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도 안 밀렸는데 공포·탐욕 지수 51에서 29로 급락…15억7천만 달러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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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해킹 여파로 24시간 선물 15억7천만 달러 청산, 비트코인 5억2,200만 달러
코인베이스 13%↓, 200일선 7만3천 달러 지지선 거론

여러 대의 꺼진 모니터 앞 비트코인·이더리움 모형과 ‘청산’ 표지판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여러 대의 꺼진 모니터 앞 비트코인·이더리움 모형과 ‘청산’ 표지판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바이낸스 해킹 여파로 24시간 동안 약 15억7천만 달러(약 2조 1,000억 원, 1달러 1,338원 기준) 규모의 암호화폐 선물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이 약 5억2,200만 달러, 이더리움이 약 3억6,100만 달러를 차지했다. 두 자산을 합치면 약 8억8,300만 달러로 전체 청산액의 절반을 넘는다. 10월 30일(현지시각) 공포·탐욕 지수가 전날 51에서 29~30으로 급락하고 비트코인이 한때 약 7만6,400달러까지 밀린 장세에서 나온 숫자다.

청산 15억7천만 달러, 레버리지 포지션이 먼저 무너졌다

청산은 빌린 돈으로 쌓은 포지션이 가격 변동을 못 견디면 거래소가 자동으로 정리하는 절차다. 따라서 이 금액은 투자자의 실제 손실액이 아니라 강제 종료된 포지션의 규모다. 트레이딩뷰에 게재된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월 29일 약 7만7,839달러에 마감한 뒤 이튿날 새벽 약 7만6,400달러까지 내려갔다. 저점 기준 낙폭은 2%에 못 미친다.

그 정도 움직임에도 레버리지 포지션은 버티지 못했다. 다만 집계마다 차이가 있다. 디크립트는 같은 시기 청산 규모를 13억 달러 이상으로 전했고, 비트코인 낙폭도 기준이 달랐다. 수요일 연방준비제도 결정 이후 가격 대비 약 6% 낮고 하루 전보다 약 4%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기준 시점과 집계처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는 만큼 단일 수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바이낸스 생태계 토큰인 BNB는 약 8.5% 하락했다. 반면 시장 전체 구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비트코인 점유율은 59% 안팎,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약 2조 6,000억 달러를 유지했다. 가격보다 투자 심리가 먼저 얼어붙은 장세였다.

하락 그래프와 붉은 화살표가 표시된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를 조작하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하락 그래프와 붉은 화살표가 표시된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를 조작하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코인베이스 13% 급락…크립토 관련 주식도 동반 약세

충격은 증시의 암호화폐 관련주로 번졌다. 코인텔레그래프가 야후파이낸스 데이터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30일 금요일 코인베이스 주가는 13% 넘게 떨어졌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은 9% 넘게,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는 약 8% 하락했다. 비트코인 채굴·데이터센터 업체 아이렌(IREN)은 10% 넘게,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 기업 피겨 테크놀로지 솔루션스(Figure Technology Solutions)는 약 9% 내렸다.

하락의 배경에는 해킹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코인베이스와 스트래티지는 해킹 공개 다음 날이 아닌 전날인 29일 목요일에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코인베이스의 순이익은 7억 1,900만 달러였지만 이 중 약 7억 1,500만 달러가 암호화폐 투자 평가이익이다. 이를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7,800만 달러에 그쳤다. 순매출은 1년 전보다 약 34% 감소한 11억 6천만 달러다.

예측시장 사업은 연환산 매출이 2억 달러를 넘었다고 코인베이스는 밝혔다. 스트래티지는 순이익 195억 3천만 달러를 냈는데 비트코인 보유분 평가이익이 209억 1천만 달러였다. 매출은 3% 줄어든 1억 2,540만 달러다. 안드루 강(Andrew Kang) 최고재무책임자는 11월 5일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회사가 발표했다.

2018년 사태와 달랐던 이유…현물 ETF가 완충재

디크립트는 사건을 2018년 3월 바이낸스 사건과 비교했다. 당시 비트코인은 몇 분 만에 1만 740달러에서 9,690달러로 떨어졌다. 공격자가 계정을 장악해 API 키를 만들고 비아코인(Viacoin)의 가격을 끌어올린 사건이었으며 바이낸스는 탈취된 자산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암호화폐 시장 전체 가치는 4,000억 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고 지금은 약 2조 6,000억 달러다.

가장 큰 차이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다. 이들 펀드는 현재 약 130만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공급량의 약 6%다. 주주들은 코인을 바이낸스에 보관하지 않는다. 아부다비의 무바달라(Mubadala)와 아부다비투자청 같은 국부펀드도 매수에 나서고 있다. 블랙록 펀드에는 수요일 1억 3,600만 달러가 유입됐다(파사이드 인베스터스(Farside Investors) 자료).

심리 지표의 출발선도 달랐다. 2018년에는 공포·탐욕 지수가 12로 이미 ‘극단적 공포’ 구간이었다. 이번에는 코인마켓캡 지수가 43에서 36으로 내려 ‘중립’에서 ‘공포’ 구간으로 넘어왔다. 앞서 언급한 29~30은 다른 보도가 인용한 지수여서 산출처에 따라 수치가 다르다.

바닥 논쟁과 남은 변수

공포 지수 29를 두고 시장에서는 해석이 갈린다. 엑스(X)에서는 ‘역사적 매수 기회’라는 글이 돌았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리라는 워런 버핏의 격언에 기댄 논리다. 분석가 벤저민 코웬은 기술적 기준점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부근인 약 7만3,000달러를 잠재적 지지선으로 짚었다. 대선이 있는 해의 과거 흐름에 근거한 판단이며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로 예정돼 있다.

반론도 있다. 글래스노드 자료에 따르면 장기 보유자 중 약 400만 BTC가 8만 5,000달러에서 11만 8,000달러 사이에서 매수한 뒤 평가손실 상태다.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 12만 6,080달러보다 약 38% 낮다. 해시키 분석가 팀 선은 해킹 이전에 시장의 문제를 “패닉 셀링이 아니라 새로운 매수세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이 사건의 진짜 시험대는 ETF 자금 흐름이다. 해킹은 미국 증시 마감 뒤인 10월 29일 오후 4시 5분(미 동부시간)에 시작됐고, 목요일 ETF 순유입 잠정치 1,700만 달러는 그 이전 수치다. 금요일 흐름이 ETF 보유자들의 매도 여부를 처음 보여 준다.

바이낸스는 6억 3,400만이 아닌 63억 4천만 달러 이상의 회사 자금을 손실 보전용으로 따로 잡아 뒀다고 밝혔다. 이 중 50억 달러는 탈취된 것과 같은 토큰으로 이미 보유 중이고 약 30억 달러는 동결 상태다. 리처드 텡 공동 최고경영자는 40시간 안에 출금을 재개하고 월요일까지 지급준비금 증명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했다. 45시간으로 전한 보도도 있어 보도마다 시간이 다르다.

공격자 지갑에는 아직 42만 ETH 이상과 18,270 BTC, 약 24억 달러어치가 남아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동결할 수 없는 자산이다. 다른 토큰까지 합치면 30억 달러를 넘는다.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공격자가 자동화로 자금 흐름을 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