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태국 2부, 단 5분만 열리는 기차역 시장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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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kg 넘는 바구니 메고 달리는 상인들…부리람역의 특별한 풍경
발효 소시지부터 미슐랭 솜땀까지…태국 미식의 고향 이산 여행

기차가 역에 도착하자 무거운 바구니를 멘 상인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50kg이 넘는 짐을 들고 분주하게 물건을 판매하지만,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이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면 상인들은 순식간에 자리를 정리하고 흩어진다. 태국 동북부 부리람역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장의 풍경이다.

11월 3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구석구석 가성비 투어, 태국' 2부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이산'에서는 배우 이재황이 태국 동북부 이산 지역을 여행한다. 독특한 발효 소시지와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솜땀 맛집, 단 5분 동안 열리는 기차역 시장부터 물소를 돌보며 살아가는 부부의 소박한 밥상까지 태국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와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돼지고기와 쌀을 발효시킨 소시지…이산의 특별한 맛

EBS1 ‘세계테마기행-구석구석 가성비 투어, 태국’ 2부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이산’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EBS1 ‘세계테마기행-구석구석 가성비 투어, 태국’ 2부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이산’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여정은 태국 동북부 이산(Isan) 지역에서 시작된다. 이산은 라오스와 캄보디아에 인접한 지역으로, 태국의 다른 지방과 구별되는 독특한 음식과 생활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찹쌀과 발효 음식, 매콤하고 새콤한 맛을 즐기는 식문화로 유명하다.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진 솜땀 역시 이산 지역의 음식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재황이 먼저 찾은 곳은 이산 지역의 관문으로 불리는 나콘라차시마(Nakhon Ratchasima)다. 이곳에서는 타오 수라나리 기념비(Thao Suranari Monument)를 방문해 지역의 역사를 살펴본다. 타오 수라나리는 19세기 라오스 세력의 침공에 맞서 지역 주민들을 지킨 인물로 전해지며, 현지에서는 '모 할머니'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승리의 문으로 알려진 춤폰 게이트(Chumphon Gate) 역시 나콘라차시마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다. 오래된 성문의 흔적을 둘러보며 이산 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역사 탐방을 마친 이재황은 맛있는 냄새를 따라 길거리 노점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만난 음식은 이산 지역의 대표적인 소시지인 싸이끄럭 이산(Sai Krok Isan)이다. 일반적인 소시지와 달리 돼지고기와 쌀을 함께 넣어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싸이끄럭 이산은 돼지고기와 쌀, 마늘 등을 섞어 소시지 형태로 만든 뒤 일정 시간 발효시키는 음식이다. 이 과정에서 특유의 새콤한 맛이 만들어지며, 숯불에 구우면 고소한 풍미까지 더해진다. 이재황은 노점에서 갓 구운 소시지를 맛보며 이산 지역만의 독특한 발효 음식 문화를 경험한다.

50kg 바구니 메고 춤까지…기차역에 나타난 상인들

다음 목적지는 '즐거운 도시'라는 뜻을 지닌 부리람(Buriram)이다. 이재황은 기차를 기다리던 중 독특한 차림의 상인들을 발견한다. 이들은 '마이칸(Mai Khan)'이라는 긴 대나무 장대 양쪽에 바구니를 매달고 각종 음식과 채소를 운반하고 있었다.

바구니에는 판매할 물건이 가득 담겨 있다. 두 바구니를 합친 무게는 50kg이 넘을 정도다. 이재황도 직접 장대를 들어보지만 무거운 짐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상인들은 익숙한 솜씨로 장대를 어깨에 걸치고 바구니를 번쩍 들어 올린다. 심지어 무거운 짐을 멘 채 춤까지 추며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부리람역의 이른바 '5분 시장'이다. 기차가 역에 도착하면 상인들이 승객들을 상대로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데,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차가 도착하자 상인들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음식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이면서 역 주변은 순식간에 활기를 띤다. 그러나 장사가 한창인 것도 잠시, 제한 시간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상인들이 바구니를 둘러메고 빠르게 흩어진다.

단 5분 동안 펼쳐지는 시장은 일반적인 재래시장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짧은 시간에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상인들의 모습에서는 현지 주민들의 치열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처음 만난 여행자를 '아들'이라 부른 할머니

부리람역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도 이어진다. 이재황은 5분 시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할머니를 따라가 하루를 함께 보내게 된다. 처음 만난 여행자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이산 지역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

기차역에서 짧게 마주친 인연이지만 할머니는 이재황을 친근하게 대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마음을 나누고,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는 특별한 친밀감이 생긴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할머니는 이재황을 '아들'이라고 부르며 손을 꼭 잡아준다. 이재황이 기차에 올라 떠나는 순간에도 할머니는 멀어지는 기차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다. 여행지의 유명한 관광 명소나 특별한 음식 못지않게 현지 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한 교감이 여행의 중요한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슐랭 가이드가 주목한 솜땀…우돈타니의 별미

여정은 메콩강 유역과 가까운 태국 동북부의 또 다른 도시 우돈타니(Udon Thani)로 이어진다. 이산 지역은 라오스와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만큼 음식에서도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가 덜 익은 파파야를 활용한 태국식 샐러드 솜땀(Som Tam)이다.

