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해커, 알트코인 130종 2억 7,900만 달러어치 처분…매도 압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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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바이낸스 63억 달러 해킹 배후로 북한 트레이더트레이터 지목
해커는 이더리움으로 전환 중, 바이낸스는 비트코인 출금부터 재개

도시 야경 앞 사무실에서 암호화폐 동전과 열린 상자를 마주한 후드 차림 인물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도시 야경 앞 사무실에서 암호화폐 동전과 열린 상자를 마주한 후드 차림 인물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약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 1달러 1,334원 기준) 규모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FBI는 31일(현지시각) 보도자료에서 북한 연계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탈취 자산은 대부분 이더리움으로 바뀌고 있고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와 즉시 교환 서비스를 거쳐 추가 세탁될 것으로 FBI는 예상했다. 바이낸스는 출금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다시 열기 시작했다.

FBI “북한 트레이더트레이터 소행”…차단 요청 주소 목록 공개

FBI는 해킹이 29일 발생했다고 밝혔다.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에 따르면 FBI는 미국 비밀경호국, 국세청 범죄수사국과 함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당국은 공격자들이 탈취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으로 바꾸는 장면을 포착했다. 앞으로는 디파이 프로토콜과 즉시 교환 서비스를 이용해 출처를 더 흐릴 것이라는 게 FBI의 예상이다.

FBI는 민간 업계에 직접 협조도 요청했다. 토르체인 노드(THORNode) 운영자, RPC 노드 운영자, 즉시 교환 서비스, 디파이 서비스, 블록체인 분석업체 등이 대상이다. 트레이더트레이터가 세탁에 쓰는 주소와 오가는 거래를 막아 달라는 요구다. 크립토슬레이트는 FBI가 수백 개의 관련 암호화폐 주소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ABC 방송은 같은 조직이 지난해 발생한 15억 달러 규모의 바이비트(Bybit) 해킹의 배후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 랩스의 아리 레드보드(Ari Redbord) 최고정책책임자는 해커들이 자산을 잘게 쪼개 소규모 거래소로 세탁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은 수개월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인터넷 속도로 벌어진 은행 강도”라면서도 “자금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수사하고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쫓고 쫓기는 고양이와 쥐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나무 테이블에서 거래 차트가 표시된 노트북을 타이핑하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나무 테이블에서 거래 차트가 표시된 노트북을 타이핑하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알트코인 130종 이상 2억 7,900만 달러어치 처분 포착

온체인 데이터에서는 탈취 자산 일부가 시장에 풀린 정황도 확인됐다. 코인포매니아에 따르면 크립토 트위터 논평가 @lookonchain은 해커가 2억 7,900만 달러 이상의 알트코인을 처분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처분 물량에 이더리움 12만 3,400개와 USDC 169만 개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처분된 알트코인은 130종이 넘는다.

63억 달러라는 전체 피해액과 비교하면 이 금액은 일부에 해당한다. 다만 FBI가 밝힌 ‘이더리움으로의 전환’과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코인포매니아는 갑작스러운 매도 물량이 이더리움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가격 변동 폭을 수치로 제시하지는 않았고 시장 전반은 엇갈린 신호를 보인다고만 전했다.

코인포매니아는 이런 해킹이 연쇄 청산을 앞당겨 가격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가들의 시각도 소개했다. 바이낸스가 해킹 이후 입출금을 일시 중단했고 법 집행기관 및 블록체인 인텔리전스 팀과 협력 중이라고도 전했다. 이 매체의 보도는 한 계정의 온체인 추적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트론 대출 프로토콜로 동결 회피…토르체인 일시 중단은 ‘우연’

세탁은 이미 진행 중이다. 크립토슬레이트는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인널리시스를 인용해 해커들이 트론 기반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로 스테이블코인 동결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 동결로 이미 묶인 탈취 자산은 약 30억 달러다. 수법은 트론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대출 프로토콜에 맡기고 예치 영수증 토큰을 받는 것이다. 발행사가 이 토큰은 직접 동결할 수 없다.

해커들은 영수증 토큰을 새 지갑으로 옮겨 스테이블코인으로 되돌린 뒤 이더리움 같은 자산으로 브리지(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자산 이동)한다. 체인널리시스는 이 경로로 약 50만 달러를 추적했다. 동결 위험을 줄이면서 디파이 유동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토르체인에서는 공교롭게도 별개의 기술 문제가 터졌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재편성 탓에 10ETH 입금에 이중 환불이 잘못 발행됐고, 긴급 중단이 걸리면서 대부분의 브리지에서 스왑이 막혔다. 북한 해커를 포함한 모든 이용자가 영향을 받았다. 크립토슬레이트는 이 중단이 일시적이고 무차별적이었을 뿐 도난 자금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토르체인은 앞서 도난 자금 거래를 방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9월에는 비트겟의 3억 8,800만 달러 해킹과 연계된 자금을 막아 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허가 없이 쓰는 구조여서 선별적 검열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해킹 관련 거래가 몰린 닷새 동안 토르체인은 9월 수입 300만 달러의 약 63%를 벌었다.

공동 창업자 채드 바라포드는 FBI의 요청에 노드 운영자가 실시간 공개 정보 이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영장이 필요 없다. 수사에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적었다. 토르체인은 5월에 자체 1,100만 달러 규모 익스플로잇을 당한 뒤 비상 중단을 실시했는데, 이는 개별 주소 차단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출금은 비트코인 네트워크부터…북한은 해킹으로 얼마나 벌었나

바이낸스는 일요일인 11월 1일 출금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첫 번째로 열린 곳은 비트코인 네트워크다. 바이낸스는 엑스에서 최근 일주일간 이용자 수요 데이터를 기준으로 토큰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와 자산 쌍마다 안정성·보안 점검을 마친 뒤 접근을 연다는 방침이다.

바이낸스는 재개 과정에서 혼잡, 처리 지연, 일시적 중단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출금이 실패하면 잠시 뒤 다시 시도하라는 당부다. 이용자는 출금 페이지나 네트워크 상태 페이지에서 자산별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바이낸스는 엑스에서 “사고로 도난당한 자금의 재무적 영향을 전액 보전하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했다.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보안업체 서틱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연계 해커들이 2025년 암호화폐 해킹 피해액의 약 60%를 훔쳤다고 전했다. 서틱은 2025년 보안 사고 손실 추정액 34억 달러 가운데 20억 달러 넘게가 북한 관련 조직의 소행이라고 분석했다. 656건 중 79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6년 초까지 북한 연계 세력이 263건의 사고에서 훔친 암호화폐는 약 67억 5,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서틱은 북한이 암호화폐 절도를 핵심 국가 수입원으로 ‘산업화’했다고 결론 내렸다. 코인텔레그래프가 인용한 독립 연구기관 밀리터리스펜드는 탈취한 암호화폐가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예산 외 자금 조달 수단이 된다고 짚었다. 북한의 연간 국방비는 중간 추정치 기준 최대 60억 달러이나 이 수치는 불확실하다고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