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사망설 돌던 김정은…방금 국정원이 발표한 '현재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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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밝힌 북한 김정은 현재 건강 상태
국가정보원이 최근 사망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최근 공개 활동 시 기본 건강수치가 정상범위에서 관리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다만 고지혈증 소견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과 여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서울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정보위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정은의 건강 문제뿐 아니라 딸 김주애의 후계 구도, 지난 24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정은의 중국 단둥 방문 배경 등에 대한 국정원 분석도 함께 다뤄졌다.
■ "기본 수치는 정상"…고지혈증 소견은 여전
유영하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정은의 최근 공개 활동을 토대로 기본적인 건강 지표가 정상 범위 안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 의원은 다만 "고지혈증이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지혈증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말한다.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쉽지만 장기간 이어지면 혈관 벽에 지방이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의 건강 문제는 국정원이 꾸준히 추적해 온 사안이다. 국정원은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30일 정보위 현안보고에서도 김정은의 체중이 140㎏대에 이르는 초고도 비만 상태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구축함 시찰 당시 계단을 뛰어오르는 등 신체 활동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고, 전담 의료진이 곁에서 밀착 관리하고 있어 뚜렷한 건강 이상 징후는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은 김정은의 올해 공개 활동이 121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활동량 자체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이번 국감 보고 역시 고위험 요인은 안고 있지만 당장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준은 아니라는 기존 판단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 셰완쥔發 '뇌출혈 사망설'…국정원 "사실 아냐"
이번 보고에 관심이 쏠린 것은 최근 김정은 사망설이 국내외로 크게 번졌기 때문이다. 사망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이 지난 19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김정은이 뇌출혈로 쓰러진 뒤 베이징의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는 소문이 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영국 더선, 미국 뉴욕포스트 등 해외 매체가 이 소문을 다루면서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
국정원은 지난 23일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해당 사망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전달했다. 북한도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의 근황을 잇달아 공개했다. 김정은이 19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피복, 신발전시회-2026'을 딸 주애와 함께 둘러보는 장면, 22~23일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대회를 주재하며 연설하는 장면 등이 차례로 보도됐다. 이어 24일에는 김정은이 직접 압록강을 건너 중국 단둥을 찾으면서 신변 이상설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
김정은을 둘러싼 건강이상설이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2014년에는 발목 낭종 수술로 한동안 모습을 감추면서,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참배에 불참하면서 각종 신변 이상설이 돌았다. 그때마다 김정은은 공개석상에 다시 등장하며 소문을 잠재웠다. 이번에도 사망설 직후 '대역설'이나 '후계자 교체설' 등 변형된 주장이 온라인에서 이어졌지만 근거가 확인된 내용은 없다.

■ 김정은 딸 김주애, 공개활동 60%가 '군사'…"실명도 김주애 맞다"
국정원은 김주애의 후계자 입지에 대해서도 한층 진전된 평가를 내놨다. 윤건영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이 김주애의 후계자 위상을 주민들에게 단계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고 봤다. 윤 의원은 "주민 수용도를 점차 높이려는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김주애가 처음 공개석상에 등장한 2022년부터 최근까지의 행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치적 자산 축적과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될 행동을 선별하는 가운데 군사 부문 활동이 60%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개 일정 10건 가운데 6건가량이 군과 관련된 행사였다는 의미다.
윤 의원은 "군 행사에서만 기념 촬영을 하는 등 군 지도자 서사를 구축하는 모양새"라며 "핵·미사일 분야에서는 실무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한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김주애라는 이름이 실제 본명인지를 두고 그간 이어져 온 궁금증에도 답이 나왔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이날 김주애의 실명 여부를 묻는 질의에 "실명이 김주애가 맞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또 "(김주애 후계자) 내정 단계를 더욱 공고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답했다고 윤 의원이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달 30일 현안보고에서도 김주애에 대한 의전 수위와 행사 참석 수준이 높아지는 등 후계 내정자로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은 김주애의 키가 160㎝, 몸무게는 50㎏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한 달 만에 '내정 단계 공고화'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후계 구도에 대한 정보당국의 판단도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이다.

■ 단둥 당일치기 방중…군부 빠지고 외교라인 총출동
이날 국감에서는 김정은의 최근 방중을 둘러싼 국정원 분석도 공개됐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지난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당일 일정으로 다녀온 것과 관련해 "북미대화 관련 북한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김정은의 방중은 지난해 9월 베이징 전승절 행사 참석 이후 1년여 만이었다. 김정은은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단둥에 들어간 뒤 항미원조기념관 참관, 기념탑 헌화, 왕후닝 주석과의 회담, 현지 공장 시찰 등을 마치고 당일 귀국했다. 김정은이 오간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완공 이후 12년 가까이 개통이 미뤄지다 이달 들어서야 문을 연 다리다. 왕후닝 주석은 김정은을 맞이하며 시진핑 주석의 인사를 전했고, 귀국길에는 다리까지 직접 나와 배웅한 것으로 중국 관영매체는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6·25전쟁 중국군 참전 기념일인 25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국정원이 주목한 대목은 수행단 구성이다. 군부 핵심 인사들은 명단에서 빠진 반면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등 외교 담당 간부들이 대거 동행했다. 이 밖에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조용원 노동당 비서, 김덕훈 내각 제1부총리 등도 방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측에서도 왕이 외교부장 등 외교라인 인사들이 주요 일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측 영접 인사가 바뀐 점도 보고 내용에 포함됐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 영접은 애초 리창 국무원 총리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으로 변경됐다. 국정원은 왕 주석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이며, 2018년 김정은의 첫 방중 때부터 북중 정상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 온 인물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현장에서 포착된 장면도 근거로 제시됐다. 최선희 외무상이 조용원 노동당 비서 등 북한 내 서열이 더 높은 인사들보다 앞서 일정을 진행했고, 왕이 외교부장과 여러 차례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를 바탕으로 이번 방중에 6·25전쟁 참전 기념이라는 공식 명분 외에 북미대화를 염두에 둔 외교적 의도가 깔려 있었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국정원은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는 역할은 맡을 수 있어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북미대화 전망에 대해서는 대화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관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열어뒀다.
유영하 의원은 이 같은 분석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로 확인된 내용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추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김정은이 중국에 북미대화 관련 입장을 전하고 역할을 요청했을 수는 있지만, 중국이 실제로 맡을 역할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