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 직접 연락...故최불암, 다큐 제작 요청한 사연 뒤늦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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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하, 최불암입니다' 30일 방송

배우 고(故) 최불암이 투병 중이던 지난해 MBC 제작진에게 직접 연락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최불암 빈소 모습.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최불암 빈소 모습.

30일 MBC가 추모 특집 앙코르 다큐멘터리로 다시 방송한 '파하, 최불암입니다' 1부에서 제작진은 자막으로 이같은 제작 배경을 밝혔다. 제작진은 "2025년 이미 투병 중이던 최불암 배우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 다큐멘터리는 이를 받들어 고인의 생전인 올해 5월 방송됐다"고 덧붙였다. 건강이 나빠진 상황에서도 고인이 직접 나서 자신의 연기 인생를 정리하고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려던 것으로 보여 먹먹함을 안겼다.

'파하, 최불암입니다'는 올해 5월 방송된 2부작 다큐멘터리다. 고인의 67년 연기 인생을 한 편의 플레이리스트로 엮어 음악과 함께하는 라디오 형식으로 꾸려졌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고인의 맏아들을 연기했던 배우 박상원이 DJ 역할의 프리젠터(발표자)를 맡았다. 박근형, 고두심, 채시라, 정경호 등 동료·후배 배우들도 출연해 고인과의 인연을 전했다.

고인은 방송을 준비하며 "오랜 시간 저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게 광대의 마음이다"라는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故최불암이 투병 중 다큐멘터리 제작을 직접 요청한 사실이 MBC '파하, 최불암입니다'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 MBC
故최불암이 투병 중 다큐멘터리 제작을 직접 요청한 사실이 MBC '파하, 최불암입니다'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 MBC

고인은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해 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에 힘썼지만 최근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고, 29일 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MBC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특별 재편성했다. 1부는 30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됐고, 2부는 11월 1일 오전 9시 30분 방송된다.

1939년생인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1967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뽑혀 드라마 '수양대군'에 출연했고, 1969년 MBC 특채 탤런트로 발탁됐다. MBC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역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김 회장을 맡아 '국민 아버지'로 불렸다. 1985년부터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을 맡아 어려운 아동을 돕는 활동도 오랫동안 이어왔다. 정부는 30일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최불암 빈소 모습.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최불암 빈소 모습.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 시대의 아버지, 최불암 선생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민배우 최불암 선생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연극 무대에서 출발해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오랜 세월 국민의 사랑을 받아오셨다"며 "정의를 지키는 형사로, 정겨운 아버지로 우리 곁에 함께해 주신 선생님의 모습은 오래도록 국민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좋은 배우가 되려면 자신이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씀처럼, 선생님은 연기를 넘어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셨다"며 "사회의 그늘을 살피고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려 하셨던 선생님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 속 인자한 목소리와 호탕한 웃음소리가 여전히 생생하다"며 "우리 시대의 아버지로 오랜 세월 국민 곁을 지켜주신 선생님을 기억하겠다. 부디 평안히 쉬십시오"라고 고인을 기렸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5일장으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빈소에는 30일 고인을 추모하는 동료와 후배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원일기'에서 고인과 부자(父子)로 호흡을 맞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조문했다. 극 중 아내 역의 김혜자, 맏며느리 역의 고두심, 막내아들 성인 시절을 연기한 임호 등도 빈소를 찾았다.

드라마 '기분 좋은 날'에서 고인과 부부 호흡을 맞춘 나문희도 빈소를 방문해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가서 마음 한구석이 많이 섭섭하다"며 "추억이 너무 많은데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윤여정, 김혜수, 선우용녀, 차인표, 양택조, 신현준 등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발인은 11월 2일 엄수된다. 이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열린다. 장지는 경기 파주 동화경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