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첫 폴더블폰 설계결함'의 파장이 이렇게나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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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듀오 설계결함 공식 인정... 그런데 교환해줄 제품이 없다
329만원을 주고 산 스마트폰이 사흘 만에 금이 갔다. 애플이 경쟁사보다 7년 늦게 내놓은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 얘기다. 애플은 뒤늦게 결함을 인정했다. 하지만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바꿔 줄 제품조차 없다. 애플이 자랑해 온 완성도와 품질관리에 금이 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각) "소수의 아이폰 듀오 제품에서 내부 화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폰 듀오 화면에 문제를 겪는 이용자는 애플케어에 연락해 교체를 받으라"고 했다. 아이폰 듀오는 한국과 미국 등 1차 출시국에서 23일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사흘 만에 제조사가 직접 결함을 인정한 것이다.
애플의 입장문은 결함을 인정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지지 않았다. 애플은 "초기 이용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말을 함께 내놨다. 화면 손상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제품 자랑부터 앞세운 셈이다. 정작 결함이 왜 생겼는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는지, 몇 대가 문제인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애플은 문제가 생긴 제품에 대해 "소수"라고만 했다.
증상은 심각하다. 구매자들은 기기를 여닫을 때 화면 가운데 힌지(경첩)를 따라 금이 가거나 선이 생겼다고 호소하고 있다. 손상은 주로 힌지를 따라 화면 아래쪽 같은 자리에 나타났다. 선이 생기기 전 기기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딱' 하는 소리가 났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구매한 지 몇 시간 만에 화면이 망가졌다는 사례도 나왔다. 애플 매장에 전시된 체험용 제품에서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나왔다. 소비자가 험하게 써서 생긴 문제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애플이 사전에 리뷰용으로 배포한 제품에서는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리뷰어 손에 들어간 제품은 멀쩡했는데 소비자가 돈을 내고 산 제품에서 화면이 깨지고 있다. 특정 생산 물량에서 생긴 제조 결함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출하 전 품질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애플은 공식 입장을 내기 전 고객지원 페이지에 '아이폰 듀오 힌지 문제 해결' 안내문부터 올렸다. 애플은 이 안내문에서 타사 케이스나 화면 보호 필름을 떼고 힌지 주변에 먼지나 이물질이 끼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정작 증상이 생긴 기기는 내부 디스플레이 부품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원인 규명은 애플이 아닌 외부 업체 몫이 됐다. 전자기기 수리업체 아이픽스잇(iFixit)은 아이폰 듀오를 분해한 뒤 힌지를 3D 모델로 재구성해 살펴봤다. 손상은 디스플레이 케이블이 지나가는 틈과 힌지 가운데 지지대가 만나는 지점 근처에 몰려 있었다. 아이픽스잇은 접힐 때 내려가야 할 가운데 지지대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화면에 힘이 쏠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힌지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내구성 시험 결과는 더 처참했다. 미국 유튜버 잭 넬슨이 운영하는 유명 유튜브 채널 '제리릭에브리싱'은 24일 아이폰 듀오 내구성 시험 영상을 올렸다. 애플은 아이폰 듀오가 먼지와 물을 막는 IP68 등급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넬슨이 먼지 시험을 하자 먼지가 여러 틈을 통해 힌지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는 기기를 닫아 주는 자석의 힘까지 약하게 만들었다. 기기를 반대로 꺾는 시험에서는 안쪽 화면에 지워지지 않는 초록색 선이 생겼다. 이후 화면은 터치에 반응하지 않았다. 안쪽 화면은 모스 경도 2단계에서 흠집이 났다. 넬슨은 “7년 전 1세대부터 폴더블폰을 시험해 왔는데 대부분은 살아남는다”며 "아이폰 듀오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폴더블폰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든 축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2019년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내놨다. 삼성전자도 출시 전 리뷰용 제품에서 화면 손상 사례가 보고되자 출시를 미뤘다. 힌지 구조와 화면 보호막 등을 보완한 뒤 같은 해 9월 제품을 내놨다. 애플은 이보다 7년이나 늦게 시장에 들어왔다. 경쟁사가 겪은 시행착오를 지켜볼 시간이 충분했다. 그런데도 첫 제품이 판매 사흘 만에 화면 결함을 드러냈다.
교체를 약속했지만 바꿔 줄 제품이 없다. 온라인 초기 재고는 판매 몇 분 만에 바닥났다. 지금 새로 주문하면 내년 1월 말에야 받을 수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교체할 제품이 없어 소비자들이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백만원을 내고 산 휴대전화가 고장 났는데 교체품을 기다리는 동안 휴대전화 없이 지내야 할 처지에 놓인 소비자가 나올 수 있다.
보증 기간이 끝난 뒤가 더 문제다. 보증이 적용되지 않으면 안쪽 화면 수리비는 미국에서 999달러, 국내에서 164만9000원이다. 화면 하나 고치는 데 웬만한 스마트폰 한 대 값이 든다. 애플의 기본 제한 보증 기간은 미국이 1년, 한국이 2년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 크다. 비싼 값을 치르고 샀기 때문이다. 아이폰 듀오의 국내 출고가는 256GB 모델이 329만원이다. 512GB는 359만원, 1TB는 419만원, 2TB는 509만원이다. 미국 출고가는 256GB 모델이 1999달러다. 미국 가격은 주별 판매세가 빠진 금액이고 국내 가격은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된 금액이다. 이를 감안해도 국내 가격에 적용된 환율이 당시 시장 환율보다 8~15%가량 높다는 지적이 출시 전부터 나왔다. 아이폰 듀오의 국내 시작 가격은 삼성전자 갤럭시 Z폴드8의 시작 가격보다 110만원가량 비싸다.
국내 IT 커뮤니티에서도 애플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금 힌지에 의한 디스플레이 파손에 가려져 있지만 애플 같은 대기업 제품이라기엔 심각한 품질관리와 완성도 문제가 지적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제품을 거지같이 만들어서 내고 국내만 유독 비싸게 팔아먹으니까 민심이 안 좋아진 것"이라며 "그냥 애플을 욕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