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인 줄 알았는데, 28g에 1330만 원… 금보다 비싼 '바다의 로또'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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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멜버른 해변서 흰색·금색 덩어리 발견
정체는 향유고래가 배출한 향수 원료 '용연향'

미국 플로리다의 한 해변에서 모래에 반쯤 묻혀 있던 하얀 덩어리가 금보다 비싼 물건으로 밝혀졌다. 정체는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용연향이다.

용연향 자료사진. / Lorna Roberts-shutterstock.com
용연향 자료사진. / Lorna Roberts-shutterstock.com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24일(현지시각) 크리스틴 마빈이 미국 플로리다주 멜버른 해변을 걷다가 흰색과 금색이 섞인 물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마빈은 평소 이 해변에 녹은 플라스틱이 자주 밀려온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물체를 주웠지만 손에 든 순간 플라스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마빈은 "그걸 손에 든 순간 플라스틱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돌도 아니었다. 무게가 가벼웠고 만져보니 밀랍처럼 매끄러웠다"고 설명했다.

물에 뜨고 흰 연기 피어올라… 정체는 '떠다니는 금' 용연향

현지 보도에 따르면, 마빈은 냄새를 직접 맡아본 뒤 이 물체가 용연향(龍涎香)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용연향은 향수 제조업자들이 귀하게 여기는 원료다. 그는 물체를 집으로 가져가 확인에 나섰고, 물에 넣어보니 돌과 달리 물 위에 떴다. 이어 뜨거운 바늘로 찌르자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후 마빈은 이 물체가 용연향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가 몸 밖으로 내보내는 물질이다. 향유고래는 주로 오징어를 먹는데, 오징어의 딱딱한 부리는 잘 소화되지 않는다. 용연향은 이 부리로부터 장기를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고래가 배설하거나 토해내면서 몸 밖으로 배출된다.

용연향은 수컷 향유고래에게서만 만들어지는데,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용연향을 분비한다. 그래서 용연향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물질로 꼽힌다.

갓 배출된 용연향은 검은색을 띠고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바다를 오랫동안 떠다니며 햇빛과 소금기에 노출되면 점점 단단해진다. 색도 흰색에 가까워지고 좋은 향을 품게 된다. 이 과정은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용연향을 '떠다니는 금' 또는 '바다의 로또'라고 부른다.

금값 두 배 넘지만… 미국에선 주워도 가질 수 없다

용연향의 가격은 품질과 숙성 정도에 따라 다르다. 외신에 따르면, 용연향은 1온스(약 28g)당 최대 1만 달러(약 1330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같은 무게의 금이 4000달러(약 530만 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 가격이다.

용연향 자료사진. / Addahasdar79-shutterstock.com
용연향 자료사진. / Addahasdar79-shutterstock.com

용연향의 주성분은 앰브레인이다. 앰브레인 자체에는 별다른 향이 없다. 그러나 다른 향과 섞이면 향을 더 진하게 만들고 오래 남게 한다. 이 덕분에 용연향은 사향, 영묘향과 함께 대표적인 동물성 향료로 쓰여 왔다. 한때는 샤넬 넘버5 같은 유명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고대 중국의 황제들도 이 향을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지금은 비싼 가격과 희소성 탓에 합성 향료인 앰브록산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용연향을 발견해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다. 향유고래에게서 나온 물질은 멸종위기종보호법과 해양포유류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용연향을 멸종 위기에 처한 해양 포유류의 일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일반인이 이를 채집하거나 보관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이에 따라 마빈은 NOAA에 연락했고, 용연향을 지역 고래 보호 단체에 넘겼다. 이후 단체는 연방 당국과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에 따르면, 전 세계 향유고래 개체 수는 110만 마리에서 30만 마리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무분별한 고래잡이가 개체 수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졌다.

오키나와선 4000만 원에 팔려… 태국 어부도 건져 올렸다

미국과 달리 용연향 거래가 이뤄지는 곳도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024년 7월 오키나와현에서 발견된 용연향이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30대 남성이 2023년 7월 오키나와현 해안에서 주운 268g짜리 용연향은 442만 엔(약 4000만 원)에 판매됐다.

오키나와현은 예전부터 용연향이 자주 발견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1월과 12월에는 약 100g짜리 용연향이 각각 발견됐다. 2022년 10월에도 약 10g짜리가 나왔다.

용연향 자료사진. / Awijaya13-shutterstock.com
용연향 자료사진. / Awijaya13-shutterstock.com

태국에서는 낚시를 하던 어부가 용연향을 건져 올리기도 했다. 현지 매체 더타이거는 2024년 4월 태국 남성 솜삭씨가 해변 근처에서 낚시를 하다 이상한 흰색 덩어리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솜삭씨는 이 덩어리가 용연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일부를 떼어내 열을 가하자 덩어리는 기름처럼 녹았다. 이는 실제 용연향에서 나타나는 성질로 알려져 있다.

덩어리의 무게는 약 400g이었다. 크기는 길이 13cm에 너비 8cm, 두께 6cm였다. 당시 현지에서는 이 정도 크기라면 2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솜삭씨는 정확한 감정을 맡긴 뒤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팔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