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박수 쳤는데…이 대통령 생중계 '발언', 알고 보니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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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발언 vs 공식 통계, 자살 감소율 21.5% vs 40%대 차이
자살 원인 1위는 경제 아닌 정신건강, 정책 우선순위 재검토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자살 사망자 감소를 정부의 성과로 평가하며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발언했지만, 정부 공식 통계에서는 감소율이 21.5%로 나타났다. 자살 사망 원인 가운데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다는 발언도 실제 통계와 차이가 있었다.
29일 시사저널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제44회 국무회의에서 올해 상반기 자살 사망자 감소 현황을 언급하며 관계부처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 감소율과 주요 자살 원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자살률 순위 등에 관한 발언이 공식 통계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의 출발점은 국무회의 전날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확정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이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살 사망자는 63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88명보다 849명 감소했다. 감소율은 11.8%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관련 내용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고,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도중 해당 게시글을 언급하면서 자살 예방 정책에 관한 대화가 시작됐다.

"40몇 퍼센트 줄었다"…실제 감소율은 21.5%
이 대통령은 자살 사망자 감소를 정부와 공직자들의 노력에 따른 성과로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노력으로, 공직자들의 노력으로 많이 줄고 있다"며 "그중에 경제적 이유로 자살하는 분들이 거의 절반에 가깝게 줄었다. 40몇 퍼센트"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네, 많이 줄었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정말 큰 성과다"라며 한 총리에게 단체 박수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 담긴 자살 동기별 통계는 대통령의 발언과 달랐다.
올해 상반기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감소했다. 자살 원인별 항목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지만, 이 대통령이 언급한 40%대와는 약 두 배의 차이가 있었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 사망자 감소가 전체 감소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자살 사망자 감소 인원은 849명이며, 이 가운데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감소 인원은 453명이었다.
전체 감소 인원의 53.4%가 경제생활문제 항목에서 발생한 것이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 사망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과 전체 자살 사망자 감소분의 절반 이상이 경제생활문제에서 나왔다는 것은 서로 다른 통계다.
이번 국무회의에서는 전체 감소에 대한 기여 비중과 해당 항목 자체의 감소율이 혼동된 것으로 보인다.
자살 원인 1위는 경제 문제가 아닌 정신적 문제
이 대통령은 자살 사망자 감소를 평가한 뒤 정책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큰 자살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살의 원인을 보니 제일 큰 게 경제적 이유"라며 "이번에도 제일 많이 줄어든 게 경제적 이유다. 정부 정책으로 상당 정도는 커버할 수 있고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통계에서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경제생활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다.
2022년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자는 5011명으로, 경제생활문제에 따른 사망자 2868명보다 2143명 많았다.

2023년에도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인한 사망자는 5074명,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사망자는 3523명이었다. 2024년에는 각각 5115명과 4290명, 2025년에는 5027명과 4053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역시 같은 양상이 이어졌다.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자는 2393명으로 전체의 37.8%를 차지했다. 경제생활문제는 1650명으로 26.0%였다.
두 항목의 차이는 743명이다.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경제생활문제보다 더 많은 자살 사망자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 사망자가 전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은 맞지만,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원인까지 경제적 문제로 바뀐 것은 아니다.
자살 예방 정책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도 함께 다뤄야 하는 영역이다. 정부 통계에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은 정책 우선순위를 논의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된다.
통계 언급 이후 채무 탕감·연체채권 정리 논의로 이어져
국무회의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자살 감소에 관한 논의가 금융정책으로 이어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1조90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 일괄 매입과 불법 사금융 근절 노력 등을 언급하며 관련 정책의 효과를 평가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금융위가 채무 탕감이나 연체 채권 소멸 등을 많이 하고 있는데,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재정 여력을 활용해 시중의 연체채권을 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한 뒤 정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채무 부담을 줄여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국민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채무 조정과 연체채권 정리는 경제적 위기에 놓인 사람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이날 논의에서 제시된 자살 사망자 감소율과 주요 원인에 관한 수치는 공식 통계와 달랐다.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자 감소와 특정 금융정책 사이의 인과관계 역시 이날 제시된 수치만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자살 사망자 수의 변화와 정책 성과를 평가하려면 각각의 통계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적 요인의 감소율은 21.5%였으며, 전체 자살 사망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였다.

"청소년 자살률도 십수 년간 OECD 1위"…이 발언도 통계와 차이
이 대통령은 한국의 자살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OECD 회원국과의 비교도 언급했다.
그는 한 총리에게 "OECD 통계상 청소년·노년·종합 자살률이 십수 년간 1등 아니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그렇다"고 답한 뒤 한국과 다른 국가의 격차가 커서 자살 사망자 수를 33% 줄이더라도 1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 자살률이 십수 년간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는 발언도 공식 통계와 일치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과거 OECD 회원국 가운데 10위권 내에서 움직였다. 이후 자살률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순위가 높아졌고, 2021년에는 10년 사이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전체 자살률과 노년층 자살률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온 것과 청소년 자살률이 장기간 계속 1위였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청소년 자살률의 과거 순위까지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못했다.
이날 자살 예방 관련 논의는 사전에 정해진 국무회의 공식 안건이 아니라 한 총리의 SNS 게시글을 계기로 즉석에서 시작됐다. 시사저널은 준비된 자료 없이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통계 관련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회의 도중 대통령의 통계 발언을 정정하는 국무위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에도 잘못된 수치가 반영됐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무회의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올해 상반기 자살자 수가 10% 넘게 감소했고, 경제적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관계부처 공무원들을 크게 칭찬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통계 오류가 국무회의를 넘어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도 전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