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이 투병 중에 MBC에 부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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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정리하는 다큐멘터리 만들어달라" 직접 요청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은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 뉴스1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은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 뉴스1

배우 고(故) 최불암이 투병 중에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달라고 제작진에 직접 요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31일 MBC에 따르면 최불암이 생전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프로그램 제작을 요청했던 사연이 전날 방송된 MBC 추모 특집 앙코르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에서 공개됐다.

제작진은 방송 초반 자막을 통해 “2025년 이미 투병 중이던 최불암 배우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어 "본 다큐멘터리는 이를 받들어 고인의 생전인 올해 5월 방송됐다"고 설명했다.

'파하, 최불암입니다'는 지난 5월 전파를 탄 2부작 특집 다큐멘터리다. 최불암의 67년 연기 인생을 음악과 함께 한 편의 플레이리스트로 엮은 라디오 형식으로 꾸며졌다. 진행은 MBC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최불암의 맏아들 역을 맡았던 배우 박상원이 맡았다. 동료 배우 고두심, 박근형, 채시라, 정경호 등이 출연해 고인과 얽힌 추억을 풀어놓았다.

최불암은 제작 당시 오랜 시간 자신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그게 광대의 마음"이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평생 연기자로 살아온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광대라 불렀다.

방송에는 투병 중이던 최불암의 모습도 담겼다. 지난 6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병원을 찾았을 때의 장면이 화면에 나왔다. 병상 곁에는 아내인 배우 김민자가 자리를 지켰다.

MBC는 지난 29일 별세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파하, 최불암입니다' 1·2부를 특별 재편성했다. 1부는 30일 방송됐다. 2부는 다음 달 1일 오전 9시 30분 시청자를 찾는다.

최불암은 지난 29일 밤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져 재활 치료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조문은 3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최불암은 오랜 기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아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데 힘을 보탰다.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최불암의 본명은 최영한이다. 그는 1959년 극단 실험극회의 연극 '햄릿'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1965년에는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탤런트로 안방극장에 발을 들였다. 1969년 MBC로 자리를 옮겼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송된 MBC '수사반장'에서는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았다. 원칙과 정의를 중시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형사를 연기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1972년 명예 경감에 위촉되기도 했다. 2024년에는 민간인 최초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에 위촉됐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 동안 방송된 MBC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을 연기했다. 배우 김혜자와 22년 동안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국민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그대 그리고 나', '식객'과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등에도 출연했다. 그가 평생 출연한 작품은 드라마 130여 편, 영화 90여 편, 연극 50여 편에 이른다.

2011년부터는 14년 동안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진행을 맡아 전국 각지의 음식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1974년과 1978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992년에는 통일국민당 소속 전국구 의원으로 제14대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빈소에는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학 시절부터 6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배우 임현식은 "선배님이야말로 가장 한국인이고, 가장 한국 문학적인 배우"라며 고인을 기렸다. 그는 "불암 형님, 끝까지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배우 이계인은 "절 놔두고 먼저 가시면 어떻게 하냐"며 눈물을 쏟았다. 방송인 이홍렬은 고인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회장님'으로 불러왔다고 전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생전 최불암이 "행복이 멀리 있지 않으니 등 뒤의 창문을 열어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배우 나문희는 우리의 자랑이었던 고인이 먼저 떠나 섭섭하다며 애도했다. 배창호 감독은 자상하고 친구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분이라고 고인을 떠올렸다. '그대 그리고 나'에서 최불암의 아들로 출연했던 배우 차인표는 국민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해준 데 감사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우리 시대의 아버지로 오랜 세월 국민 곁을 지켜주신 선생님을 기억하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