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불암 조문 불참한 김용건 “'미신이다' 그러실 수 있다, 하정우 결혼식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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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과 22년 부자로 호흡 맞춘 김용건, 아들 혼사 앞두고 빈소 못 간 사연
배우 김용건이 고(故) 최불암의 빈소를 찾지 못한 데 대해 자신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이들의 마음도 이해한다며 무거운 심경을 털어놨다. 김용건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고인과 22년간 아버지와 아들로 호흡을 맞췄다. 다음 달 장남인 배우 하정우의 결혼식을 앞두고 조문을 자제한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다.
김용건은 지난 1일 문화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빈소에 가지 못한 사정과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그는 "제게도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며 "결혼식 마치고 묘소를 찾아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최불암과 각별했던 김용건 "눈 감으시고 1시간 만에 비보 접해"
김용건은 백일섭, 이계인 등과 함께 생전 최불암과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였다. 그런 만큼 지난달 29일 밤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누구보다 빨리 접했다.
그는 "눈을 감으시고 1시간 정도 지나서 알게 됐다"며 "아침 일찍 빈소를 가려고 서두르고 있는데 주변 이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다음 달에 아들 결혼식이 있는데 비보를 듣고 준비하던 중 여러 사람에게 조문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집안에 혼사를 앞두고 있을 때 상가 방문을 삼가는 일부 관습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건은 "하나의 관습이긴 하지만, 모른 척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당연히 제가 곁을 지키고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힘들다"고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하정우는 오는 12월 13일 배우 차정원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열애를 공식 인정했으며, 지난달 14일 양측 소속사를 통해 결혼 소식을 알렸다.

■ 아들 하정우 결혼식 앞둔 김용건 "'미신이다' 그러실 수 있다...어떤 결정도 힘들더라"
김용건의 사정은 앞서 백일섭의 입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백일섭은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인과의 추억을 꺼냈다. 그는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저녁을 먹고 소주도 한잔했다. 김용건, 이계인, 나, 최불암 넷이 자주 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용건이는 와야 하는데 아들이 다음 달에 장가가지 않나"라며 "나한테 연락이 와서 '좀 그래요'라고 하길래 '그러면 오지 마라'고 했다"고 전했다. 집안에 큰 경사를 앞두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처지를 헤아려 직접 만류했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서는 혼사를 앞두고 상가 방문을 피하는 관습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아직 결혼식까지 한 달 넘게 남았다며 아쉬워하는 반응이 있는 한편, 자식의 혼사를 앞둔 부모로서 마음이 쓰였을 것이라며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용건도 자신의 결정을 서운하게 여길 수 있는 이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서운해하시는 분들이) 왜 안 그러시겠나?"라며 "'왜 이렇게 갇혀 있는 답답한 소리를 하나', '그게 미신이다' 그러실 수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김용건은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결정도 힘들더라"며 "결혼식 끝나고 묘소를 찾아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용히 가서 못다 한 얘기도 나눌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빈소에 가지 못하는 대신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고도 했다. 김용건은 "가서 뵙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기도했다"며 "어젯밤에도 '편한 데 가서 잘 쉬시고, 먼 훗날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저도 곧 따라가니까 형님 편히 쉬십시오' 하고 기도했다"고 전했다.

■ "병원서 '갇혀 있는 것 같다' 하시던 형님"…최불암과의 마지막 만남 떠올린 김용건
김용건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해였다. 그는 "지난해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계실 때 뵀는데, 그때는 의자에 앉아 계시고 상당히 건강한 모습이셨다"고 떠올렸다.
당시 최불암은 "참 답답하다", "여기 갇혀 있는 것 같다"며 병원 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김용건은 "'형님, 좋아지시려고 병원에 온 거니까 두 발로 걸어서 나오십시오. 저희들은 그렇게 기대를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건강이 좋지 않던 고인은 지인들의 연락을 잘 받지 않고 만남도 꺼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건은 "김민자 선배님께도 몇 차례 전화를 드렸는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며 "그러다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됐다"고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김민자는 고인의 아내다.
최불암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입원해 재활 치료를 이어왔으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향년 87세로 눈을 감았다.

■ "논두렁서 담배 태우던 뒷모습, 그게 우리 아버지들"
김용건은 고인을 소탈하면서도 연기 앞에서는 엄격했던 선배로 기억했다. 그는 "백일섭 선배랑 계인이랑 노량진 수산센터 가서 불암이 형과 회도 먹고 소주도 한 잔씩 마셨다. 항상 소탈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기를 잘못하면 야단도 맞았다. 나도 혼났다"며 "그런데 그게 얼마나 약이 되는지 모른다. 다 애정이 있어서 그러신 거다. 새록새록 다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전원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고인의 연기도 꼽았다. 김용건은 "대사 없이 해 질 녘에 담배 한 대 태우시면서 논두렁에 앉아 농사 수확을 바라보시던 모습이 선하다"며 "그 모습은 그냥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와 나이는 여섯 살 차이지만 정말 존경하고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김 회장과 그의 장남 용진으로 22년을 함께했다.
고(故) 최불암의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5일간 치러진다. 2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이 엄수됐고, 이어 서울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운구 행렬은 고인이 1985년부터 전국후원회장을 맡아온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본부에 들른 뒤 장지인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으로 향했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최불암은 MBC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 역으로 '국민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KBS1 '한국인의 밥상'을 14년간 진행하며 시청자와 만났고, 정부는 지난달 30일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