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오징어이기에... 한 마리에 무려 10만원인 '끝판왕 오징어'

작성일

많이 잡히는데도 값이 오르는 이유

오징어가 한 마리에 10만원이라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아무리 귀한 수산물이라도 오징어라는 이름에 붙은 가격치고는 상당하다. 그런데 실제로 이 정도 가격에 팔리는 오징어가 있다. '오징어의 제왕'으로 불리는 무늬오징어다.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이 직접 무늬오징어를 구입해 회와 튀김으로 맛봤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회로 먹었을 때는 10만원을 낼 만큼의 가치는 없다고 평가했지만 튀김은 다른 오징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과연 무늬오징어는 어떻게 먹어야 제값을 할까. 또 같은 무늬오징어인데 조리법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무늬오징어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영상 캡처
무늬오징어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영상 캡처

'한 마리 10만원 주고 산 끝판왕 오징어, 과연 돈값 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김지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최근 올라왔다. 김지민은 새벽 수산시장에서 무늬오징어를 구매해 손질부터 시식까지 전 과정을 보여줬다.

무늬오징어는 몸통 전체를 감싸는 넓은 지느러미가 특징인 난류성 오징어다. 표준명은 흰꼴뚜기다. 김지민은 무늬로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 줄무늬가 있으면 수컷이다. 물방울 모양 무늬가 있으면 암컷이다.

크기는 개체마다 차이가 크다. 김지민은 400~500g짜리를 '감자', 그보다 큰 것을 '고구마', 더 큰 것을 '무' 크기에 빗댔다. 최대 5kg까지 확인된 사례가 있다.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등 남쪽으로 갈수록 큰 개체가 많이 발견된다. 국내에서는 3kg만 넘어도 대물로 친다.

무늬오징어 값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김지민은 “5년 전만 해도 살아있는 무늬오징어가 kg당 3만~4만원 정도에 팔렸는데 지금은 1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끔 7만~8만원에 팔리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가성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어획량이 줄어서 비싸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잡히는 양은 늘고 있다. 국내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무늬오징어, 입술무늬갑오징어, 쇠갑오징어 같은 난류성 오징어류가 북상하고 있다. 제주와 남해에서 주로 잡히던 이들 오징어가 동해 북부까지 올라오고 있다. 서해에서도 충남 외연도 인근까지 무늬오징어가 북상한다. 김지민은 이날 시장에서 충남 서천산 무늬오징어도 봤다고 전했다.

무늬오징어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그런데도 값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다. 김지민은 SNS를 타고 무늬오징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시장에서 보이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단맛 좋은 오징어'로 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그는 "공급량도 많은데 수요는 더 많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민은 내장을 빼면 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수율이 좋다는 점도 무늬오징어의 장점으로 꼽았다.

김지민이 구매한 무늬오징어는 죽은 개체였다. 새벽 도매시장에서 1.54kg짜리를 kg당 6만5000원을 줬다. 10만원을 주고 산 셈. 살아있는 개체가 아닌데도 이 가격이다. 그는 무늬오징어 유통 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징어는 죽은 직후에도 한동안 신경이 살아 있어 몸 표면의 색소포가 깜빡인다. 이날 산 오징어는 깜빡임이 없었다. 김지민은 죽은 지 여덟 시간 이상 지난 것으로 봤다.

무늬오징어 회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영상 캡처
무늬오징어 회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영상 캡처

일본에서는 무늬오징어를 잡자마자 두 눈 사이 미간을 찔러 신경을 차단한 뒤 유통한다. 신경을 차단하면 색소포가 한꺼번에 꺼지면서 몸 전체가 하얗게 변한다. 겉보기에는 볼품이 없다. 대신 하루이틀 지나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신경 차단을 하지 않은 채 유통된다. 소비자들이 하얗게 변한 오징어를 보면 오래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얀 이유가 신경 차단 때문인지, 시간이 지나서인지, 얼음에 닿아서인지 겉으로는 알 수 없다.

김지민은 "서로 믿고 판매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다 신경 차단을 해서 유통할 텐데 그게 아쉽다"고 말했다. 신경 차단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무르고 씹을 때 끈적거린다. 시장에서 무늬오징어를 얼음에 직접 닿지 않게 냉장 상태로 보관하는 것도 색깔 때문이다. 얼음에 닿은 단면은 하얗게 변해 보기 좋지 않다.

