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사과 요구에 고성 지르더니…'역삼동 방화범' 신상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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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 건물 두 곳에 방화해 19명 부상…피의자는 77세 이명수
경찰, 이름·나이·얼굴 사진 30일간 공개…살인미수 혐의 추가해 구속 송치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은 3일 오전 9시 홈페이지를 통해 현존건조물방화치상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명수(77)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신상정보는 이날부터 30일간 게시된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명수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심의위원회는 피해의 중대성과 범행 수단의 잔인성이 인정되고,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 공개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명수가 신상 공개 결정에 대해 서면으로 이의가 없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법에 따른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공개 결정 엿새 만인 이날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7분 간격으로 건물 두 곳에 방화…19명 부상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발생한 특허법인 연쇄 방화 사건 당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 SBS 뉴스 캡처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발생한 특허법인 연쇄 방화 사건 당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 SBS 뉴스 캡처

이명수는 지난달 20일 오전 11시 54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 3층에 불을 지른 데 이어 낮 12시 1분께 인근 한양빌딩 4층에서도 방화한 혐의를 받는다. 두 건물에는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다.

약 7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 차례 화재로 5명이 중상을 입고 14명이 경상을 입는 등 모두 19명이 다쳤다. 피해자 중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명수는 범행에 앞서 휘발유와 라이터 등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일에는 택시를 타고 역삼동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이명수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허법인 측의 사기 행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경찰은 당초 이명수에게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만 적용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그가 방화 직전 특정인의 근무 여부를 확인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사무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유일한 출입구 앞에 인화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지른 정황 등을 토대로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이명수는 지난달 29일 현존건조물방화치상과 살인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구속 송치됐다.

피해자 사과 요구에는 고성…과거에도 특허법인 직원 협박

'역삼동 연쇄 방화범' 신상 공개…77세 이명수 / KBS 보도화면 캡처
'역삼동 연쇄 방화범' 신상 공개…77세 이명수 / KBS 보도화면 캡처

송치 당시 이명수는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특허 관련 피해 주장을 반복했다. 이명수는 서울 수서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면서 "내가 하나 물어봅시다. 내가 물어볼게"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이어 언론사 여러 곳에 특허 사기 문제를 알렸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명수는 "특허 사기는 있잖아요. 이거 심각한 거예요"라며 경찰이 관련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여보세요, 그런 얘기는 그만하라니까"라며 답변을 피했다. 사람들을 살해하려 했느냐는 질문에도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고 영어로 조용히 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명수는 과거에도 특허 관련 분쟁으로 법인을 찾아가 직원들을 위협한 전력이 있다. 그는 2022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특허법인과 특허법률사무소에서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는 동작으로 위협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 동기를 분석하고 피해자 조사와 현장 감식 등을 진행했다. 이후 이명수에게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해 사건을 공소청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