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사 한 줄 못 쓰는 기자들… AI 뒤에 숨은 언론의 민낯
작성일
- 인터넷 언론 난립 속 정통 취재기자의 가치 재조명
- AI가 대신 쓴 기사… 현장 취재와 정보력은 흉내 못 내
- 네이버 제휴평가 강화… 단독·속보가 증명하는 기자의 실력

전통적인 일간지 기자들은 현장에서 취재의 기본기를 익혔다. 사건 현장을 누비며 발품을 팔고, 취재원을 확보해 정보를 입수한 뒤에도 데스크의 엄격한 검증과 교정을 거쳐야 기사가 지면에 실렸다. 필자 역시 일간지 기자 초년 시절,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데스크의 호된 질책을 받고 어렵게 취재한 기사마저 출고되지 못해 서러움을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사 한 줄의 무게와 책임을 배웠다.
기자의 진짜 실력은 남들이 알지 못한 사실을 먼저 발굴하는 단독기사와 사건 발생 현장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속보기사에서 드러난다. 단독은 정보력의 결과이고, 속보는 현장 대응력과 판단력의 시험대다. 보도자료를 받아 옮겨 적는 것과 직접 발로 뛰며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러한 취재의 기본마저 흔들고 있다. 몇 마디 질문만 입력하면 제목부터 본문까지 그럴듯한 기사가 순식간에 완성된다.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취재원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아도 AI가 작성한 글에 자신의 이름만 붙이면 기자가 되는 세상이다. 취재는 없고 기사만 남는 기막힌 현실이다.
인터넷 언론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네이버 뉴스제휴위원회는 2026년 제휴 심사와 운영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자체 생산 기사 비율과 기획·심층·탐사보도 실적 등을 평가에 반영하고, 2년간 부정 점수 10점이 누적되면 제휴 계약 해지를 권고하도록 했다. 남이 만들어 준 보도자료에 의존해 기사 수만 채우던 관행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AI가 만들어 낸 답변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꾸며내거나 잘못된 정보를 정답처럼 제시하는 이른바 '환각' 현상은 이미 알려진 한계다. 같은 사안도 질문 방식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AI의 답변은 질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진실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기구들도 AI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유네스코(UNESCO)는 2021년 채택한 '인공지능 윤리 권고'에서 인간의 감독과 책임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4년 보건 분야 생성형 AI 지침에서 부정확한 정보와 '자동화 편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AI의 답변을 맹신하다 보면 명백한 오류조차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다.
AI를 취재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취재 경험도 정보 입수 능력도 없는 사람이 AI가 작성한 글을 자신의 취재 결과물처럼 내놓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자의 이름으로 보도된 내용에 대한 책임은 AI가 아니라 기자 자신에게 있다.
그렇다면 독자는 넘쳐나는 기자들 가운데 진짜 취재기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인터넷 검색창에 기자 이름과 함께 '단독' 또는 '속보'를 입력해 보면 된다. 과거 일간지 취재기자로 활동했는지, 어떤 사건을 직접 발굴했고 어떤 기사를 남겼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일간지 출신 경력은 체계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판단할 중요한 잣대다. 물론 출신이나 기사 제목만으로 실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 이름으로 남긴 취재 기록과 보도의 정확성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기자라는 명함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단독은 명함으로 쓰는 것이 아니고, 속보는 AI가 대신 뛰어주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은 정보망과 사실을 가려내는 안목은 몇 마디 질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짜 기자는 남이 쓴 기사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따라 쓸 기사를 먼저 발굴하는 사람이다. 기자의 실력은 명함에 새긴 직함이 아니라 자신이 발로 뛰어 남긴 단독과 속보, 그리고 그 보도에 대한 책임으로 증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