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피습 자작극' 영상 공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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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었다”더니... 황당

선거 유세 도중 음료 테러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했던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사건 당일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정 전 후보는 주저앉자마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부딪히거나 의식을 잃는 장면은 담기지 않았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피습 자작극 모습을 담은 영상을 캡처한 사진. / KBS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피습 자작극 모습을 담은 영상을 캡처한 사진. / KBS

정 전 후보의 '피습 자작극'이 벌어졌을 당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KBS가 단독 입수해 28일 공개했다. 영상은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의 편도 5차선 도로에서 찍혔다.

KBS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주황색 점퍼를 입은 정 전 후보는 목에 팻말을 걸고 도로 위에서 유세를 하고 있었다. 좌회전 차선에 멈춰 선 차량에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순간 차량 창문 틈으로 음료가 날아들었다. 휘청이던 정 전 후보에게 음료 컵도 날아왔다. 정 전 후보는 결국 도로변 화단 경계석에 주저앉았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피습 자작극 모습을 담은 영상. / KBS

당시 정 전 후보 측은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라는 말과 함께 음료에 맞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어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쳤고,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상 속 모습은 달랐다. KBS는 "머리를 부딪히는 장면도 의식을 잃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정 전 후보는 주저앉은 직후 곧바로 일어섰다. 잠시 허공을 바라보더니 스스로 화단 위로 올라갔다.

정 전 후보는 이후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목 보호대를 찬 채 유세에 복귀했다. 그는 당시 "다행히도 큰 후유증은 없다고 의료진분들께서 소견을 주셨지만, 그래도 추후 보존치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대비해서 목 보호대를 착용했다"라고 말했다.

뇌진탕 진단을 내린 곳은 사건 현장에서 10㎞ 넘게 떨어진 정 전 후보 부친의 병원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KBS에 "경찰 수사 단계고 어차피 재판 들어가면 알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사건 관련 사안은 법무법인에 위임했다"며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부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 진단서가 허위인지 수사하고 있다.

사건 직후 개혁신당은 이 일을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강하게 규탄했다. 경찰은 차량에서 음료를 던진 30대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법원은 이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전 후보는 유치장을 찾아 이 남성을 면회했다.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도 냈다.

사건의 실체는 선거가 끝난 뒤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 4일 정 전 후보의 캠프 사무실로 쓰였던 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음료가 날아들기 전 두 사람이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음료를 던진 남성은 부산의 한 헬스장 관장이다. 정 전 후보와 원래 알던 사이였다. 정 전 후보는 선거 다음 날 페이스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자작극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는 온라인으로 탈당계를 낸 뒤 연락을 끊었다.

개혁신당은 고개를 숙였다. 당시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은 6월 18일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 시민 여러분께 먼저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이 공천한 후보였기에, 저희는 이 사안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 전 후보에게 "최고 강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엄정히 묻겠다"고도 했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천하람 원내대표는 "몸만 빠져나갔다고 해서 죄과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이어 "꼼수 탈당으로 책임을 면하려는 행태에 대해 끝까지 법적·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형사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영구 복당 금지 방침도 밝혔다.

경찰은 7월 16일 정 전 후보와 음료를 던진 윤모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부산지검 공공국제범죄수사부는 7월 31일 두 사람을 구속기소했다. 정 전 후보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선거자유방해 교사 혐의가 더해졌다. 검찰은 정 전 후보가 인지도를 높이려고 자작극을 계획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후보는 10년가량 알고 지낸 윤씨에게 자신의 얼굴에 녹차라테를 뿌리게 했다. 컵과 삶은 달걀도 던지게 해 피습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후보는 법정에서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했다. 그러나 선거에 이용하려던 것은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부산지법 형사6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정 전 후보 측은 "당시 부친과의 갈등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다.

지난 20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도 같은 주장이 이어졌다. 정 전 후보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의사 집안에서 자랐으나 혼자만 의사가 되지 못해 부친인 정근 원장과의 갈등과 엄격함에서 벗어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거나 지지율을 올릴 목적은 없었다"고 했다.

정 전 후보 측은 범행 동기를 입증하겠다며 모친과 당시 개혁신당 선거 관계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공범 윤씨와 정 전 후보의 수행비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증인을 채택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7일 열린다. 이날 증인신문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