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프로페서X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 별세…마블 “그는 진정한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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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스튜어트의 60년 연기 인생
영화 '엑스맨'의 프로페서X와 드라마 '스타트렉'의 장뤼크 피카르 함장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영국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셰익스피어 고전극으로 연기 경력을 쌓은 그는 중후한 목소리와 절제된 표현력으로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60년 넘게 활동했다.

29일(현지 시각)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스튜어트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대변인 켈리 부시 노박은 그가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앓았다고 전했다. 두 질환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생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1940년 영국 요크셔 미어필드에서 태어난 스튜어트는 가정폭력이 이어지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연기는 현실을 벗어나는 통로였다. 12세 때 지역 아마추어 극단에 들어가 무대 경험을 쌓았으며, 연극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구 판매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전액 장학금을 받아 브리스틀 올드 빅 연극학교에 진학했다. 1959년 연극 '보물섬'으로 전문 배우의 길에 들어섰고, '헨리 5세', '갈릴레오의 삶' 등 고전 작품에서 주요 배역을 맡았다.
1966년에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에 합류해 약 14년간 활동했다. '헨리 4세',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다졌으며, 이언 매켈런과 함께 '고도를 기다리며', '노 맨스 랜드' 무대에도 섰다. 1971년에는 '한여름 밤의 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작품은 1987년 방송을 시작한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셰익스피어 연극을 강연하고 시연하던 중 새 시리즈 제작진의 눈에 띄어 캐스팅됐다. 당시 제작진 안팎에서는 대머리의 영국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기용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로버트 저스트만 프로듀서가 이를 밀어붙였다.
스튜어트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이끄는 프랑스 출신 장뤼크 피카르 함장을 연기했다. 냉철한 판단력과 침착한 태도, 평화주의적 신념을 지닌 인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7개 시즌, 178개 에피소드로 이어진 이 작품에서 그가 자주 사용한 지시 대사 "그렇게 진행하시오(Make it so)"는 대표적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이후 '스타트렉 제너레이션'(1994), '스타트렉: 퍼스트 컨택트'(1996), '스타트렉: 인서렉션'(1998), '스타트렉: 네메시스'(2002) 등 극장판 네 편에도 출연했다. 2020년부터는 후속 TV 시리즈 '스타트렉: 피카드'에서 다시 같은 인물을 연기했다.
2000년 개봉한 '엑스맨'은 그에게 또 다른 대표작을 안겼다. 스튜어트는 돌연변이들을 이끄는 찰스 자비에 교수, 프로페서X 역을 맡아 선한 신념과 강력한 정신 능력을 지닌 인물을 표현했다. 2017년 '로건'까지 시리즈에 출연했으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개봉을 앞둔 '어벤져스: 둠스데이'(2026)에도 특별출연하는 등 말년까지 대표 캐릭터와 인연을 이어갔다.
무대에서 거둔 성과도 뚜렷했다. 올리비에상을 세 차례 수상했고, 2007년 무대에 오른 '맥베스'로 이듬해 브로드웨이 토니상 후보에 올랐다. 1996년에는 '피터와 늑대' 낭독 음반으로 그래미상 최우수 낭독 앨범상을 받았다. 2001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데 이어 2010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스튜어트는 어린 시절 경험한 가정폭력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영국 단체 리퓨지를 후원했으며, 국제구조위원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며 피해자 지원과 폭력 예방의 필요성을 알렸다.
동료 배우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엑스맨'에서 함께 연기한 휴 잭맨은 SNS에 "오늘 우리는 무대와 스크린을 빛낸 거장 한 명을 잃었다"며 "내게는 더없이 훌륭한 친구이자 사람이었다. 그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패트릭 스튜어트, 평생 당신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스타트렉'에서 커크 함장을 연기한 윌리엄 샤트너도 "연극 무대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함교에 이르기까지,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지성과 품격, 깊은 인간애가 담겨 있었다"고 추모했다.
마블 스튜디오 역시 "모든 임직원들은 패트릭 스튜어트 경의 별세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 그는 탁월한 품격과 지성, 인간미로 찰스 자비에 교수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었으며 '엑스맨'부터 '로건', '어벤져스: 둠스데이'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의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그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또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닌 배우이자, 함께 일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협력자였으며, 진정한 신사였다"고 회상했다.
유족으로는 2013년 결혼한 싱어송라이터 서니 오젤과 딸 소피아, 아들 대니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