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작정하고 곧 출시하는 제품의 정체... 애플·소니 정조준

작성일

프리미엄 헤드폰으로 애플에 도전장

삼성전자가 무선 이어폰을 넘어 프리미엄 헤드폰 시장에 도전한다. 갤럭시 이름을 단 첫 오버이어 헤드폰 '갤럭시 스튜디오'가 국내 전파 인증을 통과했다. 공개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시리즈 최초의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 / 뉴스1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시리즈 최초의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 / 뉴스1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오버이어 헤드폰(모델명 SM-U700)이 최근 국립전파연구원(RRA) 적합성 평가를 통과했다. 이에 앞서 독일 시험인증기관 TÜV 라인란드의 인증도 받았다. 당시 인증 서류에는 이 제품이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등록됐다. 충전 입력은 5V 1A로 기재됐다. 전자기기가 각국 인증 절차를 잇달아 밟으면 출시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 제품은 지난 8월 삼성 웨어러블 앱 코드에서 '갤럭시 H1'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포착됐다. 이후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튜디오' 상표를 출원했다. 이에 따라 최종 제품명은 갤럭시 스튜디오가 유력해졌다. 삼성 이름을 단 풀사이즈 헤드폰이 나오는 것은 10여 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귀에 꽂는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 시리즈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삼성전자 갤럭시 이름을 단 첫 오버이어 헤드폰 '갤럭시 스튜디오'가 국내 전파 인증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삼성전자 갤럭시 이름을 단 첫 오버이어 헤드폰 '갤럭시 스튜디오'가 국내 전파 인증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최근에는 음향 제품군을 부쩍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갤럭시 버즈4와 갤럭시 버즈4 프로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갤럭시 버즈 시리즈 최초의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을 국내에 내놨다. 갤럭시 버즈 온은 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 제품이다. 형상기억합금 소재가 귀 모양에 맞게 휘어져 오래 착용해도 부담이 적다. 저음을 보강한 '트윈부스트 스피커'를 넣었다. 소리가 밖으로 새는 것을 줄이는 누음 저감 기술은 갤럭시 버즈 시리즈 가운데 처음 적용했다. 가격은 29만9000원이다.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버즈 온에 대해 "갤럭시 버즈 온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주변 소리를 확인하고 싶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버이어 헤드폰까지 나오면 삼성전자는 커널형과 클립형 이어폰에 헤드폰까지 착용 방식별 음향 제품을 모두 갖추게 된다.

지금까지 유출된 정보로 보면 갤럭시 스튜디오는 블루투스 6.1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을 지원할 전망이다. 블루투스 6.1은 갤럭시 버즈4 시리즈에도 들어간 규격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을 오가며 자동으로 연결을 바꿔주는 '버즈 자동 전환' 기능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앱 코드에서는 헤드 트래킹, 대화 모드, 터치 제스처, 자동 전원 끄기 설정도 확인됐다. 충전 단자는 USB 타입-C다. 이 단자로 유선 연결해 고해상도 음원을 듣는 기능도 지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헤드폰 시장에 다시 뛰어드는 배경에는 정체된 무선 이어폰 시장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 무선 이어폰(TWS) 출하량은 8210만 대로 1년 전보다 0.7% 줄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출하량이 줄어든 것은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시리즈 최초의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 / 뉴스1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시리즈 최초의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 / 뉴스1

브랜드별로는 애플이 1680만 대를 출하해 점유율 20.5%로 1위를 지켰다. 샤오미는 860만 대로 10.4%였다. 삼성전자는 550만 대(6.7%)로 3위다. 삼성전자 출하량은 1년 전보다 2.9% 줄었다. 상위 5개사 가운데 출하량이 늘어난 곳은 애플과 오포뿐이었다. 중저가 이어폰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고가 헤드폰으로 수익성과 브랜드 존재감을 함께 끌어올릴 필요가 커졌다.

삼성전자에는 든든한 음향 자산이 있다. 바로 하만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미국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는 2017년 3월 마무리됐다. 하만은 JBL, AKG,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AKG와 JBL은 이미 자체 브랜드로 오버이어 헤드폰을 팔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수 직후부터 하만의 음향 기술을 갤럭시 기기에 접목했다. 2017년 갤럭시 S8에는 AKG가 튜닝한 이어폰을 기본으로 넣었다. 2019년 내놓은 첫 갤럭시 버즈도 ‘AKG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만의 덩치도 커졌다. 하만은 지난해 5월 미국 의료기기업체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사들였다. 이 사업부는 바워스앤윌킨스(B&W)와 데논, 마란츠, 폴크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만의 지난해 매출은 15조783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조5311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갤럭시 스튜디오에 AKG 튜닝 등 하만의 기술이 들어갈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갤럭시 스튜디오가 정면으로 겨냥하는 제품은 애플의 에어팟 맥스다. 애플은 2020년 1세대 에어팟 맥스를 내놓은 뒤 5년여 만인 지난 3월 16일(현지시각) 에어팟 맥스 2를 공개했다. 미국 판매가는 549달러로 1세대와 같다. 새 제품은 H2 칩을 탑재했다. 애플은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이전 세대보다 최대 1.5배 좋아졌다고 밝혔다. USB-C 케이블로 연결하면 24비트 48kHz 무손실 음원도 들을 수 있다. 디자인과 무게, 스마트 케이스는 이전 세대와 같다.

애플의 가장 큰 무기는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를 아우르는 생태계다. 에어팟 맥스 2는 머리를 끄덕이거나 저어 전화를 받거나 거절하는 기능, 실시간 번역, 주변 소리에 맞춰 음량을 조절하는 적응형 오디오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을 잇는 연결성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버즈 자동 전환과 헤드 트래킹 등 갤럭시 기기와 연동하는 기능을 갖춘 이유다. 프리미엄 헤드폰 시장에는 소니 WH-1000X 시리즈 같은 강자도 버티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갤럭시 스튜디오의 출시 일정과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