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진성준 입국' 거부한 이유가... 혹시 '방화 전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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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35년 전 진성준 판결문 들여다보려는 것일까

미국 정부가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비자를 거부하면서 35년 전 판결문을 들여다보려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진 위원장이 신청한 관용비자(A-2)는 미국 국무부 규정상 범죄 전력을 이유로 거부할 수 없는 비자다. 그런데도 미국은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미국은 판결문에서 무엇을 확인하려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 /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 / 뉴스1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진 위원장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미국 측이 보낸 비자 거절 통지서를 담은 사진을 올렸다. 지난 12일 신청한 비자는 미국 영사 전자 신청 센터(CEAC)에서 '거부(Refused)'로 처리됐다. 미국은 진 위원장 측에 과거 형사재판 판결문의 영문 번역본을 범죄경력회보서와 함께 내라고 요구했다. 진 위원장이 단장을 맡은 국방위 방미단 4명은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하와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진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자 동맹국 국회의 국방위원장에 대한 미국의 비자 거부는 대한민국 국회의 위상을 무시하고 한미동맹의 근간인 상호 존중과 신뢰를 훼손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 3월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바 있기에 이번 처사를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각) 진 위원장 비자 거부에 관한 질의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 이민법의 철저한 집행과 비자 프로세스에 따른 합법적 이동의 보장을 통해 미국과 미국의 이익을 계속 우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국무부는 각각의 비자 신청을 사안별로 심사한다"며 "일반적으로 우리는 특정 비자 사안과 관련한 국무부의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이 요구한 판결문은 진 위원장의 군 복무 시절 사건에 관한 것이다. 진 위원장은 1989년 3월 육군에 입대해 소총수로 복무했다. 그는 복무 중 '의병회'라는 조직을 결성한 사실이 군 수사기관에 적발돼 체포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문에는 의병회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한 조직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은 군사법원에서 진행됐다. 1심인 35사단 보통군사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육군고등군사법원은 형량을 징역 3년으로 낮췄다. 진 위원장은 1991년 2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공익건조물 방화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이 추가됐다. 두 형을 합치면 4년 6개월이다. 방화 대상이 된 건물이 어디인지, 사건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공개된 자료론 확인되지 않는다. 형법 제165조는 공용건조물 방화에 대해 불을 놓아 공용 또는 공익에 공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광갱을 소훼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 /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 / 뉴스1

진 위원장은 육군교도소에서 복역하다 형기를 4개월가량 남기고 성탄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후 199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그는 같은 해 장영달 당시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진 위원장은 이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설명해 왔다. 그는 2024년 전북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대 내 인권 문제를 동료들과 논의하다 불순 조직으로 몰려 국군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그는 "저 때문에 (전주)집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이후 어머니 앞에서 보안사에 체포돼 끌려나간 적이 있다"고 했다. 진 위원장은 해당 사안이 민주화운동으로 공인받았다고 했다.

관용비자의 심사 기준은 일반 비자와 다르다. 미국 국무부 외교업무편람(FAM)은 A-1·A-2 비자 신청자에게 미국 이민국적법 212조(a)항의 입국 불허 사유 가운데 3개만 적용한다. 편람은 “A-1 또는 A-2 비자 자격을 입증한 신청자는 이민 의도, 건강, 범죄 행위, 과거 비자 위반을 이유로 거부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적용되는 3개 사유는 212조(a)(3)(A)·(B)·(C)다. (3)(A)는 간첩·사보타주나 미국 정부를 폭력 등 불법적 수단으로 전복하려는 활동을, (3)(B)는 테러 활동을, (3)(C)는 미국 외교정책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입국을 다룬다. 범죄 전력만으로는 관용비자를 거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이 판결문을 통해 의병회 사건과 방화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안보 조항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이민법은 폭발물이나 그 밖의 위험한 장치를 사용해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재산에 상당한 피해를 주려는 행위를 테러 활동 정의에 포함하고 있다. 범죄경력회보서에는 죄명과 형량만 나온다. 구체적 범죄 사실은 판결문에 담긴다.

2014년 방문 때와 비교하면 미국의 비자 심사는 전반적으로 엄격해졌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자료를 분석해 지난 26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한국인의 방문비자(B1·B2) 거절률은 24.73%로 1년 전 14.97%보다 9.76%포인트 올랐다.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진 위원장은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 지휘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왔다. 그는 지난해 7월 민주당 정책위의장 시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두고 "동맹국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하고 또 무도한 요구"라고 했다. 최근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해 헌법상 평화주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비무장지대(DMZ) 관련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영토주권을 부정하는 유엔군 사령관의 인식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왜곡된 안보관, 그리고 무책임한 인사 배치가 초래한 외교적 망신이자 한미동맹의 신뢰에 경고등을 켠 안보 참사"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진 위원장에게 "국방위원장직 사퇴를 포함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동맹은 서로의 주권을 존중하는 관계이지, 비자 발급을 강요할 수 있는 특권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 측은 미국이 요구한 판결문을 번역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측에 신속한 비자 발급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미단 출국 예정일은 다음 달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