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정강이 걷어찼는데… '학폭' vs '일상적 갈등', 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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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 일상적 갈등으로 판단…학교폭력 불인정
법원, 험담 이유로 폭행 정당화 어렵다며 처분 취소

친구를 화장실로 불러내 사과를 요구하며 정강이를 발로 찬 고등학생의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교육 당국의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됐다. 법원은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일방적인 폭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축구 실력 놓고 갈등… 화장실서 정강이 걷어차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고등학생 A군이 부산 동래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치 없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친구를 화장실로 불러내 사과를 요구하며 정강이를 발로 찬 고등학생의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교육 당국의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됐다. 법원은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일방적인 폭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AI를 활용해 제작한 단순 자료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친구를 화장실로 불러내 사과를 요구하며 정강이를 발로 찬 고등학생의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교육 당국의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됐다. 법원은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일방적인 폭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AI를 활용해 제작한 단순 자료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건은 지난해 발생했다. 중학교 동창인 A군과 B군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학교에서 축구 실력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갈등을 빚었다.

B군은 A군이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학교 화장실로 불러내 사과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욕설과 함께 A군의 정강이를 발로 2~3차례 걷어찬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중학교 시절부터 욕설과 협박, 금전 요구 등을 지속해서 당했다며 총 9건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교육지원청, 정강이 걷어찬 행위에도 '조치 없음' 결정

부산 동래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A군이 신고한 9건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특히 B군이 A군의 정강이를 발로 찬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두 학생의 갈등이 발생한 경위와 폭행 정도 등을 고려해 학교폭력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당시 심의위원회는 "행위의 수위와 횟수, 싸움의 앞뒤 정황 등을 고려할 때 그 나이대 남학생들 사이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이라고 판단했다.

A군은 이 같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목격 학생들 진술 확인… 법원, 학교폭력 인정

재판부는 신고된 9건 중 8건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의 판단을 유지했지만, 화장실에서 정강이를 걷어찬 사건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목격 학생들은 B군이 A군을 일방적으로 발로 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 목격 학생은 B군이 화장실을 나간 뒤 다른 친구가 A군을 위로했다고 진술했다. B군 역시 A군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두 학생 사이에 험담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상대방에게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행동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참가인에 대해 뒷담화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화장실에 불려 가 폭행당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합리적인 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정강이를 걷어찬 사건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교육 당국의 '조치 없음' 처분을 취소했다.

[참고] 학교폭력의 법적 범위와 조치 기준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폭행, 상해, 협박, 명예훼손, 모욕, 따돌림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한다.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법 제17조에 따라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교봉사, 사회봉사,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조치 수준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선도 가능성, 당사자와 보호자 사이의 화해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