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사람이길래…화제의 인물 ‘신숙옥’ 그는 누구인가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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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 방송 상대로 7년 법정 싸움 끝에 승소한 재일 코리안

일본 극우 인사와의 설전을 담은 NHK 토론 영상으로 화제가 된 재일 코리안 3세 인권운동가 신숙옥이 한국을 찾는다. 다음 달 1일 입국하는 신숙옥은 내한 기간 방송과 주요 매체 인터뷰, 언론·배급 시사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다. 프리미어 GV와 무대인사에서는 관객과 직접 만나 작품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방문의 계기는 그의 삶과 법정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의 국내 개봉이다.

신숙옥. / 엣나인필름 제공
신숙옥. / 엣나인필름 제공

신숙옥 나무위키, 신숙옥 근황 등의 키워드가 검색창에 다수 오르내리는 가운데, 이름이 낯선 독자라면 먼저 인물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신숙옥(辛淑玉)은 1959년 1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자이니치) 3세다. 사회운동가이자 인재육성 컨설턴트, 저술가로 활동해 왔다. 성차별, 재일 코리안과 아이누 등 소수자를 향한 인종차별과 혐오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어온 인권 활동가로 꼽힌다. 사업가와 활동가라는 두 갈래 삶이 한 사람 안에 겹쳐 있다.

고교 중퇴에서 일본 톱클래스 컨설팅 회사 대표로

신숙옥의 출발선은 높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독학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고, 1985년 인재육성회사 고가샤(香科舍)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각종 전시·박람회 시설 운영과 인재 육성, 기업 연수를 맡았다. 현재는 인재육성기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기업경영컨설팅과 직원 연수, 채용 대행 분야에서 일본 톱클래스로 손꼽힌다. 도쿄 긴자에 자리 잡은 회사를 일군 과정은 학력과 국적이라는 이중의 장벽을 넘은 사례로 평가된다. 성공한 재일동포 가운데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분류되는 이유다.

학계와 공공 영역에서의 이력도 다채롭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객원연구원, 메이지 대학 정치경제학부 객원교수, 가나가와현 인권계발추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전국을 돌며 연수와 강연을 이어갔고, 니혼TV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수업' 강연에도 나섰다. 일본의 명강연자 베스트 8위에 오른 적이 있을 만큼 강연 역량도 인정받았다.

영화 '호루몽' 스틸컷. /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호루몽' 스틸컷. / 엣나인필름 제공

NHK 토론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톤'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계기는 방송이다. 2000년대를 전후해 NHK 등 일본 주요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성 중심 사회의 성차별, 재일 조선인 차별, 장애인과 마이너리티 문제를 논리적이고 날카로운 톤으로 비판했다. 소수자 권익을 대변하는 토론자로 자리를 굳히며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인권 운동가로 인식됐다. 2003년에는 제15회 다다 요코 반권력 인권상을 받았다.

저서도 여러 권이다. '화내는 법', '여성이 회사에서', '유쾌하지 못한 남자들', '재일 조선인의 가슴 속', '자이니치,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대하여' 등이 있다.

혐한 시위에 맞선 '노리코에넷' 결성

2010년대 들어 재특회 등 일본 극우 단체의 혐한 시위와 헤이트 스피치가 심해지자 신숙옥은 직접 조직을 꾸렸다. 2013년 9월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 시민과 함께 반(反)헤이트 스피치 시민단체 '노리코에넷'을 출범시키고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단체는 차별적 혐오 발언 근절을 요구했고,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 제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권운동가 신숙옥. / 엣나인필름 제공
인권운동가 신숙옥. / 엣나인필름 제공

2017년 '뉴스 여자' 사건, 생명의 위협까지

전환점은 2017년이었다. DHC의 자회사 DHC 텔레비전이 시사 프로그램 '뉴스 여자'에서 신숙옥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 반대 운동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테러리스트를 지원한다는 취지의 날조·허위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 이후 극우 세력의 극심한 협박과 신상 털기, 성적 모욕이 이어졌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그는 한때 독일로 피신했다.

