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인터넷 요금이 무려 82만원인데... "돈 안 아까워" 말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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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82만원 스타링크 요금 받아 든 뱃사람
"그래도 바다 한가운데서 잘 터지니 안 아깝다"
노을이 번지는 바다 위, 배 난간 옆에 하얀 직사각형 안테나 하나가 서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수신기다. 호주에서 배를 타는 것으로 보이는 한 한국인 이용자가 이 안테나 한 달 사용료로 82만원가량을 냈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SNS에 올렸다.

글쓴이는 "와우, 스타링크 첫 달 요금이 청구됐는데 요금이 장난 아니네"라며 "한 달에 한화로 거의 82만원, 1년이면 거의 1000만원"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바다 한가운데서 잘 터지니 이 돈도 아깝진 않다"고 했다. 그는 물고기를 더 잡아 요금을 만회하자는 말로 글을 맺었다.
함께 올린 청구서에는 호주달러로 총 900.35달러가 찍혀 있다. 50GB를 주는 '모바일 프라이어리티' 요금제 기본료가 340달러다. 기본 제공량을 넘겨 쓴 데이터 165GB 요금은 478.5달러로 기본료보다 많았다. 1GB에 2.9달러꼴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81.85달러가 붙었다. 모바일 프라이어리티는 배나 차량처럼 움직이는 곳에서 쓰는 스타링크 요금제다. 스타링크가 호주에 공시한 현재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50GB 기준 월 374달러, 추가 데이터 1GB당 3.19달러다.
해당 게시물은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옮겨졌다. 댓글에선 비싸도 남는 장사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비싸 보이지만 기존 통신사 위성보다는 싸고 품질이 좋다고 하더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뱃사람에게 물어보니 문자 한 줄 보내기도 힘들던 바다 한가운데서 넷플릭스가 나오는데 안 쓸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는 경험담을 전했다.
바다 위 인터넷은 오랫동안 비싸고 느린 서비스였다. 스타링크가 2022년 7월 선박용 '스타링크 마리타임'을 처음 내놨을 때도 월 요금이 5000달러였다. 안테나 2개 장비값만 1만달러에 달했다. 이후 소형 선박용 요금제가 잇따라 나오면서 어선과 요트로 빠르게 퍼졌다. 미국에선 노트북만 한 소형 단말기 '스타링크 미니'로 데이터 50GB를 월 50달러에 쓰는 요금제도 나왔다. 무제한 요금제는 월 169달러다.
요금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 서부 해안 어민 라일 피어스는 2023년 5월 스타링크 고객센터에 보낸 문의 글에서 해상 요금제가 "소형 선박 운영자에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적었다. 그의 배는 2주 만에 데이터 257GB를 썼다. 주변 어선 여러 척이 약관 위반 통지를 받았다고도 했다.
지난 7월에는 미국에서 '수요 할증료' 논란이 불거졌다. 스페이스X가 가입자가 몰리는 지역 이용자에게 최대 1500달러의 할증료를 매긴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3년 전 가입했다는 한 이용자는 "주소 인증만 했을 뿐인데 1500달러 수요 할증료가 붙었다"며 "강도짓"이라고 반발했다. 레딧에는 "수요 할증료가 달까지 치솟는다"는 글도 올라왔다.
그래도 바다에선 비싼 값을 하는 순간이 온다. 2023년 3월 13일 남태평양에서 릭 로드리게스 등 4명이 탄 요트 '레인댄서'호가 고래와 부딪혀 가라앉았다. 갈라파고스 제도를 떠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향하던 길이었다. 구명뗏목에 오른 로드리게스는 휴대용 위성 장비로 가족에게 연락했다. 290km가량 떨어진 곳을 항해하던 친구 토미 조이스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토미, 장난 아니야. 고래랑 부딪혀서 배가 가라앉았어"라는 내용이었다.
조이스의 배에는 스타링크가 있었다. 조이스는 왓츠앱과 페이스북으로 주변 요트들과 연락하며 구조를 이끌었다. 레인댄서호의 조난 신호를 들은 요트 '롤링스톤스'호도 조이스, 페루 당국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뱃머리를 돌렸다. 일행은 10시간가량 바다를 떠돈 끝에 롤링스톤스호에 구조됐다. 조이스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다들 스타링크를 쓰고 있었다"며 "인터넷 접속이 안 됐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되느냐"고 말했다. 당시 미국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선박들이 먼바다에서 스타링크를 쓰기 시작한 게 그해부터라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승객과 승무원 73명을 태운 솔로몬제도 여객선 '아우카'호가 엔진 고장으로 표류했다. 외딴 섬 아누타에서 바니코로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정기 항로에서 멀리 벗어난 곳이었지만 배에 있던 스타링크 장비로 당국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었다. 일부 승객은 배 위 상황을 SNS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승객으로 타고 있던 솔로몬제도 정부 소속 간호사 존 투아는 표류 중 호주 공영방송 ABC와 연락이 닿아 "모두 괜찮다. 아무도 당황하지 않았고 승객들은 차분하다"며 "구조선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호주 군용기가 구명뗏목과 식량을 떨어뜨렸다. 73명은 12일까지 모두 구조됐다.
선원들에겐 육지의 가족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다. 미국 해운사 크롤리의 컨테이너선 '타이노'호 일등항해사 조 길버트는 2024년 6월 회사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집에 어린 두 딸이 있어서 아이들, 아내와 페이스타임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늘 좋다"고 말했다. 같은 배 선장 카일 캄포는 예전엔 용량이 큰 파일을 보내기 어려워 중요한 자료도 항구에 닿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이제는 모두가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사 국제 항로 컨테이너선 '투카나'호 선장 체르니첸코 예브게니는 "언제든 가족과 연락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선원들이 원할 때마다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고 인터넷으로 공과금도 낸다고 전했다.
미국 북동부 바닷가재 어민들 사이에선 지난해 한 부두에 댄 배 40척 가운데 39척이 스타링크를 쓴다는 말까지 나왔다. 먼바다 어장 조지스뱅크에 나간 한 어민은 "육지에 있는 것처럼" 휴대전화를 썼다고 했다. 5~6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어민도 있었다. 다른 어민은 배 위 장비가 고장 날 때를 대비한 또 하나의 통신 수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