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연이…박술녀가 “사실 故 최불암 수의 1년 전부터 준비”라며 밝힌 내용
작성일 수정일
1년 전부터 준비한 수의, 한복 디자이너의 마지막 예의
천상 배우 최불암을 위해 밤을 새운 이유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가 고(故) 최불암의 마지막 길에 입힐 수의를 약 1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박술녀는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된 최불암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빈소가 마련된 직후 현장을 찾은 그는 김민자가 입을 상복을 전달했다.
취재진에게는 "사실 선생님이 돌아가신 줄 몰랐다. 오늘 상복을 준비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왔다"며 "사모님이 입으실 옷을 준비해 드렸고, 오늘 저녁이나 내일 다시 최불암 선생님이 입으실 수의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 준비는 고인의 건강 이상을 알게 된 시점부터 시작됐다. 박술녀는 "선생님이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준비했다. 척추가 아프셔서 수술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포를 만들어 놓았다"며 "바지저고리 등은 만든 지 거의 1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3주 전쯤 사모님께서 선생님이 좀 안 좋으시니 본격적으로 준비해 달라고 연락을 주셨다"며 "도포와 바지저고리는 이미 만들어 놓은 상태였고, 이외에 필요한 소품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문 당일 상복을 서둘러 전달한 이유도 밝혔다. 박술녀는 "사모님께서 입으실 상복을 급히 전달해 드리기 위해 택시를 타고 서둘러 왔다"며 "미처 준비 못한 수의의 다른 요소들을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고 있다, 오늘 저녁에도 다시 와서 전달해 드리고, 부족한 소품이 있다면 내일(31일)도 찾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챙기기 위해 장례 기간에도 빈소를 다시 찾겠다는 뜻이다.
최불암과의 인연은 한복을 매개로 시작됐다. 박술녀는 "선생님과는 한복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회상했다.
평소 KBS 1TV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즐겨 봤다는 그는 "한 번은 좀 더 화려한 한복을 준비해 갔는데 선생님께서 소색의 옷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자연을 사랑하고 옛스러운 것을 좋아하셨던 어른"이라고 기억했다.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존경도 드러냈다. 박술녀는 "정말 천상 타고난 배우셨다. 평생 다른 곳에 발을 디디지 않고 오로지 연기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라며 "국민 배우로서 얼마나 많은 유혹이 있었겠나. 그런데도 중심을 잡고 한평생 배우의 길을 걸어오셨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한복을 48년 동안 해왔지만 한길을 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며 "선생님께서 10년만 더 사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 국민에게 정말 많은 울림을 주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고인의 성품과 대중에게 남긴 인상도 언급했다. 박술녀는 "최불암 선생님을 모르는 국민은 없겠지만, 한복 하면 저를 찾아주셨다"며 "선생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한복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존경할 수밖에 없는 배우"라며 "제가 여기서 선생님이 어떤 분이셨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그분의 위상을 다 설명하지 못할 정도다, 정말 천부적으로 타고난 배우셨고, 언행 하나하나도 인상적인 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김민자의 모습에 대해서는 "사모님께서 너무 담담하게 계셔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며 "상복을 입혀드리고 머리에 핀을 꽂아드리면서도 대배우의 아내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대중이 최불암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느냐는 질문에는 "이 나라에 태어나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말 많은 울림을 주셨다. 특유의 너털웃음 속에 소시민적인 정서가 담겨 있던 분"이라며 "하늘나라에서도 꼭 필요한 영혼이 있다면 그런 역할을 하실 것 같다, 분명 천당에 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날씨가 참 좋다. 비가 오지도 않고 해가 반짝 뜨는 날"이라며 "선생님께서 하늘나라에 가셔서 편안하게 지내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최불암은 지난 29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향년 87세.
지난해 3월 그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치료에 집중했으며, 2025년에는 약 14년간 진행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하차했다. 올해 3월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5월에는 그의 연기 인생을 조명한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공개됐다.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967년 K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돼 드라마 '수양대군'에 출연했고, 1969년에는 MBC 특채 탤런트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특히 MBC '수사반장'에서 박 반장 역을 맡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으며, '전원일기'에서는 김 회장 역으로 출연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후 '그대 그리고 나'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2011년부터는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로 전국의 음식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고인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거행된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
최불암은 1969년 동료 배우 김민자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생전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의 장례 미사는 발인일인 11월 2일 여의도성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발인은 이날 오전 7시로 예정됐으며 장지는 동화경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