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집값 놀라울 정도로 떨어져, 폭락 걱정도" 서울 아파트값은 90주째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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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부동산 시장 관련 ‘객관적 데이터’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수도권 주택시장을 두고 "주요 지역의 실거래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폭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 공식 통계상 서울 아파트값은 90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강남권 일부 지역의 하락세와 달리 서울 전체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금 부동산 시장, 특히 수도권 주택가격의 전망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폭락을 걱정하는 쪽도 생겨나고 있다"며 주택시장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미래야 100% 누군들 장담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 그리고 반드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부동산 투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정부 부동산 통계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통계 자료들은 정기적으로 내고 있긴 하지만, 그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좀 걱정이 된다"며 "주택 가격이 상승해야 이익을 보는 쪽이 자료 중 일부만 가지고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측면들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늘고 거래량은 크게 줄고 있으며, 일부 주요 지역의 실거래가격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론 아닌 지역도 또 있다"며 지역별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주요 지역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속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전체 집값의 흐름은 대통령 발언과 차이가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뉴스1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뉴스1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10월 넷째 주(26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9% 올랐다. 상승폭은 직전 주(0.13%)보다 줄었지만 90주 연속 상승 기록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은 8.73%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격이 내린 곳은 강남·서초·송파구 3곳뿐이다. 나머지 22개 구는 올랐다. 성북구가 0.3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서대문구 0.36%, 종로구 0.35%, 강북·도봉구 0.32%, 금천구 0.30%, 구로구 0.26% 순이었다.

반면 강남구는 0.38%, 서초구는 0.35%, 송파구는 0.22% 하락했다. 강남·서초·송파구는 6주 연속 내림세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에서는 가격 조정이 뚜렷한 반면, 강북과 서울 외곽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4% 올랐다. 경기는 0.20% 상승했고 인천은 0.01% 하락했다. 군포시와 수원 영통구는 각각 0.58%, 용인 기흥구는 0.54%, 화성 동탄은 0.41% 올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에서 가격 하락이 일반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남권과 달리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은 높은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전세시장도 오름세다. 10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올라, 직전 주(0.16%)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서초구는 0.10% 하락했지만 나머지 24개 구는 상승했다. 도봉구가 0.34%로 가장 높았고 동대문구 0.32%, 금천구 0.31%, 노원구 0.29% 순이었다. 경기와 인천 전셋값도 각각 0.18%, 0.10% 올랐다.

대통령이 언급한 실거래가격과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서로 다른 통계다. 실거래가격은 실제 계약이 체결된 주택의 거래금액이고, 주간 가격지수는 조사 대상 주택의 가격 변동을 종합해 산출한다. 따라서 서울 전체 가격지수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지역이나 개별 단지의 실거래가 하락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하락폭을 판단할 구체적 근거다. 이 대통령은 일부 주요 지역의 실거래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했지만, 이날 발언에서 해당 지역과 단지, 비교 시점, 하락률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언급한 하락이 일부 고가 아파트에 국한된 현상인지, 시장 전반으로 번질 움직임인지는 추가 통계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 증가와 거래량 감소도 가격 하락과는 구분해야 한다. 매물이 늘고 거래가 줄어드는 현상은 거래 위축을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그 자체로 실거래가 하락폭을 뜻하지는 않는다. 가격 수준을 판단하려면 같은 단지·면적의 실거래 내역과 지역별 가격지수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폭등도 폭락도 바람직하진 않다"며 "시장을 믿고 또 정확한 정보에 따라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주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