솜땀은 파란 파파야를 가늘게 채 썰어 고추와 마늘, 라임, 피시소스 등을 넣고 버무려 만드는 음식이다. 절구에 재료를 넣고 찧거나 섞어 양념을 배게 하는 조리 방식이 특징이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짭짤한 맛에 강렬한 매운맛까지 더해져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재황은 우돈타니에서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솜땀 전문점을 찾아간다.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솜땀에는 어떤 특별한 비법이 숨어 있을지 직접 살펴본다. 익숙한 태국 음식도 지역과 식당에 따라 재료의 배합과 맛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산 지역만의 음식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전통 과자 작업장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쌀을 이용한 과자 카오퐁(Khao Phong)을 만들고 있다. 쌀 반죽을 얇게 펼쳐 햇볕에 말린 뒤 숯불에 구워내는 음식이다.

카오퐁은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전통 간식이다. 반죽을 준비하고 햇볕에 건조한 뒤 불에 굽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지금은 이 같은 방식으로 과자를 만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재황은 직접 카오퐁을 구워보며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이산 지역의 소박한 먹거리를 맛본다.

도로를 가득 채운 물소 떼…강가로 향하는 이유

EBS1 ‘세계테마기행-구석구석 가성비 투어, 태국’ 2부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이산’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EBS1 ‘세계테마기행-구석구석 가성비 투어, 태국’ 2부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이산’ 예고편 속 장면. / EBS 제공

이산 지역의 농촌에서는 도시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길을 걷던 이재황은 도로를 가득 메운 물소 떼와 마주친다. 수많은 물소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모습은 낯설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일상적인 광경이다.

물소들이 향하는 곳은 강가다. 우기에는 주변 땅이 물에 잠기면서 풀을 뜯을 만한 장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물소들이 수초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물소는 오랫동안 태국 농촌에서 농사와 운송 등에 활용돼 온 가축으로, 오늘날에도 농촌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재황은 물소들이 강가에서 풀을 뜯는 동안 배를 타고 수련 줄기를 수확하는 부부를 만난다. 수련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수생식물이지만 태국에서는 일부 종류의 줄기를 식재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부부는 물 위에서 직접 수련 줄기를 채취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황은 부부의 작업을 지켜보며 현지 농촌 사람들이 자연에서 식재료를 얻고 살아가는 방식을 살펴본다. 강가에서 물소를 돌보고 수련 줄기를 수확하는 모습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방콕의 화려한 거리와는 또 다른 태국의 일상을 보여준다.

갓 수확한 수련 줄기로 만든 밥상…이산 사람들의 따뜻한 정

물소와 수련 줄기를 통해 인연을 맺은 부부는 이재황을 집으로 초대한다. 처음 만난 여행자를 위해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식탁에는 조금 전 강에서 수확한 수련 줄기를 활용한 요리도 오른다.

대표적인 음식은 팟 사이 부아(Phat Sai Bua)다. 수련 줄기를 다른 재료와 함께 볶아 만드는 태국식 가정 요리로, 수생식물 특유의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현지에서 직접 채취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산 지역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수련 줄기 요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음식이 식탁에 차려지고, 부부는 이재황에게 정성껏 준비한 한 끼를 대접한다. 유명한 식당이나 화려한 요리는 아니지만 직접 수확한 식재료와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특별한 식사가 완성된다.

이재황은 부부와 함께 음식을 나누며 이산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낯선 여행자에게 기꺼이 집을 내어주고 음식을 나누는 모습에서 현지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이 전해진다.

이번 방송에서는 나콘라차시마의 역사 유적부터 독특한 발효 소시지, 부리람역의 5분 시장과 우돈타니의 솜땀 맛집까지 이산 지역의 다채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여행자를 아들처럼 대해준 할머니와 물소를 돌보며 살아가는 부부의 따뜻한 이야기가 더해져 태국 동북부의 진정한 매력을 전한다.

EBS1 '세계테마기행-구석구석 가성비 투어, 태국' 2부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이산'은 11월 3일 화요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

태국 동북부 이산 지역 부리람 / 구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