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식 제공받는데 민생지원금까지…“ 교도소·구치소 수용자에게 간 돈, 규모 드러났다

작성일

교도소·구치소 수용자 7만3565명분 민생지원금 수령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들에게도 정부가 지급한 민생지원금이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2일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수용자를 지급 대상에서 빼는 규정이 따로 없었기 때문인데, 교정시설에서 숙식을 제공받는 수용자에게 지원금까지 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용자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는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수용자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는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전날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약 2년 동안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모두 7만3565명분이다. 1인당 최소 10만 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전체 금액은 73억 원을 넘는다.

소비쿠폰 5만4000여 명, 고유가 지원금 1만9000여 명 받아

세부 내역을 보면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 때 쿠폰을 받은 수용자는 3만4201명이었다. 2차 지급 때는 2만282명이 소비쿠폰을 받았다. 이어 올해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받은 수용자는 1만908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6만3680명이다.

다만, 실제로 얼마가 지급됐는지는 법무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동아일보에 "지원 대상을 심사하고 상품권을 내주는 일은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어서 정확한 지급액을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한 정육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지난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한 정육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지난해 소비쿠폰은 소득 수준과 사는 지역에 따라 금액이 달랐다. 1차 때는 국민 1인당 기본 15만 원이 지급됐다.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30만 원을 받았고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 원을 받았다. 여기에 비수도권 주민은 3만 원을,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은 5만 원을 더 받았다. 2차 지급에서는 보험료 등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를 뺀 국민 90%에게 1인당 1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됐다.

올해 시행된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중동 전쟁으로 기름값과 물가가 오르자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10만 원부터 최대 60만 원까지 차등 지급됐다.

가족이 대신 신청한 수용자는 통계서 빠져

7만3565명이라는 숫자도 전부가 아니다. 이번 통계는 교정시설장이 수용자를 대신해 신청한 경우만 센 것이기 때문이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기한이 임박한 지난 8월 23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점포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가능 매장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기한이 임박한 지난 8월 23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점포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가능 매장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수용자는 수감 중이라 지원금을 직접 신청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족이 대신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대신 신청해 줄 사람이 없으면 교정시설장이 대리로 신청한다. 법무부 통계에는 이 경우만 잡혔다. 따라서 가족이 신청한 경우까지 더하면 실제로 지원금을 받은 수용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교정시설장이 대리로 신청하는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수용자가 신청서와 위임장을 내면, 교정시설 직원이 이를 모아 시군구별로 나눠 신청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장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정기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직원들이 두세 달 동안 본래 업무가 아닌 일에 투입되는 셈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상품권은 수감 중엔 못 써… ”지급 기준 다시 따져봐야"

수용자가 받은 상품권은 수감 기간에는 쓸 수 없다. 교정시설 안에서 간식 등을 살 때 쓰는 영치금과 달리 '특별보관품'으로 분류돼 따로 보관되기 때문이다. 수용자는 출소할 때 상품권을 돌려받는다. 또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넘길 수도 있다.

교도소 복도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교도소 복도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수용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지원금의 지급 기준에 있다. 소비쿠폰과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모두 소득 기준만 따진다. 그래서 국내에 사는 국민이라면, 수용자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교정시설에서 숙식을 제공받는 수용자에게까지 민생지원금을 주는 것이 제도를 만든 취지와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용자가 실제로 돈을 쓸 수 있는지와 가족의 경제 사정을 함께 살펴서 지급 기준과 방식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