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꿀팁] '무'는 날짜 말고 손끝으로 눌러보세요, 바람 든 곳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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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는 보관 날짜보다 손끝 단단함과 냄새, 물렁한 부분으로 상태를 가려야 한다.
바람 든 무를 골라내는 점검 루틴과 단면 보관 요령을 정리했다.

입동을 앞두고 무를 넉넉히 사 두었다가 며칠 뒤 썰어 보니 속이 스펀지처럼 푸석한 경험은 겨울 채소를 쟁여 두는 집이라면 한 번쯤 있다. 겉은 멀쩡한데 칼을 대고서야 알게 되니 억울하기도 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달력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손과 코로 무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다.
며칠까지 두면 되느냐는 질문에 정답 숫자가 없는 이유
무를 얼마나 둘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 어려운 까닭은 무마다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날 샀더라도 뽑은 지 얼마 안 된 무와 유통 과정을 오래 거친 무는 상태가 다르고, 냉장고 안 위치나 집 안 온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포장지나 요리 정보에 적힌 보관 일수는 평균에 가까운 참고값일 뿐이다.
그래서 보관 가능 기간은 신선도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전제로, 최종 판단은 질감과 냄새로 내리는 편이 정확하다. 흔히 말하는 바람 든 무는 속의 수분이 빠지면서 조직이 성글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겉에서는 티가 나지 않아도 속이 푸석해지고 단면에 작은 구멍이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날짜가 아직 넉넉해 보여도 이 신호가 있으면 이미 제 맛이 아니다.

손으로 쥐어 보면 겉보다 속 상태가 먼저 읽힌다
가장 쉬운 점검은 무를 손바닥에 올려 쥐어 보는 것이다. 겨울 요리에는 단단하고 껍질이 매끈한 무가 알맞다. 껍질이 쭈글쭈글하거나 누르는 힘에 쑥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면 수분이 빠졌거나 속이 물러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는다. 크기가 비슷한 무 두 개를 양손에 들었을 때 유독 가벼운 쪽은 속이 비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점검은 눌러 보는 데서 끝내지 않고 조리 직전에 한 번 더 한다.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잘라 낸 뒤 흐르는 물에 씻으면서 물렁하게 꺼지는 곳이 없는지 확인한다. 스펀지처럼 푹 들어가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는 도려내는 것이 우선이다. 단단한 부분까지 한꺼번에 버릴 필요는 없으니 칼을 대 보고 상태가 좋은 쪽만 남기면 된다.

냄새는 잘린 단면에서 먼저 번진다
통째로 둔 무보다 한 번 썬 무가 훨씬 빨리 상태가 변한다. 자른 무는 단단함을 잃기 쉽고 냄새도 더 빨리 퍼진다. 요리에 쓰고 남은 반 토막을 그대로 채소칸에 넣어 두면 단면이 마르면서 푸석해지고, 옆에 있는 다른 식재료로 냄새가 옮겨 가기도 한다. 남은 무는 드러난 단면을 랩 등으로 감싼 뒤 다른 무보다 먼저 쓰는 쪽으로 순서를 잡는다.
코로 확인하는 일도 같은 맥락이다. 무에서는 알싸하고 시원한 향이 나는 것이 정상인데, 시큼하거나 퀴퀴한 냄새가 나고 표면이 끈적하다면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물렁한 부분이 넓게 번졌거나 냄새가 이상할 때는 도려내고 쓰려 하지 말고 통째로 버린다. 날짜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아까워하다가 국물 맛을 망치는 일이 더 흔하다.
기본 보관은 두 가지만 지켜도 바람이 늦게 든다
여기까지의 점검이 의미 있으려면 기본 보관이 받쳐 줘야 한다. 무청은 뿌리의 수분을 끌어가기 때문에 사 오자마자 잘라 분리한다. 뿌리는 흙을 솔로 털어 낸 뒤 키친타월이나 통기성 있는 봉투에 싸서 냉장고 채소칸에 둔다. 무청을 먹을 계획이라면 물기를 닦아 따로 두고 먼저 먹는다.
반대로 피할 것은 물기가 남은 채 밀폐하는 일이다. 장바구니에서 막 꺼낸 따뜻하고 젖은 무를 밀폐 용기에 바로 넣으면 안쪽에 습기가 차서 상태가 나빠지기 쉽다. 씻는 것은 먹기 직전에 하는 것이 원칙이고, 씻어서 두고 싶다면 완전히 말린 뒤에 보관한다. 이 두 가지는 바람 드는 속도를 늦추는 장치일 뿐이니, 보관 중에도 점검은 계속해야 한다.

한겨울 베란다에 내놓기 전에 따져 볼 것
오래 두려는 무는 서늘하고 어둡고 마르지 않는 곳에 둔다는 조건이 맞다. 다만 아파트나 빌라처럼 별도 저장 공간이 없는 집에서는 냉장고가 현실적인 선택이다. 베란다에 두는 경우에는 한겨울 낮밤 기온 차가 커서 무가 얼었다 녹을 수 있고, 얼었다 녹은 무는 물러지기 쉽다. 신문지로 감싸 햇빛과 건조를 막더라도, 베란다에 둔 무일수록 꺼낼 때마다 손으로 눌러 보고 단면 냄새를 맡아 보는 점검이 더 자주 필요하다.
공간이 좁다고 무를 비닐봉지째 밀어 넣으면 눌려서 껍질이 상하기 쉽다. 채소칸 바닥에 눕혀 두되 다른 무거운 식재료를 위에 얹지 않는 것이 좋다. 쓰고 남은 토막과 통무는 서로 구분해 두면 어느 쪽부터 먹어야 하는지 열 때마다 바로 알 수 있다.

사 온 날, 냉장고 여는 날, 조리 직전 세 번만 만져 본다
점검 시점을 정해 두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습관이 된다. 첫 번째는 사 온 날이다. 껍질이 매끈하고 단단한지, 눌러서 들어가는 곳은 없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상태가 가장 좋은 무를 오래 둘 쪽으로 고른다. 두 번째는 냉장고 채소칸을 정리하는 날이다. 꺼내 쥐어 보며 무게감과 단단함을 살피고 단면이 마른 토막을 가려낸다.
세 번째는 조리 직전이다. 위아래를 잘라 내고 씻으면서 물렁한 부분을 찾아내면 그날 요리에 쓸 양을 정할 수 있다. 푸석한 정도가 가벼운 무는 생채나 깍두기처럼 식감이 중요한 요리보다 푹 익히는 국이나 조림 쪽으로 돌리는 것이 낫다. 속이 많이 비었거나 냄새가 이상하면 쓰지 않는다. 이렇게 세 번만 만져 보면 날짜를 따로 적어 두지 않아도 무의 상태를 놓치지 않는다.
숫자로 된 보관 일수는 출발점일 뿐이고, 같은 무라도 어느 집 냉장고에 있느냐에 따라 상태가 갈린다. 손끝의 단단함, 단면의 냄새, 물렁한 부분의 유무라는 세 가지 신호가 날짜보다 정직하다는 점만 기억해도 겨울 무를 버리는 일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