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는 도시 더는 안 된다" 고양시, 대곡 개발 5대 조건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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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지·공업지역·환승센터 확보 촉구

경기 고양특례시(시장 민경선)가 국토교통부의 대곡지구 주택 공급 확대 계획에 대해 산업용지와 일자리 확보를 전제로 한 개발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고양특례시청
고양특례시청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산업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 개발이 반복되면 고양시가 주거 기능에 치우친 도시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이번 대곡지구 확장을 자족도시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선(先) 산업, 후(後) 주택’을 분명한 원칙으로 제시했다.

고양시는 국토교통부가 기존 고양대곡지식융합지구에 더해 약 12만6000평 규모의 부지를 확장하고 4000호를 추가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29일 밝혔다.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정부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주택 공급에 앞서 산업 기반과 자족 기능을 실질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30년간 중앙정부 주도로 고양시에 17개 주택지구가 조성됐고, 시민 10명 중 7명이 이를 통해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밀억제권역과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가 중첩되면서 인구 증가에 걸맞은 산업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에 따르면 시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며, 사회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54.5%를 차지한다.

고양시는 대규모 택지개발 때마다 자족용지 확보가 약속됐지만,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개발 여건 변화,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용지가 축소되거나 다른 용도로 변경되는 일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곡지구 확장에서는 이러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계획 단계부터 산업용지의 규모와 용도를 확정하고, 사업 과정에서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있는 상황에서 인접 지역의 주택 공급 확대가 기존 정비사업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주택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고양시 안에서 일자리를 찾고 생활할 수 있는 직주근접형 도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양시는 정부에 다섯 가지 핵심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는 자족용지의 선제적 확보와 고양시 협의 절차 보장이다. 첨단산업과 지식산업, 업무시설 용지를 주택보다 먼저 확정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면적을 줄이거나 용도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요 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 고양시와 사전 협의하도록 관련 절차를 명문화할 것도 촉구했다.

둘째는 공업지역 물량의 조속한 배정이다. 시는 공장과 생산시설이 들어서려면 공업지역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고양시의 공업지역은 전체 면적의 0.0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기업 유치와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시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공업지역 물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셋째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이다. 고양시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이 접경지역 발전을 지원하도록 규정하는 반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과밀억제권역의 공업지역 확대를 제한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접경지역에 조성하는 산업단지만큼은 수도권 공업지역 한도에서 제외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넷째는 대곡역 복합환승센터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명시하는 것이다. 시는 5개 철도 노선이 모이는 대곡역을 단순한 환승 공간이 아닌 사람과 기업을 연결하는 성장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국가계획에 반영된 복합환승센터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원과 추진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섯째는 인근 취락지구의 편입과 생활환경 개선이다. 개발구역의 경계에 따라 주변 마을이 기반시설 확충과 개발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사업지구 편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입이 어렵다면 도로와 기반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교통 혼잡과 소음, 보행 안전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를 대곡지구 계획과 연계해 해결해야 한다고 시는 밝혔다.

고양시는 이들 다섯 가지 요구가 개별 사업을 넘어 자족도시 실현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기반이 없는 주택 공급은 서울 집중과 수도권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고양시가 지역 안에서 일자리와 주거를 연결하는 도시로 성장해야 수도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는 토지이용계획이 한 번 확정되면 도시의 장기적인 구조와 발전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초기 계획 단계에서부터 자족 기능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 규모뿐 아니라 산업용지 확보와 기업 입주 여건, 광역교통망, 주변 취락지구의 정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시는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