신숙옥은 물러서지 않고 법정 투쟁에 나섰다. 일본 방송윤리기구(BPO)는 해당 방송에 대해 '인권 침해'를 인정했다. 이어 7년에 걸친 소송 끝에 법원은 손해배상과 사과문 게시를 명하는 판결을 내렸고, 신숙옥이 최종 승소했다. 결과는 배상 판결과 방송 폐지였다.

여파는 한국까지 닿았다. DHC 텔레비전의 모기업 DHC는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화장품 브랜드가 한 개인의 소송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사건이다.

최근 수상과 현재 활동

신숙옥은 2024년 제6회 김복동상을 받았다. 이 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세계에 알린 고(故) 김복동 활동가의 뜻을 기려 제정된 인권상으로, 일본 사회에서 소수자 인권을 지켜온 활동이 한국에서도 인정받은 사례다. 현재도 시민단체 노리코에넷 공동대표와 인재육성기술연구소 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내한은 영화 개봉에 맞춘 일정이어서, 국내 관객이 본인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자리는 프리미어 GV와 무대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세부 일정과 상영관 정보는 개봉이 가까워지면 배급사 공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화 '호루몽' 티저. / 유튜브, 엣나인필름ATNINEFILM

영화 '호루몽', 법정 승리 뒤에 100년의 가족사

영화 '호루몽'은 이 법정 투쟁의 승리 안에 100년의 역사를 품은 스타일리시 논픽션 무비다. 제목의 '호루몽'은 일본어로 버려진 내장을 뜻하며, 이를 먹으며 살아낸 사람들의 삶을 상징한다. 영화는 제지공장으로 팔려 온 외할머니 이백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았던 어머니 케이코, 그리고 신숙옥으로 이어지는 3대 여성의 가족사를 따라간다. 이 가족사가 법정 투쟁을 지탱한 힘이 됐고 마침내 승리로 이어졌다는 구조다. 차별과 혐오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의에 맞선 한 사람이 끝까지 목소리를 내 상대의 사죄를 받아내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담았다.

연출은 이일하 감독이 맡았다. 이 감독은 '울보 권투부'(2014), '카운터스'(2017), '모어'(2021)에서 경계에 선 소수자의 삶을 경쾌한 리듬감과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온 다큐멘터리스트다. '호루몽'에서는 신숙옥의 개인 경험을 넘어 3대 여성의 역사까지 조명하며, 신숙옥의 목소리가 어떻게 현실을 움직였는지를 그린다.

어린 시절 신숙옥. / 엣나인필름 제공
어린 시절 신숙옥. / 엣나인필름 제공

개봉 전부터 평가는 이미 나와 있다. 제22회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 부문 페스티벌 초이스에서 대상인 다큐멘터리고양상과 시청자·관객상을 받았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돼 관객상도 차지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2회 춘천영화제,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17회 광주여성영화제를 비롯해 뉴욕, 브라질, 헝가리 등 해외 영화제에도 잇따라 초청됐다.

함께 공개된 1차 승리 포스터는 신숙옥이 거둔 실제 승리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포스터에는 "결국, 고개를 숙인 건 누구였을까. 가장 우아하고 통쾌한 승리의 기록"이라는 카피가 담겼다. 혐오와 차별에 굴복하지 않고 상대의 항복을 받아낸 반격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이다.

'호루몽'은 언제, 어디서 볼 수 있나

'호루몽'은 11월 1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신숙옥이 2017년 이후 DHC 텔레비전과 치른 소송의 결과가 배상 판결과 방송 폐지였던 만큼, 영화는 결말을 알고 보더라도 과정 자체가 핵심인 작품이다. 영화제 관객상 수상 이력이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입소문 중심의 관객 확대 흐름이 예상된다. 일본어 대사가 중심인 작품이어서 자막 상영 형태가 될 전망이다.