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이나영 결혼식 생각난다…강원도 논밭에서 결혼식 올린 유명인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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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열애 끝 강원도 논밭에서 올린 특별한 결혼식
tvN 패션 크리에이터 서바이벌 '킬잇: 스타일 크리에이터 대전쟁'(이하 '킬잇')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스타일리스트 겸 패션 인플루언서 김나라가 8년간 사랑을 키워온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장은 호텔도, 도심 웨딩홀도 아니었다. 두 사람이 고른 장소는 강원도 횡성의 한 논이었다. '킬잇' 우승 소감에서 밝힌 결혼 약속이 8년 열애 끝에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김나라는 지난 1일 강원도 횡성에서 연인과 야외 결혼식을 올렸다. 같은 날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객들이 찍은 예식 현장 사진과 영상을 올렸고, 들판을 무대로 삼은 이색적인 풍경은 곧바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원빈·이나영 떠오르게 한 '들판 웨딩'
논 한가운데서 치러진 결혼식이 알려지자 자연스럽게 소환된 부부가 있다. 배우 원빈·이나영이다. 두 사람은 2015년 5월 30일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의 한 밀밭 오솔길에서 가족들만 초대한 채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소속사가 공개한 사진 속 두 사람은 푸른 밀밭을 걸어 나와 양가 부모 앞에서 혼인 서약을 나눴다. 소속사는 두 사람이 예식이 열릴 들판을 직접 찾아다니고, 테이블에 올릴 꽃 한 송이까지 손수 골랐다고 전했다. 예식 뒤에는 초원 위에 가마솥을 걸고 가족들과 국수를 나눠 먹었다. 두 사람은 2012년 같은 소속사에서 인연을 맺어 이듬해 열애를 인정했지만, 이후에도 공식석상에서 관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결혼식 역시 연예계 동료나 관계자 없이 가족들만 모인 가운데 비공개로 치렀고, 소속사는 예식이 끝난 뒤에야 소식을 알렸다. 당시 결혼식장에 놓인 가마솥 4개 가운데 2개는 동네에서 빌려온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톱스타답지 않은 소박한 결혼식은 이후 '스몰 웨딩'의 대명사처럼 회자됐다.
밀밭과 논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같은 강원도 땅에서 자연을 식장 삼아 두 사람만의 방식으로 예식을 꾸렸다는 점에서 김나라의 결혼식은 11년 전 원빈·이나영의 결혼식과 겹쳐 보인다. 이날 김나라와 연인은 각각 부모의 손을 잡고 논 사이 길을 걸어 식장에 들어섰다. 하객들이 둘러앉은 식사 테이블 역시 논 사이에 길게 차려졌다. 편안한 한복 차림의 사람들이 야외에서 전을 부치는 모습도 SNS 영상에 담기며 시골 잔치 같은 분위기를 더했다.

볏짚·벼이삭·사자탈…잔치가 된 특별한 논밭 결혼식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펼쳐진 들판에서 예식을 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겼다. 김나라는 짧은 금발 머리에 드레이프 장식이 들어간 아이보리색 드레스를 입었고, 연인은 검은 재킷에 통 넓은 회색 바지를 매치해 개성 있는 웨딩룩을 완성했다. 김나라의 손에는 꽃다발 대신 벼이삭으로 만든 부케가 들려 있었다.
