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부부의 신상정보가... 믿기지 않는 사태에 청와대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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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번호까지… 공군 1호기 탑승자 168명 정보 5개월간 인터넷 노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의 여권번호를 비롯한 공군 1호기 탑승자 168명의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탑승자 명단 파일이 인터넷 유료 사이트에 5개월 가까이 올라가 있었다. 그동안 유료 회원이면 누구나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장관급 인사와 대통령 경호 인력, 청와대 출입기자의 신원 정보까지 모두 외부로 빠져나갔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0월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입장하는 선수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0월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입장하는 선수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1호기 탑승자 명단'이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이 한 사이트에 올라와 있었다고 KBS가 2일 단독 보도했. 컴퓨터 파일이나 인터넷 주소(URL)의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유료로 검사해 주는 사이트다. 파일 열람과 내려받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파일 맨 윗줄에는 이 대통령, 그 아래에는 김 여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명단에는 탑승자의 국문·영문 성명과 소속, 직책, 생년월일, 여권번호, 여권 발급일과 만료일이 담겼다. KBS는 명단에 있는 자사 청와대 출입기자의 여권번호를 실제 정보와 대조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여권 정보가 그대로 유출됐다는 뜻이다.

유출된 명단에는 고위급 인사도 적지 않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장관급 인사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정보가 차례로 이어졌다. 대통령경호처의 경호처장 보좌관과 경호계획과장, 수행경호부장, 수행경호과장 등 경호 인력의 신원도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의료진과 검식관, 의상·화장 담당 등 대통령 비서실 소속 실무 수행원과 출입기자들의 정보도 포함됐다.

해당 파일은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유럽 순방에 나설 때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인원의 명단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은 6월 9일부터 18일까지 벨기에와 유럽연합(EU), 이탈리아, 교황청을 방문했다. 이탈리아는 국빈 방문이었다.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파일이 사이트에 올라온 시점은 출국 일주일 전인 6월 2일이다. 순방 준비 과정에서 명단 파일의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고 이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누가 파일을 올렸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동선과 수행 인력 정보가 순방 출발 전부터 외부로 새 나간 셈이다. 파일은 이후 5개월 동안 그대로 방치됐다. 정부는 최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공군 1호기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타는 전용기다. 관제탑에서는 대통령이 탑승한 비행기를 '코드 원(Code One)'이라는 호출부호로 부른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편명은 KAF-001이다.

현재 1호기는 대한항공에서 빌려 쓰는 보잉 747-8i 기종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대한항공 보잉 747-400을 5년 단위로 임차해 1호기로 쓰다가 2020년 국방부가 대한항공과 새 계약을 맺으면서 747-8i로 기종을 바꿨다. 계약 금액은 5년간 약 3000억원이다. 2010년 1차 임차 때 1157억원, 2015년 2차 임차 때 1421억원이던 비용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대한항공이 기체와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을 함께 제공하고 공군이 군 통신·방어 장비를 탑재해 운용하는 구조다. 1호기 전체 관리는 외교부가 맡는다.

747-8i는 마하 0.86의 속도로 순항하며 최대 14시간, 1만4815km를 날 수 있다. 이전 기종보다 운항 거리가 약 2300km 늘었다. 기체 안에는 대통령 전용실과 침실, 수행원석이 마련됐다. 미사일 공격 등에 대비한 통신 장비와 보안 장비도 갖췄다. 현 임차 계약은 2027년 1월 10일 끝난다. 공군은 기체를 사들이는 대신 임차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이나 국내 이동 때 주로 타는 2호기도 올해 새 기체로 바뀌었다. 1985년 도입돼 40여 년 동안 운항한 구형 2호기 대신 보잉 737-8 기종이 투입됐다. 신형 2호기는 올해 3월 15일 서울공항에서 개통 행사를 열었다. 임차 기간은 2031년 2월 26일까지이며 임차비는 약 2600억원이다. 국무총리 등 다른 정부 대표단도 2호기를 이용한다.

최상명 보안 전문가는 KBS에 "여권 정보와 함께 다른 개인정보가 결합된다면 그 사람의 신원을 인증하는 요소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단에 경호 인력의 신원까지 담긴 만큼 경호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 경호 인력의 정보가 적성국의 정보 수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권번호와 생년월일이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신원 확인 절차를 악용한 사칭이나 표적 공격에 쓰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5개월 가까이 유출 상태가 이어진 만큼 이미 해킹 등 범죄에 악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는 KBS 보도 직후 입장을 내고 "보도 내용에 대해 사전 인지 후 대응 조치를 취했다"며 "앞으로 외교부 등에서 추가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현재 관련 경위 등에 대해 다각적인 조사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개인정보 취급 사업자들에게 드리는 충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이 글에서 "이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인력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바란다"며 "사고 발생 시 이제부터는 아낀 비용 이상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징금 부과, 강력한 형사처벌은 물론 집단소송으로 민사배상까지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에는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가 국가전략자산이자 보호해야 할 인권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KBS는 보도에 앞서 사이트 관리자에게 주요 인사의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해당 파일은 열람이 차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