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빌어먹고 사는 한국 국민들 압박감 느껴” 모레노 감독, 뜬금 소신 발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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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주장직 유지, 모레노의 선택은?
선수단 갈등 속 대표팀 결집, 중동 원정이 분수령

한국 축구대표팀 내부 갈등설이 불거진 가운데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손흥민(LA FC)의 주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은 국민들의 압박감에 비교하면 별 거 아니라는 식의 발언도 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11월 중동 원정 평가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11월 중동 원정 평가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모레노 감독은 29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A매치 원정 평가전 2연전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다음 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카타르와 맞붙는다. 두 경기 모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경기를 치를 계획이었지만 현지 정세를 고려해 장소를 변경했다.

이번 명단 발표는 통상적인 일정보다 나흘가량 앞당겨 진행됐다. 모레노 감독은 이날 밤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출국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기자회견의 최대 관심사는 손흥민의 주장직 유지 여부였다. 대표팀은 지난 9~10월 A매치 4연전을 치른 뒤 선수단 내부 갈등설에 휩싸였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 04) 등 1996년생 선수들이 대표팀 은퇴를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일부 선수들이 손흥민의 리더십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와의 개인적인 대화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선수들과 대면하고, 선수들끼리도 대화하며 해결했다. 첫 소집일부터 해왔던 것이 바로 소통”이라며 “어느 팀에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럴 때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중요하다. 결국 이기는 팀을 만드는 게 공통된 목표”라고 전했다.

주장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 주장은 손흥민이고, 더 할 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흥민의 주장직을 둘러싼 논란에 선을 그은 발언이다. 대표팀의 주장을 바꿀 계획이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11월 중동 원정 평가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11월 중동 원정 평가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모레노 감독은 선수 선발에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을 모두 11월 소집 명단에 포함했다. 갈등설과 은퇴 논란이 있었지만 전력 구성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은 명단 발표 이후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만나 면담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경기력과 몸 상태뿐 아니라 대표팀 내부 분위기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압박감은 당연히 책임감에 의해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스태프를 포함해 나도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어 자랑스럽다. 최대한 빨리 소집해 일하고 싶었다. 대표팀에 바라는 걸 실현하고 싶다.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국민들, 가정을 책임지고 하루하루 밥을 빌어먹고 살아야 되는 그런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게 진정한 압박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도 어려운 시기에 저희 자식들을 길러내셨다. 그 시기에 나 또한 그들이 느꼈던 압박감을 느꼈다. 진정한 압박감이란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받는 부담보다 한국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를 책임 있게 이끌고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9월 임시 사령탑으로 부임한 모레노 감독의 계약기간은 11월 27일까지다. 이번 중동 원정은 계약상 마지막 A매치 일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번 두 경기의 성적과 대표팀 운영이 모레노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있다.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11월 중동 원정 평가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동안 코칭스텝이 경청하고 있다. / 뉴스1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11월 중동 원정 평가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동안 코칭스텝이 경청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명단에는 기존 주축 외에 새로운 선수들도 이름을 올렸다. 강원FC 수비수 신민하와 FC서울 미드필더 손정범이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신민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손정범은 올 시즌 FC서울에서 주전급 선수로 성장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김지수(브렌트퍼드)와 엄지성(스완지시티)도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 소집 때는 아시안게임 일정과 겹쳐 모레노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이명재(대전하나시티즌)와 정우영(우니온 베를린)도 다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재성(마인츠), 오현규(베식타시), 조현우(울산),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 등 기존 선수들도 승선했다.

반면 지난 9~10월 소집 명단에 포함됐던 조규성(미트윌란), 백승호(버밍엄 시티), 김민수(레인저스), 정승원(FC서울), 이태석(오스트리아 빈), 김건희(인천 유나이티드), 조위제와 김태현(이상 전북 현대),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 구성윤(FC서울) 등 10명은 제외됐다.

지난 소집 때 30명을 선발했던 모레노 감독은 이번 원정 명단을 26명으로 줄였다. 국내에서 네 차례 평가전을 치른 9~10월과 달리 이번에는 해외 원정 2경기만 예정돼 있다.

11월 A매치는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이다.

한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예멘,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와 대결할 예정이다. 선수들에게도 이번 중동 원정은 최종 명단에 포함되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다.

유럽파를 제외한 대표팀 선수들은 다음 달 8일 공항에서 소집돼 카타르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