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결국 ‘이것’ 최종 패소 확정 났다…153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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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철저히 대응하겠다”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을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더 다투지 않기로 했다. 배상액은 약 1530억원이다. 2018년 7월 시작된 분쟁이 8년 만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태극기. 자료사진. / 뉴스1
태극기. 자료사진. / 뉴스1

정부는 28일 엘리엇 ISDS 환송중재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달 30일 나온 환송중재 판정에 대해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내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정부대리로펌, 외부 전문가 의견을 여러 차례 들은 뒤 이같이 정했다고 설명했다. 판정문 분석 결과와 추가 소송에 들어갈 비용을 함께 따졌다는 것이다.

분쟁의 뿌리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추진했고, 엘리엇은 옛 삼성물산 주주 자격으로 이에 반대했다. 합병은 같은 해 7월 성사됐다. 엘리엇은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약 1조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ISDS는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의 조치로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때 국제중재를 통해 배상을 요구하는 제도다. 이 사건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정부의 조치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환송중재판정부는 정부의 조치와 엘리엇 측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첫 판단은 2023년 6월에 나왔다. 당시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의 청구를 일부만 받아들였다. 한국 정부에 미화 약 4849만달러와 지연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금액은 엘리엇이 청구한 액수의 약 7% 수준이다. 청구액 1조원 가운데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같은 해 7월 영국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영국이 중재지였기 때문에 취소 여부도 영국 법원에서 다퉈야 했다.

법정 공방은 순탄치 않았다. 2024년 8월 1심 법원은 정부의 취소소송을 각하했다. 다만 항소는 허가했다. 정부는 2024년 9월 항소를 제기했고,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해 7월 정부 측 항소를 받아들였다. 올해 2월에는 환송심 법원도 정부 측 청구를 인용했다. 이로써 사건은 원래의 중재판정부로 돌아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부가 한 차례 크게 앞선 흐름이었다.

2023년 7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2023년 7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그러나 환송중재에서 결과가 뒤집히지 않았다. 환송중재 절차는 3월 18일 시작됐다. 7월 28일과 29일 이틀간 구술심리가 열렸고, 9월 30일 최종 판정이 나왔다. 판정부는 배상원금 약 4849만달러에 지연이자 등을 더해 약 1530억원을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23년 첫 판정과 비교하면 원금 규모는 같은 수준에서 유지된 셈이다. 영국 법원에서 절차상 승리를 거뒀지만 배상책임 자체는 다시 인정됐다.

정부가 추가 취소소송을 포기한 배경에는 비용과 실익 계산이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정부대리로펌 및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판정문 분석 결과와 추가로 소요될 비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취소소송을 다시 내면 영국 법원에서 또 한 번 긴 심리가 이어진다. 앞선 소송만 2023년 7월 제기부터 올해 2월 환송 결정까지 약 2년 7개월이 걸렸다. 같은 기간을 한 번 더 감수하더라도 판정이 뒤집힌다는 보장은 없다. 변호사 비용과 지연이자가 계속 쌓이는 구조라는 점도 부담이다.

배상 시점과 방식은 어떻게 될까. 정부가 취소소송을 내지 않기로 한 만큼 환송중재 판정은 그대로 확정되는 수순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급 일정과 재원 마련 방식은 정부가 공개하지 않았다. 판정에는 원금 외에 지연이자가 포함돼 있어, 지급이 늦어질수록 이자 부담이 불어날 수 있다. 약 1530억원이라는 금액도 판정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다.

지난 2월 당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을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중재 판정의 영국 법원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지난 2월 당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을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중재 판정의 영국 법원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엘리엇이 요구한 1조원과 실제 판정액의 차이가 눈에 띈다. 엘리엇은 2018년 약 1조원 규모의 배상을 요구했다. 2023년 판정에서 인정된 금액은 청구액의 약 7%였고, 이번 환송중재에서도 원금은 약 4849만달러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연이자가 붙어 원화 기준 1530억원까지 늘었지만 애초 청구한 금액과는 큰 격차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청구액 대부분을 막아냈다.

정부는 이번 결정과 별개로 앞으로의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