식장 장식도 들판과 어우러졌다. 두 사람은 볏짚과 노란 꽃으로 꾸민 대형 조형물 앞에 나란히 섰고, 연회 테이블 위에는 옥수수와 볏짚, 노란 꽃이 놓였다. 예식 오프닝에서는 풍물패가 흥을 돋웠고, 물안개가 낀 산을 배경으로 전통 사자탈 공연까지 펼쳐졌다. 이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두 사람과 하객들은 내내 밝은 표정으로 예식을 즐겼다. 한 지인은 "최고 아름다운 결혼식 1위 선정"이라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김나라는 예식을 마친 뒤 "잠시 박음질을 멈추고 오늘 궂은 날씨에도 웃는 얼굴로 먼길 와주시고 즐겨주신 하객분들 모두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라며 하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준비 과정부터 두 사람다웠다. 김나라는 결혼식 열흘 전 웨딩 사진을 공개하며 이날을 "결혼식(혹은 잔치)"이라고 표현했다. 성냥을 좋아하는 취향을 살려 성냥갑 모양의 청첩장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한 패션 브랜드의 제안으로 찍은 웨딩 화보는 폭우 속에서 촬영됐는데, 그는 당시를 두고 "그것도 비가 콸콸 오는 날, 오히려 로맨틱하게"라고 적었다. 화보 속 김나라는 어깨선이 드러나는 순백의 드레스에 자수 장식이 들어간 긴 베일을 썼고, 검은 옷을 입은 연인과 커다란 면사포를 함께 뒤집어쓴 채 환하게 웃었다.
"'불수리' 종이 한 장뿐이겠죠"…결혼 전날 남긴 장문의 고백
김나라는 결혼식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해진 길은 없어요. 우리만의 길을 가면 되죠. 우리는 그 어떤 방식도 아닌, 지금의 우리 모습 그대로가 가장 좋아요"라며 "8년 동안 서로를 사랑하고,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고, 우리의 자리를 찾기 위해 싸우며, 여전히 우리의 사랑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저 우리 자신으로 살아온 끝에… 드디어 내일 결혼합니다!!!"라고 적었다.
동성 간 혼인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국내 현실도 언급했다. 그는 "실제로 혼인신고를 하러 가더라도 돌아오는 건 '불수리'라는 내용이 담긴 종이 한 장뿐이겠죠.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요? 하하"라고 씁쓸한 농담을 건넸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축하하기 위해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고, 세상이 우리의 사랑을 인정해 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생각도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자유롭게 사랑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우리의 작은 사랑 이야기가 세상의 또 다른 성소수자 커플 중 단 한 커플에게라도 자신의 미래를 믿을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더없이 큰 의미가 있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나라의 결혼은 지난여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그는 지난 7월 '킬잇' 최종회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언제나 저의 가장 멋진 파트너이자 매니저인 저의 여자친구 너무 고맙다"며 "지금까지는 돈 때문에 미뤄왔다고 생각하는 결혼식을 꼭 올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송 뒤 SNS에 연인을 "내 파트너이자 와이프"라고 부르자, 연인은 "고생했다! 식장 잡을까?"라는 댓글을 달았고 김나라는 "하객석 많은 곳으로"라고 답했다. 우승 무대에서 밝힌 다짐을 약 3개월 만에 지킨 셈이다. 당시 해당 게시물에는 '킬잇' 멘토였던 차정원과 참가자 최미나수도 '좋아요'를 누르며 축하를 보냈다.
김나라는 1995년생으로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해외 유명 브랜드 패션위크에 초청받았고, 아이돌 그룹 스타일링을 맡기도 했다.
식은 올려도 '법적 부부'는 아직…국내 동성혼 현주소
김나라의 말처럼 국내에서 동성 커플은 결혼식을 올려도 법률상 부부가 될 수 없다. 민법에 동성 간 혼인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법원과 행정기관은 혼인을 남녀의 결합으로 해석해 동성 커플의 혼인신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를 바꾸려는 법적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는 동성 배우자와 낸 혼인신고가 불수리되자 2014년 법원에 불복 신청을 냈지만 1심에서 각하됐고 항고도 기각됐다. 2024년 10월에는 동성 커플 11쌍이 시민단체 '모두의 결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함께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불복하는 이른바 '혼인평등소송'을 전국 6개 법원에 냈다.
사법부 판단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19년 결혼식을 올린 동성 커플 소성욱·김용민 씨는 소 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취소되고 보험료가 부과되자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패소했지만 2023년 2월 서울고법은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4년 7월 18일 동성 동반자에게도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는 취지였다. 다만 이 판결은 건강보험 제도에 한정된 판단으로, 동성 결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동성 결혼을 제도로 받아들이는 국가가 늘고 있다. 네덜란드가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고, 미국은 2015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전국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019년 처음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으며, 태국도 2025년부터 동성 커플의 혼인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