손질은 쉽지 않았다. 김지민은 2, 3년 만에 무늬오징어를 직접 손질한다고 했다. 손질 도중 먹물 주머니가 터지기도 했다. 간과 입, 아가미 등 내장은 모두 버렸다. 그는 껍질을 얼마나 잘 벗기느냐에 따라 식감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회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 처음 씹을 때는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다가 끝에 단맛이 올라왔다. 살은 찐득하게 찰졌다. 오징어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은 사라진 상태였다. 김지민은 남는 맛을 "찹쌀죽을 쑤면 나는 달달함"에 비유했다. 일반 오징어와 비교해 달라진 점을 묻자 "달다. 일반 오징어는 이렇게까지 달지 않다"고 답했다.

가장 맛있는 부위는 지느러미였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지느러미는 아작아작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김지민은 "오징어의 생명은 아삭아삭 탱글탱글 쫄깃쫄깃한 식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 지 12시간이 지난 지금 지느러미를 빼고는 10만원을 주고 회로 먹기에는 애매하다"고 평가했다. 신선도가 맛의 차이를 가른다는 것이다.

김지민은 무늬오징어의 경쟁 상대로 갑오징어를 꼽았다. 횟감으로는 두 오징어가 막상막하라고 봤다. 중요한 것은 신선도다. 살아있을 때 바로 먹거나 죽기 전에 반드시 신경을 차단해야 한다. 튀김은 무늬오징어가 확실히 앞선다고 했다. 튀김은 살이 어느 정도 두꺼워야 맛있다. 갑오징어는 무늬오징어의 두께를 따라오지 못한다.

분식집과 식당에서는 두 오징어 모두 너무 비싸 쓰지 못한다. 대신 두께감이 있으면서 값이 싼 훔볼트오징어가 쓰인다. 흔히 대왕오징어로 불리는 종이다. 김지민은 "두께감이 있으니 먹을 만하지만 맛과 식감으로는 무늬오징어를 못 따라간다"고 말했다.

무늬오징어 튀김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영상 캡처
무늬오징어 튀김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영상 캡처

남은 무늬오징어는 튀김으로 만들었다. 얼음물에 튀김가루를 풀어 반죽을 만들었다. 두 번 튀길 필요는 없다며 한 번만 튀겼다. 레몬 폰즈 소스를 곁들였다. 맛을 본 김지민은 "아는 맛이지만 업그레이드된 맛"이라고 말했다. 겉은 탱글탱글하고 속은 씹을수록 부드러웠다. 그는 "씹다 보면 자연에서 오는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며 "이래서 무늬오징어, 무늬오징어 하는구나"라고 감탄했다. 강원 주문진에서 갓 잡은 오징어를 튀기면 비슷한 맛이 나지만 두께감에서 무늬오징어가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김지민은 무늬오징어가 앞으로 더 많이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무늬오징어는 원래 봄부터 여름까지 가장 많이 잡혔다.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북상하는 무늬오징어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제주와 경남 거제·통영, 전남 여수에서 주로 잡혔다. 지금은 강원 속초까지 올라온다. 김지민은 "겨울에도 계속 잡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늬오징어 산란기는 4~6월이다. 이때 어미들이 잘피밭이 무성한 연안으로 들어온다. 이 시기에는 덩치 큰 개체가 많아 낚시인들이 봄에 주로 출조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그해 태어나 자란 개체가 많이 잡힌다. 무늬오징어는 대부분 1년을 산다. 덩치가 크든 작든 1년생이다. 김지민은 짝짓기를 하지 않은 개체는 2년을 산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동해안까지 올라온 무늬오징어는 다음달부터 먼바다로 빠지며 남하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민은 “11월에서 12월까지 시장에 활무늬오징어가 보이면 회로 꼭 드셔 보시라”고 권했다. 이어 "저처럼 횟감용을 비싸게 사지 말고 선도가 떨어져 조리용으로만 쓸 수 있는 것을 저렴하게 사서 튀김으로 드셔 보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