의료센터를 미리 지정하고 산전 진찰부터 산후 진료까지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대전 사례처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받아줄 병원 자체가 없다면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