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 난다”… 원당역서 동료 찌른 역무원, 평소 흉기 품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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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담배 냄새 지적에 조울증약 과다 복용…기억 안 나”

경기 고양시의 한 지하철역 역무실에서 대낮에 30대 남성 역무원이 함께 근무하던 여성 동료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I 생성 이미지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는 지적을 받아 홧김에 약을 과다 복용했고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피해자 측은 사건 발생 이전부터 피의자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며 근무지 변경 등 인사 조치를 거듭 요청했으나 사측이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낮 역무실서 참변… 피해자 두 차례 수술 끝에 의식 회복

지난 29일 고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역무원 A 씨(30대)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A 씨는 지난 28일 낮 12시 31분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하철 3호선 원당역 역무실 내부에서 동료이자 선배인 30대 여성 역무원 B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직후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으로 긴급 출동해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피습당한 B 씨는 목 부위 등에 치명적인 자상을 입고 심한 출혈과 함께 의식을 잃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B 씨는 즉각적인 응급수술을 받은 데 이어 다음 날인 29일 2차 수술을 마쳤으며 다행히 현재는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담배 지적에 약 과다 복용…기억 안 나" 주장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다소 횡설수설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진술을 내놓았다. A 씨는 경찰에 "(피해자가) 범행 당일 '담배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고 이에 화가 나 평소 복용하던 조울증 약을 과다 복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약을 과다 복용한 탓에 실제 범행 당일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평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호신용 목적으로 흉기 2점을 소지하고 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A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실제 사건 경위와의 일치 여부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수사팀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통상적으로 역사나 역무실에 비치된 집기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 씨가 사전에 흉기를 의도적으로 준비해 역무실로 가져오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행을 실행에 옮겼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집중 추궁 중이다. 아울러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거나 교대 근무를 서던 역사 직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당시 정황과 목격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 남편 "수차례 인사 조치 요청했으나 '그냥 참아라'며 방치"

이런 가운데 사건 직후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 B 씨의 남편이라고 밝힌 작성자의 글이 게시되면서 사측의 안전 불감증과 안일한 대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의 남편은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아내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기적적으로 겨우 지혈이 됐고 앞으로 이어질 수술과 치료를 위해 기력을 찾아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B 씨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A 씨의 불성실한 태도와 업무 비협조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곤란을 겪어왔다. B 씨는 근무 과정 전반에서 극도의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을 토로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B 씨가 생전 남편에게 보낸 모바일 메신저 대화에는 "(A 씨가) 무섭다", "약을 챙겨 먹지 않으면 상태가 좀 이상하다고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은 심각성을 인지한 B 씨가 사측에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가 위협적인 상황을 피하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보직 변경이나 교대근무 일정 변경, 다른 역사로의 전보 조치 등을 정식으로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그냥 참아라'는 식의 묵살이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당시 교대근무 변경 등을 지속해서 호소했던 대화 내용과 관련 정황을 입증할 증거 자료를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편은 또한 "A 씨는 이전에도 업무 부적응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켜 여러 역을 전전하며 옮겨 다녔고 각 역에서도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 측이 제기한 사전 보호 및 인사 조치 요청 내역, 사측이 이를 인지하고도 별다른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등 회사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경위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요구된다.

경찰은 피의자 A 씨의 진술을 면밀히 검증하는 한편 흉기 구입 경로와 소지 시점, 과거 진료 기록 및 사건 당일의 구체적인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대조해 계획범죄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고양경찰서는 피의자 및 피해자 주변인에 대한 1차적인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관할 관청인 철도특별사법경찰대로 사건 일체를 인계해 엄정한 처벌 절차를 밟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