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손도 인권도 함께 지킨다…고창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상생모델 ‘주목’

작성일

- 전담조직·관리센터·숙련인력 육성으로 농촌인력난 해소.. 기숙사·통역·인권보호·원스톱 행정까지

전북 고창군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정책을 통해 농촌의 일손 부족 해결과 근로자 인권보호를 함께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고창군은 ‘전국 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유치를 넘어 근로환경 개선, 인권보호, 생활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아우르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모양성제 중 거리퍼레이드 참여 / 고창군
모양성제 중 거리퍼레이드 참여 / 고창군

특히 근로자 인권보호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현장 중심의 관리와 고충 해결, 숙소 개선, 통역 지원 등을 강화하고 있다.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일손을,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안전하고 존중받는 일자리를 제공해 농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전담조직부터 관리센터까지… 농촌인력 정책의 체계화

고창군은 2022년 8월 농촌인력팀을 신설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 정책을 민선8기 1호 공약으로 추진했다. 이듬해 6월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관리센터를 설립해 통역과 고충 상담, 농가 방문 등 근로자 입국 이후의 관리까지 전담하는 체계를 갖췄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2022년 280명에서 2023년 600명, 2024년 1,800명, 2025년 3,030명으로 증가했으며, 2026년에는 3,400명 규모로 확대됐다. 5년 사이 약 12배 늘어난 규모다. 고창군은 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 등 해외 지방정부와 협력을 확대하고, 현지 인력 선발과 관리 과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불법 브로커 개입과 부당한 송출비용 부담을 예방하고, 농가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력 유치 확대와 함께 성실근로자의 재입국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숙련된 근로자가 다시 입국하면 농가는 작업에 익숙한 인력을 확보하고, 근로자는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률 85%에서 1.7%로… 현장 중심 관리의 성과

고창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관리체계를 강화하면서 무단이탈 문제에도 적극 대응해 왔다. 계절근로자 이탈률은 2022년 85%에서 2025년 1.7%로 낮아졌다. 전담조직 운영과 현장 방문, 통역 및 고충 해결, 성실근로자 재입국 확대 등 다양한 관리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고창군은 농가와 근로자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부터 근로조건과 생활상의 불편까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서류와 전화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를 직접 만나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관계기관과 협력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현장 중심 관리는 인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가와 근로자 간 신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고창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준공 / 고창군
고창군, 농업근로자 기숙사 준공 / 고창군

△인권보호 강화… 근로자의 생활까지 살피는 고창형 상생모델

고창군은 농업근로자 기숙사 조성과 무료 건강검진, 365일 통역 지원, 인권지킴이 운영, 근로자 고충 해결 등 생활과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무료 관광과 문화체험, 사랑의 옷 기부, 전통시장 장보기, 지역 축제 참여 등 지역사회와의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낯선 나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통역과 상담을 지원하고, 농가 역시 근로자 관리 과정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창군은 전국 최초로 농업근로자 기숙사를 건립한 데 이어 2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12월에는 3호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5개 권역에 기숙사를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농가의 숙소 확보 부담을 줄여 지속 가능한 농업인력 공급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외국인계절근로자 입국 환영식 / 고창군
외국인계절근로자 입국 환영식 / 고창군

△인건비 안정부터 지역소비까지… 농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농촌인력 수급 안정과 함께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전국 최초로 「농촌인력 적정 인건비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농가와 직업소개소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농가의 경영 부담을 줄이면서도 노동자의 정당한 대가와 근로조건을 함께 고려하기 위한 취지다.

외국인 근로자의 소비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창사랑상품권을 활용한 지역소비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군은 연간 20억원 규모의 지역소비 창출을 목표로, 근로자가 고창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지역 상점과 전통시장에서도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농가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도 고창군의 특징이다. 이동 출입국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등록 관련 절차를 지원하고, 이동 마약검사실과 은행 업무 지원 등을 운영해 농가와 근로자가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며 겪는 불편을 줄이고 있다. 고창군은 농촌인력 공급과 근로자 관리, 지역 내 소비를 연결해 농업과 지역경제가 함께 활력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중앙정부에 건의… 현장관리 역량에 걸맞은 지원체계 필요

고창군은 전문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관 지정에 그치지 않고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권한, 관계기관 간 역할분담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에는 외국인계절근로자 전담인력과 운영예산 지원에 지자체의 농가 ·근로자 비중, 현장관리 업무량 등 지역별 여건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또한 향후 중앙·광역·기초지자체와 전문기관의 역할 및 현장 대응 권한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고창군은 앞으로도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농가와 근로자를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유지·강화하면서, 통역·노무·교육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소중한 동반자이자 우리 지역사회의 이웃”이라며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인력을, 근로자에게는 안전하고 존중받는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창군이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력 공급과 근로자 관리, 인권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중앙정부도 지자체가 책임 있게 현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제도적 지원을 함께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